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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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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7
  • 고담
  • 승인 2011.11.2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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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미래소설 '거리검 축제'<7> "마약을 투약해도 용인해 준다는 말이군요"
청요리집 안동장安東莊은 을지로 2가에 있었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은 을지로, 북쪽은 종로였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남쪽에 있는 왜인 동네에 살았고, 내 친구 한 명은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수표교水標橋를 건너서 북쪽 한옥마을에 살았다. 사회인이 되어서, 다른 한 명은 을지로 2가에 있는 건설회사에 다녔다.

나는 청년시절에 친구 5명과 우리의 추억이 서려 있는 안동장에서 자주 만났다. 거기에 가면 청국사람의 손으로 만든 맛있는 청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그곳에 간지 오래 되어 까맣게 잊어버렸다. 서울이 확장되어 강남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달에 한 번 친구들과 만나서 친구의 관계를 유지해 오는 일만은 계속해 오고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기 전에 친구들의 최신 동향을 알아야 합니다.”

사모 아바타가 말하며 내게 아이패드를 하나 주었다. 아이패드를 열어 보니, 친구들의 최근 동향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시리우스와 직녀의 정보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사모 아바타가 정리한 것이었다.

“행성계에서 왜 시시콜콜 지구인 개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주집합니까?”

“이 사람들이 죽은 후에 다른 행성으로 보내려면 심사가 필요한데 이들의 자격요건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입니다.”

“유자격자를 고르는 데에 필요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지구에 태어나기 전에도 이런 정보자료가 필요했겠군요.”

“그렇습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죄의 유무를 가지고 판단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지구적으로 어떠한 기여를 하며 살아왔는가가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죄는 종교 사기꾼들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불과합니다. 이 올가미에 걸려들면 종교협박에 얽혀 들어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내 눈에 비추어진 내 친구들의 삶은 대단히 충실하고 모범적인 삶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이패드가 요구하는 합격점에 도달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직장에서 퇴직한 후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취미생활이란 등산이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은퇴하여 개인의 생활로 돌아간 후에도, 등산한 날짜, 오른 산, 식사하러 간 음식점, 식사하며 나눈 대화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사모 아바타의 정보 획득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토끼굴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흥미를 느꼈다.

나는 사모 아바타와 함께 다음날 11시 30분경에 집을 나섰다. 우리는 먼저 약방에 들렀다. 샤먼의 기질을 타고난 약사가 내게 약을 한 알 주어서 먹었다.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좋은 일진입니다. 친구들이 저녁에 모두 이리로 오시겠군요.”

약사가 오늘 나의 일정을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오늘 서울에서 친구들과 회식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약사는 내게 5명의 친구들에게 줄 명함 5장을 주었다.

“이 명함에는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는 글씨로 신비약초를 달여 마시거나, 신비약초의 연기를 쏘이거나, 신비알약을 복용해도 위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보건부에서 단속을 할 때 이 명함을 보여주면 무사히 통과가 될 것입니다.”

“마약을 투약해도 용인해 준다는 말이군요.”

“우주정부에서 특별히 한국의 하이퍼 샤먼들에게 내리는 특혜입니다.”

내가 보기에 내 친구들은 샤먼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내가 누릴 수 있는 특혜가 내리는 것이었다.

“지금 하시는 말이 우주정부가 한국을 접수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접수는 이미 오래 전에 되었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미쳐도 부작용이 나지 않을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약사로부터 그럴듯한 거짓말을 듣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오실 때 약방에 들르세요. 약을 한 알 씩 드리겠습니다.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 있는 환각제입니다.”

“그 약을 투약해도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에텔체 비행술 실험에 동원된 우주물리학 계통 샤먼들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우주정부의 지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걸 모르고 있었군.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나는 약방을 나섰다.

“[격암학원]에 들렀다 가야 합니다.”

사모 아바타가 말했다.

우리는 약방 뒤쪽에 있는 낡은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갔다. [격암학원] 원장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차를 한 잔 주었다. 나는 차를 마셨다. 그러자 알약을 하나 먹었을 때보다도 더 빠르게 환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 친구들과 학원에 들르십시오. 격암의 유토피아에 대한 교육이 있을 것입니다.”

“들르지요.”

나는 사모 아바타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 과거로 가는 문을 통과하였다. 우리가 나선 성산심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의 등에 업혀 가시겠습니까?”

사모 아바타가 내게 물었다.

“나를 업어 나르겠다는 말인가요?”

“이해를 못 하시는 군요.”

“그럼요.”

“이미 2천5백 년 전에 장자莊子가 소요유逍遙遊에서 사령관에게 남긴 메시지를 읽지 않으셨군요.”

나는 장자가 한 유명한 말이 내게 남긴 메시지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장자는 그 메시지에서 곤鯤을 타고 물속을 가고, 붕鵬을 타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를 하였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이젠 아셨죠?”

“네.”

나는 사모 아바타의 등이 나를 업고 갈 만큼 튼튼한지 걱정이 되었다.

“나를 업을 수 있겠어요?”

“옛날에 곤鯤을 탄 여黎는 여국黎國을 세웠습니다. 또 붕鵬을 탄 검儉은 조선을 세웠습니다. 오늘은 사모巳母가 있습니다. 당신이 사모의 등에 업히면 사라진 여검국黎儉國을 회복할 것입니다.”

나는 사모 아바타의 등에 업혔다. 사모 아바타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사모의 등은 곤과 붕의 등처럼 거의 무한대로 넓었다.

“주변을 보세요.”

