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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스팔트 방사능 공포.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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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스팔트 방사능 공포. 이제 시작이다
  • 이헌석
  • 승인 2011.11.0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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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저녁 한 시민이 소방서에 신고하면서 시작된 노원구 월계동 도로 아스팔트 방사능 오염사건.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조사결과로는 최대 1.4μSv/h의 방사선이 측정되었고, 방사선원으로는 세슘137이 검출되었다.

서울의 대기 중 평균 방사선량이 0.10~0.11μSv/h 이니 대략 14배의 방사선이 측정된 것이다. 더구나 세슘 137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선 물질로 이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외부에서 핵물질이 섞여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범 초기부터 핵산업계 인사들로 구성되어 공평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정도 방사선량이면 매일 1시간씩 해당 장소에 서있어도 기준치의 절반 규모의 방사선량밖에 받지 않는다며, 이번 방사능 발견의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현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그건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주택가 한가운데, 초등학교 통학로에 위치한 이 길은 동네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들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전형적인 동네 골목이다. 그리고 아스팔트는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어 공기 중으로 비산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위험이라도 1차적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994년 대만, 2011년 경주와 포항...반복되는 ‘방사능 오염 도로’

문제는 이러한 도로 오염문제가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4년 대만 원자력위원회는 타오위안시(桃園市) 시내 도로에서 비정상적인 방사선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발표했다. 당시 최고 피폭선량은 1.7μSv/h였다.

이후 정밀조사 결과 모두 7개도로, 길이 2.5km에서 방사능이 발견되었는데 당시 발견물질은 토륨, 우라늄, 칼륨 등이었다. 이후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만 원자력연구소에서 토륨 추출을 하기 위해 모아놓은 중사(重砂)가 분실되어 이것이 도로 자재로 사용된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대로 폐기처분되어야할 물건이었지만, 관리의 허점이 생기면서 어이없게 도로의 건축자재로 사용된 것이다.

방사성 물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생긴 이와 비슷한 사고 사례는 상당히 많다. 폐기되어야할 방사능 오염 철근이 고철로 팔려 건축자재로 활용되어 병원, 학교, 아파트 등에 사용되는가하면, 항암치료에 쓰이던 세슘이 고철로 팔려 브라질에선 11만명이 피폭 당하는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올해 4월, 경주와 포항의 도로에서 세슘이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이것이 후쿠시마 핵발전소로부터 날아온 것이 아니며, 큰 위험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권고방침만 발표하고 말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일부 도로는 중저준위 핵폐기물로 분류되어야할 10Bq/g을 넘는 방사능을 띠고 있었고, 왜 이 도로에 세슘이 포함되었는지에 대한 역학조사도 자료가 없다는 말로 그냥 마무리되었다. 결국 방사선 준위가 높은 일부도로를 제외하고는 ‘세슘 도로’는 그대로 방치되고 있고, 역학조사가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또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언제라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역학조사가 필수적

처음 방사능이 발견된 곳 이외에도 노원구 월계동에서만 몇 군데 도로가 더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도로가 노원구 월계동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우연히 방사성 물질을 발견했지만, 언제까지나 시민의 참여에 기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발벗고나서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할 차례이다.

월계동과 비슷한 시기, 같은 건축자재를 사용한 곳이라면 어디나 세슘137이 발견될 수 있다. 또한 그 농도는 이번에 발견된 곳보다 더욱 높을 수 있다. 또한 매일 도로 포장공사를 진행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1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세슘137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한 치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전하니까 괜찮다”가 아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인 원인규명과 문제해결이라는 사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정부는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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