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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제의 개인전… 존재의 이유를 묻는 ‘작가 안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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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제의 개인전… 존재의 이유를 묻는 ‘작가 안승민’
  • 김대혁 기자
  • 승인 2011.10.18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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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이트 갤러리'
"점(點)은 사유와 존재의 연장선"
▲     ©동양뉴스 김대혁기자
전남대, 프랑스 앙제조형미술학교 거쳐...15회 개인전
세계 최초의 입체회화  그리고 또다른 도전

만유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 가운데 인간의 위치는 무엇이며 또 화가는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인가.
태어남으로부터 소유의 우주를 떠돌다 무소유의 끝을 향해 가는 것?
 
그렇다면 그 공간의 연결은?
바로 무수한 시간의 연결고리가 아닐까.
그것은 바로 화가 안승민이 추구하는 점(點)의 세계였다.
 
철학에서 이것은 ‘dot’라 불렀다.
무수한 시간과 인연의 편린들을 이어주는 위대한 힘은 바로 점에서부터 출발했다.
미움도 사랑도, 가진과 못 가짐도, 젊음과 늙음도, 모두 이 점의 넘나듬의 세계일 뿐이다.
안승민은 그 안의 우주에서 저 넓은 세계로 이어주는 철학의 발견을 점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점을 그의 화폭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은하계를 탐구하는 듯한 심오함이 깃들어 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현미경으로 해부하면 할수록 끝없이 또다른 사유(思惟)의 편린(片鱗)들이 이어지는 신비감이 있다.
 
▲     ©동양뉴스 김대혁기자
"안승민의 작품은 은하계를 탐구하는 신비감"
 
서양화가 안승민은 왜 이러한 알 수 없는 길을 걷는 것일까?
 
그 시원은 남들보다 훨씬 이전부터였다.
 
그는 전남대학 서양화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조금 다니다 프랑스로 떠난다. 위대한 꿈을 향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미지의 세계를 위해 발걸음을 옮겨본 것 뿐이었다.
 
프랑스 앙제고등조형미술학교에서 공부하던 약 6년의 시간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을 줬다.
 
하루하루가 그에게 끊임없는 연구와 창의력의 시험지였다. 그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서 철학적 사유를 먼저 이끌어내야 했다. 작가로서의 도전과 응전, 좌절과 새 출발이 뒤엉킨 시대가 그 때였다. 그러다보니 학창시절인 1992년 콩쿠르 르프랑 브르쥬와에서 서부작가 부문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러한 영광도 잠시였다.

앙제에서 한참 새로운 미술풍을 공부하고 있을 때 교수가 다가와 ‘너의 그림은 좋은 그림인데 그것은 루부르박물관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들이야’라는 평가 한마디는 그이 작업 세계를 확 바꾸어 놓았다.
보통의 작품들처럼 현란한 색감, 아름다움의 극치, 강렬한 이미지의 세계 등은 이미 그가 바라던 정답이 아니었다.
 
눈으로 보여지는 작품은 일반인들에게 익숙할지 몰라도 그가 품은 이상향을 담기엔 너무 안일한 화폭이었다.
그래서 이름하여 입체화면작품, 3차원의 작품에 몰두하기도 했다. 당시로 봐선 엄청난 시도였다. 어쩌면 입체안경을 쓰고보면 허상처럼 보이는 화면 작품은 세계 최초라해도 과언이 아닌 신선한 장르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손가락질 하는 듯한 멸시속에서 ‘찬사받지 않는’ 작품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고독한 자성과 성찰을 거듭해야만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머릿속에 품어야 했다. 그렇다고 성찰을 성찰로만 끝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점을 생각했다.
 
인생은 점의 연속이라는 자기성찰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떤 때는 일주일 동안을 내내 점 찍는 작업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하루종일 찍는 점들은 화폭의 한뼘도 채우기 어려울 정도로 세밀한 점들이었다. 하루에 2-3시간 잠자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때로는 정신이 혼미함을 느낄 때까지, 새벽 동이 훤히 틀 때까지 점과의 마찰과 씨름을 계속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끝없는 사유의 진보가 이루어졌고 다른 작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놀라운 작품성이 일기 시작했다. 
 
점은 점이로되 눈으로 느낄 수 있는 흔한 점이 아니었다.
분명 점이지만 살아 움직이는 점, 하나의 점이지만 점점이 이어지면 뜨거운 삶의 열정이 돋아나는 점들이 화폭에서 정교하게 뒹굴고 있었다.
 
