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이원우체국 조영복
▲ 옥천이원우체국 조영복 |
“군인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00초등학교 5학년 1반 00입니다.”로 시작해서 “저는 열심히 공부할 테니 우리나라는 군인아저씨가 열심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로 끝나는 틀에 박힌 편지일지라도 어떤 말을 써서 보내야 군인아저씨가 힘을 낼지 골똘히 생각에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군인아저씨는 답장을 보내줬고 이병이 병장이 되어 제대를 하고 초등학생인 내가 중학생이 되도록 위문편지는 계속 되었다.
정성어린 편지글의 달콤한 맛에 물들어 버린 나는 군인아저씨에서 부모님으로 친구로 스승님으로 대상을 넓혀가며 편지글의 연필 향내를 온 곳으로 퍼뜨렸다.
언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50년 지기 친구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고 가져오셨다. 배움이 짧아 글씨를 잘 못 쓰니 컴퓨터로 예쁘게 쳐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며 삐뚤빼뚤하게 써진 편지글을 보여주셨다.
난 잘 살고 있다는 짧은 안부글로 철자가 약간 틀리긴 했지만 이 글씨가 오히려 더 보기 좋다며 그대로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하니 부끄럽지만 그래도 괜찮겠냐며 수줍어하시던 일이 생각이 난다.
예쁜 편지지건, 하얀 종이건, 연필 한 자루 손에 쥐고 점 하나 찍더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 동안 얼마나 행복할지를 떠올려보자.
어느새 이메일과 문자가 생활화되고 전송 버튼 하나로 간단히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바로 바로 소식을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딱딱한 고딕체 속에 한 두 줄로는 전 할 수 없는 애틋함이 항상 목마르지 않았던가.
편지지에 곱게 적어 내려가는 내 마음을 중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편지쓰기를 멈추지 말자.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유속에 몸을 맡기더라도 마음 한편엔 연필 한 자루 잡고 있어야 달콤한 향내 맡을 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은 연필 향기 한 번 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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