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양뉴스] 정기현 기자 = 전년과 마찬가지로 이달부터 내달까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제도가 시행 중인 가운데, 한시적 완화가 아닌 전기요금 전면 개편, 에너지 빈곤층을 배려한 정책 시행 등 근본적 개편방안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방안과 경기도의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제도가 저소득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 등 제도 시행에 따른 득과 실을 살펴봤다.
28일 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제도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 두 달간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확대해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로, 1단계 구간은 현재 200㎾h 이하에서 300㎾h 이하로, 2단계는 201~400㎾h에서 301~450㎾h로, 3단계는 400㎾h 초과에서 450㎾h 초과로 확대 시행 중이다.
할인적용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 할인액은 가구당 월 평균 1만142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누진제 완화 혜택이 전기 다소비 가구 등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50㎾h를 사용하는 가구의 할인액이 2만2510원으로 가장 많으며, 250㎾h를 사용하는 가구의 할인액은 6170원으로 가장 적었다. 전기소비량 200㎾h 미만 가구는 이번 개편안을 통한 별도의 할인혜택이 없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월 전기 사용량이 200㎾h 이하인 가구에 4000원 한도로 요금을 할인해 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수혜가구 892만 가구 중 전기소비 취약계층은 16만여 가구이며, 저소득층보다 1~2인 중위소득 이상 가구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누진제 개편안으로 2847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개편 및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폐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어서 냉방기기를 가동할 여력이 없는 에너지 빈곤층은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혜택 없이 전기요금 인상효과만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외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 목표와 상충 ▲이에 따른 에너지 신산업 육성 및 고용창출 차질 ▲주택용 전기소비량 증가에 따른 석탄화력발전 의존으로 미세먼지 및 기후변화 심화 등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김태영 연구위원은 “누진제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용·일반용 전기요금까지 고려한 전면적인 개편안이 필요하다”며 “가정의 냉방권을 확보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누진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1㎾h당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최저 수준인 반면 누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1인당 주택용 전기사용량 수준이 낮은 것은 누진세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에너지 빈곤층은 현재의 누진제 개편안 및 향후 전기요금 개편에 따른 혜택 없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불이익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 바우처 제공 ▲쿨루프 사업 ▲단열 지원 사업 ▲에어컨 설치 또는 교체 지원 등 에너지 빈곤층의 냉방권을 확보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