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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투박한 멋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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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투박한 멋에 ‘흠뻑’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3.04.2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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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진 서울의 매력속으로
빠르게 벚꽃이 피고 지는 짧은 봄이다. 진해 군항제까지는 못가더라도 사람들은 서울의 여의도와 가회동, 남산길 주변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고 있다.
 
이 거리에서만큼은 한국인 외국인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관광객의 모습이다. 
 
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시각차는 확연하다. 기자가 만난 한옥 건축사 텐들러 다니엘 (taendler daniel). 외국인으로서 한옥 건축사라는 직업도 독특하지만 깨끗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호텔대신 고택에서 묵는 고즈넉한 하룻밤을 선택하는 그의 시각 역시 조금은 남달랐다.
 
-국적 및 체류기간은
 
▲국적은 독일이다 .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생활했다.
한국에 머문 기간은 횟수로 3년이 됐다. 하지만 어린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전라도 광주에 계신 친척집 방문을 위해 한국에 자주 들어왔기 때문에 3년보다는 더 긴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은.
 
▲건축 외에도 인테리어와 도시건축, 환경연구 등 한옥과 현대건축에 관한 답사부터 실측 등 건축의 전반적인 업무를 한다.
처음 한옥을 접하게 된 계기는 독일의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다니던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우리한옥’ 이라는 책을 보면서 시작됐다.
그 책 속에서 한옥의 동양적인 디테일과 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책속의 사진을 보면서 한옥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당시 독일에서 한옥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이용해 알아보던 중 ‘한옥문화원’을 알게 됐고 바로 한옥에 대한 궁금증과 한옥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상담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인연이 돼 한국을 방문 했을 때 문화원과 함께 지방 곳곳의 한옥 현장답사와 연구할 수 있는 정보들을 받을 수 있었다.

결정은 빠르게 진행 했지만 과정은 건축학과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기에 학교를 다시 입학한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건축학과를 이수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한옥을 접목시켜 연구 하면서 내가 선택한 한옥 디자이너 길에 대해 더 확고해졌다.
그렇게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학교 한옥 연구실을 다니면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 할 수 있었다 .

또한 한옥연구실에서 지금의 회사를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
요즘은 한옥을 모두 헐지 않고 부분 리모델링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옥을 리모델링 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은 한옥의 디테일과 우연한 발견이다 . 한옥은 창살과 선들로 인한 디테일들이 디자인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또한 건물 속의 기둥 들을 노출 시켰을 때 거칠지만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투박한 멋이 들어나는 모습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서울의 매력에 대해.
 
▲서울은 600년의 역사를 가진 수도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도시는 곳곳에 역사가 숨어 있어 역사의 장소를 찾아 다니는 재미가 있다. 그 속에서 현대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서울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종로3가와 돈화문 그리고 세운상가 주변을 좋아한다. 몇 백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골목길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변한 듯 하지만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상인들의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서울의 역사를 조금만 공부하고 여행을 시작 한다면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서울의 모습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서울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서울의 모습을 보면 한국의 사회현상들을 짐작할 수 있다.

빽빽한 도시의 획일화된 모습 속에서 냉혹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 있는 반면  삼청동이나 가회동처럼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 스펙보다는 자신의 자유로운 시간과 문화를 중요시하는 공동체들이 있다.
문화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그룹을 만들어 생활하면 그 장소가 그들의 성격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이렇듯 한국사회 안에서 다양한 성격의 그룹을 만들어 창의적인 문화로 발전되는 것이 서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여행지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지역이 있다면. 
 
▲지난2003년 해남 ‘미황사’ 에서의 템플스테이가 인상에 남는다.
지금은 템플스테이가 서울과 지방곳곳에 많아 졌지만 처음 갔었던 미황사의 템플스테이는 한옥의 멋과 고요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목적지 없이 떠나는 여행을 선호한다. 우연히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만남은  추억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고 계획해서 만들 수 없는 여행의 묘미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지방마다 모습이 다른 고택 체험을 추천 하고 싶다. 각 도시에는 깨끗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호텔들이 많이 있지만 그 보다는  고택에서 묵는 고즈넉한 하룻밤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안동 하회마을의 고택은 독립된 건물뿐만 아니라 고택 마을로 형성돼 역사 속으로 들어가 있는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국여행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친구와 일주일 정도 무작정 지리산 근처로 여행을 갔었다. 지리산 한치마을을 지나는 길에  밭을 일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게 됐다. 그 분들께서는 반갑게 맞아 주시며 지역정보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시고 여행 중 이라는 말에 직접 농사지으신 배추와 감을 챙겨주셨다. 그 모습에서 광주 친척집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이런 마음이 한국의 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낯 설은 외국인 임에도 불구하고 잘해주시려는 모습에 감동도 받았고 마을을 소개 해주시려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고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을 여행하는데 언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골을 여행 하다 보면 당연히 언어적인 어려움은 다소 있지만 ‘바디랭귀지’만으로도 의사소통은 충분하다.
도시와 떨어진 시골을 여행하며 한국의 정을 느껴보는 여행이 진정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하는 시간 외의 여가시간 활용에 대해 한 말씀.
 
▲바쁜 일정으로 휴일이 불규칙해 특별한 여가 시간을 가질 수는 없지만 여유시간이 생기면 오래된 동네산책을 한다. 이름이 알려진 고급스러운 동네보다 조금은 허름한 곳을 찾아 산책을 하다보면 보물찾기 하듯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한 동네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동네를 산책하며 소박한 카페에서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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