안승민의 작품 속에서는 이처럼 생명의 점들이 숨 쉬고 있다.
그의 작품은 가까이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멀리 있으면 어렴풋이 작품처럼 느껴진다. 사진으로 보면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천천히, 사진으로 바라보면 예술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을 담아 천천히, 사진으로 음미하면 정말 작품답다는 표현을 하게 만든다.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작품성이다.
안승민은 그가 평소에 느꼈던 인물들을 작품의 화제로 등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등장하는 소재는 모나리자, 존 웨인, 마릴린 먼로, 소피 마르소 등의 서양 유명인을 비롯, 김소월, 법정 스님, 김현승 시인, 이어령 박사 등을 망라하고 있다. 때로는 지조의 상징인 동양난을 화폭에 담았다.
모두가 수천개, 수만개의 점들로 이루어진 인고(忍苦)의 여적(餘滴)들이다.
 
그는 평면같은 자신의 캔버스에서 4차원의 두터움과 공간성을 읽게 한다. 간혹 촛불을 켠 작품들은 어둠속에서 보일락 말락, 그러면서도 찬연히 빛나는 생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도 침묵속에 끝없는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참으로 탄식을 거듭하게 만드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안승민은 프랑스에서 7년여의 세월을 보내고 귀국한 뒤에도 이같은 점과의 처절한 고독을 계속하고 있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     ©동양뉴스 김대혁기자
왜 일까?

이것은 그가 희구하는 작품의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14번에 이르는 개인전을 가졌다. 1991년도 프랑스 낭시의 엉트르솔 갤러리 초대전과 일본 후쿠오카 엠에이 갤러리전을 빼고는 모두 한국에서의 전시회다.
 
대부분이 초대전 형식이었다. 처음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인지도 모르던 갤러리에서 점차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전시회의 제목은 ‘기억-존재’로 초지일관했다.
 
이번에 서울 인사동의 라이트갤러(광주시립미술관 분관)에서 갖는 개인전을 15번째 전시회다. 제목은 'Dot-Existenc'다. 또 다시 존재의 이유와 기억의 의미를 묻는 자리다.
 
이번 개인전에서 소재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명한 사람이지만 그는 이들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소피마르소에서 그 청순한 미소의 이유를 묻고, 마릴린먼로에서 사라진 아름다움을 찾는다. 또 청초한 동양난에서 무소유의 빈 마음을 찾는다. 혹한을 견디고 피어난 동양난은 존재를 위한 점들이 모아져 그윽한 향취를 내뿜는다. 
 
이번 전시회는 순전히 그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다. 보통 100호 이상의 대작만으로 선을 보인다.
 
안승민의 파괴적 예술성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혁 기자] 

[작가 양력]
 
개인전14회(프랑스,일본,광주,부산,대전,청주,전주,목포,옥과,제주도)
 
2008; 초대전 Dot-Existence 옥과도립미술관.옥과
2003; 초대전 기억Ⅹ-존재 일곡갤러리,광주
2003; 초대전 기억Ⅸ-존재 라르테 갤러리,목포
2003; 초대전 기억Ⅷ-존재 얼 갤러리,전주
2003; 초대전 기억Ⅶ-존재 프리즘 갤러리,대전
2003; 초대전 기억Ⅵ-존재 우암 갤러리,청주
2002; 초대전 기억Ⅴ-존재 엠에이 갤러리,후쿠오카,일본
2002; 초대전 기억Ⅳ-존재 우암 갤러리,청주
2002; 초대전 기억Ⅲ-존재 제주아트 갤러리,제주
2000; 초대전 기억Ⅱ-존재 신혜 갤러리,광주
2000; 초대전 기억Ⅰ-존재 비쥬얼아트 갤러리,부산
2000; 초대전 기억의공간-존재 동래문화회관,부산
1999; 벽안의 공간 -존재 궁동 갤러리,광주
1991; 초대전 “고독자” 엉트르솔 갤러리,낭시,프랑스
아트페어; 2009; Dot-Existence 고양국제아트페어
수상경력; 1992;콩쿠르 르프랑 브르쥬와 프랑스 서부작가부문 대상.
1992;콩쿠르 레팔레트 도 프랑스 나셔널작가부문 4등상
1995;살롱 인터네셔널 라쿠와헬 프랑스 오피시엘상 외..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전남옥과도립미술관, 외

프랑스 앙제고등조형미술학교(Ecole Superiere des Beaux-Arts d'Angers)
졸업. (D.N.A.P.1995, D.N.S.E.P.1997.)
교육경력;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광주여자대학교 강사 및
광주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 역임.
arta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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