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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수직사회와 명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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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수직사회와 명절증후군
  • 김원식
  • 승인 2022.08.2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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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④
이제상 박사.
이제상 박사.

[동양뉴스] 추석이 다가온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나고 친척들을 찾아뵙고 옛정을 나누고 향수를 달래는 날이다.

보고 싶었던 손자 손녀도 보고 보고 싶었던 그 마음을 실제로 확인해보는 날이자, 모두 정서적인 상호교류를 하는 즐거운 날이다. 

그러나 추석은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상처와 결핍의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는 날이 될 수 있다.

독거노인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시설아동에게는 만날 수 없어 잊고 지내는 부모, 형제들로 인해 상대적 소외감에 휩싸일 수 있다. 

특히 설과 추석의 명절이 되면 가족 간 특히 부부간 평소 참아왔던 갈등이나 불만들이 쉽게 폭발하는 시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직적’ 가족질서와 ‘수평적’ 가족질서가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핵가족이 정착되어, 집집마다 남편과 아내 중심으로 가족질서가 수평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비록 가사노동, 육아의 불균형이 아직 남아있지만 남편도 설거지나 빨래 등 일부 가사노동에 참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서로 의논해서 결정한다.

자녀들을 출가 또는 분가시키고 둘만 남은 60대, 70대 노부부도 나름대로 가사를 분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명절만 되면 2대, 3대가 함께 모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식 특히 아버지와 아들 중심의 수직적 가족질서로 변형된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질서로 회귀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종갓집 양반이 된 마냥, 제사 준비에 아예 손을 떼고 여성들만 갖은 고생을 하기 십상이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평소 남편과 동등한 입장에 있다가, 명절 때만 되면 수직적 가족질서에 편입돼 가장 하층의 가족구성원으로 추락해버린다.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평소 성격차이, 의견 다툼으로 인해 잦은 갈등을 겪어왔거나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경우 명절을 정점으로 폭발하거나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부부가 험악한 큰 소리가 오고 가는 명절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명절 때가 되면 남편들은 조마조마하며 아내의 눈치를 본다. 그 이유는 가정의 평화가 아내의 행동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와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특별한 일이 없이 원만하게 지나가기를 희망하는데, 아내의 행동에 따라서 명절 전후의 갈등이 폭발하기도 하고 사그라들기도 한다.

웬만하면 아내가 양보하고 희생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갈등이 생겨도 남자들은 적극적으로 중재하거나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통 모르는 척 회피하는 전략을 따른다.

회피하는 것이 상책인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대체로 감정적 소모가 필요한 이런 일에 서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편들이 가족질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생기는 분쟁과 갈등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이혼통계에 따르면 설, 추석 전후 1~2월과 9~10월, 가정의 달인 5월 평균 이혼율이 5%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012년~2021년 10년간 이혼 건수가 총 109만5319건으로 매월 평균 9만1276쌍의 부부가 이혼을 하는 가운데 1월에는 9만5537쌍, 10월에는 9만6112쌍의 부부가 서로 갈라섰고 5월에도 9만5922쌍의 부부가 헤어졌다.

명절은 가족 내에서, 가족구성원들 간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축제(祝祭)이다. 축제는 구성원 모두가 즐거워하는 행사이면서 엄숙한 제례의 뜻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 축제는 제례가 생략된 채 놀고먹는 행사로만 변질되고 설과 추석은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의무만 있는 제례만 남은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여성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식으로 흐른다는 점에서 공동체가 지녔던 통합기능도 훼손하고 있다.

앞으로 명절증후군을 없애고 본래 명절이 지닌 축제기능을 되살릴 수 있을까.

먼저 제사 준비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음식준비와 설거지 등 가사노동에 남성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사회의 수평적 가족질서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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