나는 사모가 시키는 대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의 몸이 환골탈퇴換骨脫退하여 우화등선羽化登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몸에서 각질로 보이는 물질들이 떨어져 나갔다. 내 몸이 유연해졌다.

“내 몸이 젤리보다 더 말랑말랑하군.”

나는 거의 액체 상태로 녹아서 사모 아바타의 등에 달라붙어 있었다. 사모 아바타가 슬쩍 몸을 뒤집었다. 그래도 나는 떨어지지 않고 사모 아바타의 등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나의 주변엔 무수한 비행물체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것들은 크기가 각각 다른 우주선들이었다. 무수한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성주산에는 오색구름 한 조각이 떠있었다. 솟대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성주산 정상으로 가는 길엔 군복과 무기를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1열로 늘어서 있었다. 갑자기 인원이 불어난 것 같았다.

“저 사람들 가운데에는 일본사람, 중국사람, 국외로 이민 간 조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국적군이군요.”

“그렇습니다.”

“세상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군. 언제까지 변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 내가 친구들을 설득하여 성주산으로 데리고 올 수 있겠어요?”

“제가 가자고 하면 따라올 것입니다.”

사모 아바타는 안동장 앞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나는 내 몸을 원상대로 회복하여 안동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모가 내 곁에 따라 붙었다.

5명의 친구들이 예약한 방 안에서 둥근 식탁에 앉아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 2개가 비어 있으므로 우리는 빈자리에 앉았다. 즉각 청요리가 나왔다.

“친구들이여! 식사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쪽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겠다. 쪽지에 이름이 써 있을 것이다. 이 이름이 앞으로 여러분의 이름이 될 것이다.”

나는 오가의 이름을 쓴 쪽지를 친구들에게 논아주었다. 그들은 쪽지를 펼쳐 보았다.

“사령관님이 친구 분들에게 사주蛇酒를 한 잔씩 대접하실 것입니다.”

사모 아바타가 말하더니 가방에서 작은 술병 하나를 꺼내더니, 뒤이어 술잔 6개를 꺼내어 각 사람 앞에 놓았다.

“사주를 다 마신 후에 술잔을 그냥 씹어 잡수십시오.”

사모 아바타가 돌아가며 빈 잔에 사주를 따라주었다.

사모 아바타가 내게 신호를 보내왔으므로 나는 술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친구들도 술잔을 들어 올렸다.

“솟대 할머니를 위하여!”

내가 소리쳤다.

“솟대 할머니를 위하여!”

친구들이 화답하였다.

우리는 단숨에 술잔을 비웠고, 이내 유리잔을 씹어 먹었다. 유리가 식용 유리인 듯싶었다.

“한 잔 더 없나요?”

사모 아바타와 마주 앉은 우가牛加가 물었다.

나의 친구들은 술 맛이 좋다고 하였다.

“너무 귀해서 이 세상에서 구할 수 없는 술이야.”

내가 말했다.

“무슨 술인데?”

내 곁에 앉은 저가猪加가 물었다.

“인디언들이 마지막 뱀 축제를 마치고 나서 뱀 축제에 출연했던 뱀으로 담은 술이야. 앞으로 뱀 축제를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런 술을 더 담글 수 없겠지. 그래서 귀하다고 한 것이지.”

“인디언들이 남겨 둔 것이 없을까?”

구가狗加가 말했다.

“이 술을 구하려면 스모키 마운틴에 있는 체로키 인디언 보호구역이나 아리조나주 동북부에 있는 호피족에게 가서 찾아보아야 할 거야. 이 외에도 몇 군데 더 가볼 수 있겠지. 그래도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그보다도 노랑머리 조카사위 마이크에게 물어보는 것이 뱀술을 찾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이크, 뱀술이 더 필요한데 구할 방법이 없나?”

“그 술이 나온 데가 검은 언덕 사막에 있는 오래비 마을인데, 이제 뱀 축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해 오던 뱀 축제를 왜 안 한 대?”

“나라에서 금지시킨 때문입니다. 뱀 축제를 하려면 인디언의 고유언어를 써야 하는데 인디언의 고유언어를 쓰지 못하게 금지시켰으므로 뱀 축제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알았어.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혹시 남아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니 한번 다시 알아보고 나서 전화하겠습니다.”

“고마워.”

나는 통화를 끝냈다.

내가 자기고 있는 휴대용 단말기에서 진동이 오므로 단말기를 꺼내들었다.

“이제부터 친구들에게 오늘 이 자리에 모이게 된 사유를 밝히고 성주산으로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설득하라.”

문자가 있었다.

“나의 주신이신 솟대 할머니로부터 내 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 설득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나는 아이패드를 친구들이 읽을 수 있도록 보여주었다.

나는 나와 솟대 할머니와의 관계, 솟대 할머니가 내게 하명한 임무, 성주산, 약방, 격암학원, 보급소, 창설되는 3천명의 군대 등등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였다.

“4년 전에 웬 노인이 내게 나타나서 지금 성주산으로 가라고 지시를 내렸어. 그래서 성주산 밑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이다.”

친구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야기를 끝내고나서 친구들이 솟대 할머니에게 선발되었으므로 솟대 할머니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통보하였다.

“밖에 여러분이 타고 갈 승용차를 준비했습니다.”

사모 아바타가 말했다.

우리는 안동장을 나왔다. 안동장 밖에 검은 색 스테이션왜건이 우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왜건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하였다.

“도대체 성주산이 어디에 붙어 있는 산이야?”

우가가 물었다.

“서울의 남산보다도 조그마한 산이지. 부천과 시흥의 접점에 있어. 행정구역은 부천에 속해 있지. 격암 선생이 이곳을 삼신산三神山이라 하였어.”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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