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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안인, 나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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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안인, 나쁜 사마리아인
  • 김승환
  • 승인 2012.09.0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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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안인, 나쁜 사마리아인

사마리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아온 사람들로, 고대 이스라엘 남북왕조시대에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당한 북왕국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주해 온 아시리아인등 이민족과 이스라엘인(유대민족)의 혼혈로 나타난 종족이다.

성서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는 자신들을 멸시하고 천대하던 유대인이 강도피해를 입고 쓰러져 있을 때, 유대교의 제사장과 레위인은 이를 지나쳤으나, 사마리아인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으로 구해주는 이야기다. 이처럼 자신에게 피해가 없음을 인식하고도 구호행위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을 '착한 사마리안인의 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한편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경제학 교수가 지난 2007년 펴낸 책이다. 그는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 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약 성서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등장한다. 다윗 왕이 자신의 충실한 부하 장수 우리야의 아내를 빼앗고 전장에서 죽게한 그의 범죄를 꾸짖기위해 선지자 나단이 비유했던 얘기다. 양과 소가 심히 많은 어느 부자가 손님이 오자 자신의 양을 두고는 가난한(힘 없는) 가난한 이웃의 작은 암양 새끼를 빼앗아 손님을 대접했다는 얘기다. 착한 사마리아인과 대비되는 이 나쁜 부자는 장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맥락의 비유다.

신자유주의는 18세기 경제학자 애덤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며 본격화 되었다. 각종 보호무역과 유치산업 보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렇게 부자가 된 그들은 자신들의 풍요를 위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에게 무역의 관세 철폐하는 자유 무역은 물론 자국의 유치산업에 대한 보조를 막는 등 자신들이 잘사는 나라로 발돋움 했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오늘 세계화를 주장하며 글로벌을 위치는 ‘사악한 삼총사’ IMF, 세계은행, WTO는 주로 부자 나라들에 의해 통제되고, 부자 나라들이 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과 이웃의 양을 빼앗는 사악한 부자와 같은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는 부자나라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결국 못사는 나라들의 희생으로 소비를 이어온 것으로, 레이거노믹스의 망령은 결국 월스트리트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자초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와 함께 시작된 소위 MB노믹스는 출발부터 부자감세와 친대기업 정책을 펴자 중산층과 서민들은 그나마 양 한 마리 까지 빼앗기며 양극화의 극단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부자감세를 통해 트리클-다운((trickle down. 낙수효과) 정책의 성공을 장담했지만 삼성과 현대기아차 그룹 등 재벌기업들의 사상 최대 이익을 창출했지만 서민의경제는 오히려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삼성과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재벌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며 확장했지만, 이들의 성장과 수익 창출의 뒤에는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양극화가 있다. MB 정부의 4년 동안 서민 복지는 부자 감세에 밀리고 고용불안정은 더욱 심화 되었다.

지난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상위 10대그룹이 지난해 체결한 계열사 간 거래 매출액이 152조7445억원에 이르며, 이가운데 87.1%인 132조9793억원이 수의계약이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수의계약 비율은 93.3%로 그룹 계열사 간 매출 35조4340억원 가운데 33조606억원에 달했고 내부거래 계약 1114건의 96.9%인 1079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또 현대차그룹은 91.4%(29조3706억원)가 수의계약이었으며, 거래 건수 1677건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은 82.4%를 차지했다.

SK그룹은 계열사 간 거래 매출의 90%인 30조5383억원 어치가 수의계약이었고, 롯데그룹은 87.4%가 수의계약이었다. LG그룹은 내부거래 매출액 15조4819억원의 67.5%로 10대그룹 평균보다 낮았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간 거래 매출액 87.4%가 수의계약이었다.

이처럼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가뜩이나 경제불황으로 좌절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희망마저도 빼앗고 있다. 부자감세와 재벌관련 규제의 철폐 등 이른바 MB노믹스의 정책들은 수백 마리의 양을 갖고도 가난한 이웃의 한 마리마저 빼앗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공정무역 등 녹색정치가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적기업 진흥원에 따르면 7월 현재 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된 업체가 656개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지난 4.11총선에서는 비록 0.5% 득표에 그쳤지만 전세계 70개 국가에 활동하는 녹색당의 출범은 그나마 착한 사마리아인을 만나는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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