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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 강요 어머니 살해 고3 현장검증 "혼자라고 생각해 말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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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 강요 어머니 살해 고3 현장검증 "혼자라고 생각해 말못했다"
  • 정혜규
  • 승인 2011.11.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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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을 강요하며 폭행을 일삼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구속된 고교 3학년생 A(18)군에 대한 현장검증이 25일 실시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날 A군을 자신이 살던 다세대주택 2층에 데려가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친척과 취재진의 현장 출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A군은 범행 전날 체벌을 받던 상황부터 침대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한 장면, 악취를 막기 위해 안방 문틈을 메우는 상황 등을 재연했다.

A군은 범행 전날 어머니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각각 40대씩 골프채로 엉덩이를 맞았으며 왼쪽 엉덩이에 피가 났다고 설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후 안방에서 어머니를 살해하던 장면과 한달쯤 후 시신이 부패해 악취가 나자 안방 문틈을 글루건을 이용해 공업용 본드로 메우는 상황을 재연했다.

경찰관계자는 "범행 순서를 하나도 잊지 않고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검증을 했다"면서 "감정적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A군은 현장검증이 끝난 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어머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위조했다는 성적표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또 골프채로 맞아 피가 났다는 A군의 진술에 따라 당시 입었던 바지를 분석해본 결과 A군의 혈흔을 발견했다.

A군의 어머니와 5년전부터 별거했던 아버지는 "애 엄마는 외국어를 잘하는 아들에게 외교관이 되라고 주입했지만 아이는 영어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다. 애 엄마는 극단적이긴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내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에 동행한 A군의 고모는 A군이 어머니의 집착때문에 힘든 속에서 아버지도 곁에 없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군이 심하게 학대당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A군은 큰아버지와의 면회에서 "혼자라고 생각해 누구에게도 힘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어머니 B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했으며, 오는 28일 프로파일러를 불러 A군의 심리상태를 분석할 방침이다. [민중의소리=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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