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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이대건 박사 "난초는 취미를 넘어 문화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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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이대건 박사 "난초는 취미를 넘어 문화의 장"
  • 윤진오
  • 승인 2021.02.1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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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동양뉴스] 난초의 매력은 취미의 영역을 뛰어넘어 문화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文化, culture)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구조,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다. 즉 한 사회 구성원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 역할을 난초가 감당해왔다.

난초는 예로부터 사군자의 영역으로 선비문화를 주도했다. 선비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정신을 수양하는 데 난초를 매개체로 삼았다. 자신의 학문을 정립하고 발전시키는데 난초를 활용한 것이다. 난초가 좋은 글을 짓는 밑바탕이 되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난초는 학문이 진일보하는 데 일조를 했다.

난초는 선비문화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특정 집단과 특정 연령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문화이다. 난초를 사랑해서 배양하고 있다면 누구나 대화 상대가 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얼마 전 난 카페에 글을 올린 사람이 관심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학교가 끝나면 산으로 간다고 했다. 산에 가서 춘란 산채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춘란을 좋아해서 자신도 춘란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이 쓰는 어휘가 초보자 수준을 뛰어넘었다. 전문용어를 쓰면서 자신이 채란한 난을 자랑했다. 학생의 글을 보고 50, 60대 어른들이 함께 축하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학생이라는 이름만 빼면 여느 춘란 애호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 정도로 난초는 다양한 연령층과 교류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된다.

서로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난우회를 조직해 함께 난초를 기르기도 한다. 정해진 날에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난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며 배양 정보는 물론 난계 흐름도 나누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서로 마음에 드는 종자를 바꾸며 품종을 다변화시키고 업그레이드하는 통로로 활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니 외롭지 않아 좋다.

난초를 매개체로 만나면 어느 누구나 친구가 된다. 직업에 따라 삶의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는다. 난초가 이야기 중심이 되고 난초로 미래를 이야기한다. 서로 지란지교(芝蘭之交)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야말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문화의 장이 되는 것이다.

난초는 취미에서 웰빙으로, 웰빙에서 원예치료로, 원예치료에서 생산적 취미로, 생산적 취미에서 도시농업으로 변천에 변천을 거듭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고 내일도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사군자 문화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계층과 집단을 허물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심에 있다. 이것이 난초가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여기까지 읽은 후 의구심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 어원을 들어 설명해보겠다. 그러면 춘란이 왜 문화의 장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춘란은 ‘농업’과 ‘원예’에 속한다. 둘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농업(農業)은 agri+culture의 합성어이다. 농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직업이라는 것이다. 원예에도 같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원예(園藝)는 horti+culture이다. 역시 문화의 한 영역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춘란은 사전적인 의미만 봐도 문화의 한 영역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 장으로 한 걸음 내딛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문화인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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