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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녹색취미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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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녹색취미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이유'
  • 윤진오
  • 승인 2020.10.1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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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명장 이대건 박사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동양뉴스] 현대인의 삶은 버겁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성장은 커녕 삶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최첨단화된 과학 문명으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심신의 스트레스는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정서적·신체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공황장애·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버거운 삶을 잊으려고 발버둥치다 알코올에 의존해 삶을 망가뜨리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현대인들의 삶을 안정시켜주는데 녹색 취미가 적격이다. 사람은 쉼이 필요하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대지가 확 트인 초록의 공간으로 가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본능적으로 녹색 공간에 가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녹색 공간에서의 쉼은 심신을 회복하는 데 좋다.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충전하는 데 녹색 공간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연으로 돌아가 살려는 로망이 있다. 아파트를 떠나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자연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누리며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다. 이건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녹색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이런 본능을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녹색갈증(biophilia)'이라고 표현했다. 녹색 공간에 있어야 안정감을 누리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슨 교수의 주장에 원예치료사인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필자는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힘이 들면 난실로 들어가 대화를 나눈다. "난초야, 난초야, 너는 참 좋겠다! 돈도 명예도 욕심도 필요가 없으니." 그러면 난초도 이런 말을 들려준다. "내려놓으면 편안해질 거야."

이 정도 이야기하면 조금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초를 아는 사람은 충분히 공감한다. 난초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난초와 마음 깊은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하다 보면 지친 심신이 회복되는 것이다. 눈의 피로도 녹색 풍경을 보면 풀린다.

난초는 다육이나 관엽 식물처럼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인간과 유일하게 친구, 애인, 스승이 될 수 있는 영초(靈草)이다. 예로부터 난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춘란을 마약류의 하나로 분류했다. 그 이유는 원예치료적 효능이 탁월해 한 번 효과를 체험하면 자연스레 죽는 날까지 함께하기 때문이다.

요즘 원예치료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그만큼 삶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삶에 활력소가 필요할 때면 춘란을 가까이하면 좋다. 잎에 나타난 무늬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고 작품성이 있는 난초는 재정적인 도움도 준다. 난초가 장차 피울 꽃의 색상이나 형태를 떠올리며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줄 때면 동반자 같은 생각이 든다. 이는 난초에 희로애락, 생로병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난초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인생을 일깨워주는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난초를 가까이했던 것이다.

나는 학문적인 이론뿐만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삶이 지친 사람들에게 난초를 권한다. 가족이 가출한 것에 낙담해 알코올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J씨가 있었다. 삶의 희망을 잃은 J씨는 춘란을 만나고 난 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뀌며 변화가 일어났다. 술도 끊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J씨의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도대체 난초에 어떤 능력이 있기에 아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나요?" 필자는 J씨의 사례를 한국원예치료협회 세미나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삶이 지치고 힘든가? 스트레스로 하루하루가 고단한가? 삶에 희망이 없어 다시 일어설 기운이 없는가? 그렇다면 춘란을 만나라. 춘란과 가까이하다 보면 심신이 회복되고 살아갈 희망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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