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34 (금)
[전진규 칼럼]용산기지이전의 허와 실
상태바
[전진규 칼럼]용산기지이전의 허와 실
  • 김승환
  • 승인 2014.11.14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추진된지 십여 년이 지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핵심 지휘부인 한미연합사령부를 용산에 그대로 잔류시킨다는 갑작스런 발표가 나와 혼란을 빚고 있다.

분단국가의 준전시 상황에서 국가의 존망이 걸린 군사정책을 놓고 “이랬다저랬다”하는 것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군이전사업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다. 미군기지이전을 전제로 도시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등 도시개발을 추진해 온 해당 지역들은 갑작스런 변경으로 개발계획 전체를 백지화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우선 동두천은 떠나지 말라고 사정사정하다 안 되자 반환지역에 관광휴양 레포츠 도시 등  새로운 도시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시내 인접 캠프 케이시 부대가 그대로 눌러 앉게 되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서울시는 용산에 쾌적한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수립했으나 전체 80만평 중 17%를 공여지로 제공하게 돼 자칫 미군을 위한 공원으로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평택시는 용산기지가 전부 이전해 옴으로써 명실상부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중심지로서 평택항과 함께 국제도시화를 본격적인 도시계획개념으로 설정하고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529만평에 달하는 고덕국제신도시도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전제로 계획이 수립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것 외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고덕지구 택지개발은 더욱 더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기지이전은 원래 19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태우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1990년 한미 양국이 한수 이남으로 이전한다는 기본합의서를 체결함으로써 양국의 현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이어 2003년 한미 국방부장관이 용산을 비롯한 한수 이북 미군기지 통합이전계획(LPP)에 합의하였고, 2004년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미7군사령부를 2008년까지 모두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합의했던 것이다(미8군사령관을 제외한 나머지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

당시의 합의 내용을 보면 평택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등 일원에 추가로 349만평을 공여하고 이전에 소요되는 30~40억달러의 비용을 전부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연합사령관 연락사무소를 국방부 인근에 설치, 한미업무협조단원 50명을 배치하게 했다. 그리고 용산에 있는 드래곤힐 호텔은 존치하고 미군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C4I) 체제를 이전하거나 대체하는 비용 900만 달러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용산기지이전은 주권국가로서 수도 한복판의 외국군 주둔을 종식시킨다는 의미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럼스펠드 국방부장관도 수도 한복판에 외국군이 주둔하는 것은 안 된다며 “뉴욕시 가운데 있는 센트럴파크에 외국군이 있으면 되겠느냐”까지 하면서 용산기지 이전을 강력히 밀어붙였던 것이다.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결부시키지 않았다.

동두천을 비롯한 미2사단 이전은 부시 대통령 정부가 해외주둔 미군에 대하여 더 이상 붙박이형 “지역방위군”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테러 등 대미 전쟁 도발에 대비하여 신속 출동이 가능한 “공격군”으로의 개념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따라서 주한미군 3만7000명의 병력을 전방 인계철선(trip wire)으로 하여 북한의 장사정포의 희생물로 남겨 둘 필요가 없이 한국군에게 임무를 맡기고 미군은 보다 안전한 한수 이남으로 재배치할 계획이었다.

이같은 미군의 재배치 전략은 당시 미국방부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가 “주한미군이 한수 이남으로 이전해 평택 오산 허브기지로 통합 재배치되면 군의 효율성이 증대된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입증되고 있다(조선일보 2004.6.9).

동두천시가 그들의 생계수단인 미군기지 이전을 절대 반대했고 대추리 주민들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이전 정책을 강행했던 것은 바로 이같은 미군의 군사정책이 확고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약 9조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멀리 올 데까지 다 온 상황에서 일부이긴 하지만 핵심 지휘부가 적지 않은 약 13면평 규모로 용산에 그대로 눌러 앉고 동두천 시내에 2천명 규모의 여단병력이 남는다는 것이다.

미군 기관지인 스타즈 앤 스트라입스(성조지) 보도에 따르면 연합사와 동두천 화력부대 잔류는 한국 정부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한미연합사의 용산 잔류에 대하여 정부는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와 관려 전시에 국방부와 합참과의 신속 긴밀한 협의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지난 달 한미국방부장관은 내년에 미2사단 예하에 국군 기갑여단을 설치하는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고 평시에는 따로 운영하다가 전시에 통합하는 안을 발표했는데 이런 논리라면 한미연합사의 경우에도 평시에는 용산의 국방부와 평택의 연합사령부가 따로 떨어져 있어도 된다.

용산에 남는 연합사의 인력이 200명 정도에 불과하고 동두천도 1개 여단에 불과해 평택이전은 계획대로 된다는 해명을 하고 있으나 3개 사령부의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대장을  비롯한 주요 인물이 용산에 상주하게 되므로 평택기지의 중요성은 한층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행정부처들이 이전해 갔으나 청와대가 가지 않는 세종시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용산기지이전계획의 변경은 벌써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 오고 있다. 세계적인 체인망을 갖추고 있는 호텔업체가 평택에 신축하려던 호텔계획을 보류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뀔 것이었으면 대추리만이라도 지켜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