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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증시 폭락, 세계경제 '더블딥'..."해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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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증시 폭락, 세계경제 '더블딥'..."해법이 없다".
  • 조태근
  • 승인 2011.08.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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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의 더블딥(경기재침체)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뉴욕 증시가 4일(현지시간) 5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했던 직후인 지난 2008년 말 이후 최대폭이다. 유럽증시도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중심부로 재정위기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폭락했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세계경제 전체가 재침체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전날보다 512.76포인트(4.31%) 폭락한 1만 1383.68로 거래를 마쳐 2008년 12월 이후 2년 8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원인은 지난주말 미국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협상이 타결됐음에도 재정지출 감축이 합의됨에 따라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게 된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었다. 또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 우려도 '공포'의 재료가 됐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변동성지수 VIX도 이날 하루에만 무려 35% 이상 급등해 31.66까지 치솟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1분기 0.4%, 2분기 1.3%) 소식과 고용.소비 지표 악화가 경기침체를 체감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유럽에서도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주가가 이틀째 급락했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가 4.02% 폭락한 것을 비롯했, 런던증권거래소 FTSE 100 지수 -3.20%,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DAX 30 지수-3.52%를 기록했다.

문제는 공포를 상쇄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재정지출 감축안 통과로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 연준)이 또다시 달러 찍어내기, 즉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또다시 달러를 풀 경우 이미 1, 2차 양적완화로 높아진 물가가 불안해 질 수 있는데다 이미 두 차례의 양적완화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마당에 3차 양적완화에도 경제가 살아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시장이 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다.

유럽은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에 이어 스페인.이탈리아로 번지고 있는 재정위기를 막기 위한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확히 말하면 각국의 '공조'가 어려운 것. 4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과 독일 국채(분트) 사이의 수익률 차이인 스프레드는 1999년 유로 출범 이후 최대인 392베이시스포인트(1bp=0.01%)까지 벌어졌고 스페인 국채 10년물 스프레드는 400베이시스포인트를 기록했다. 일단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향후 경기회복이 둔화될 가능성을 들어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 이래 중단한 유럽 각국의 국채 매입도 재개했으나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위기를 겪는 국가들의 국채금리는 그다지 내려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유럽판 IMF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지난 6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기존 2천500억 유로에서 4천400억 유로로 증액된 EFSF의 추가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실탄'을 댈 국가들의 반대로 증액이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이다. 스페인.이탈리아는 물론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자금 마련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이제는 EFSF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돈(유로화)을 찍을 수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의 개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자 톱기사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저금리 기조에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 해결책이 없다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더 이상 수단이 없는 각국이 환율 개입을 통한 수출증대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는 '환율전쟁' 재연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 서울 G20회담 합의가 사실상 파기되는 것을 뜻한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중앙은행들이 경기 촉진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옵션이 부족하다'는 제목의 분석에서 핵심은 재정난을 순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점이라면서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부분 '제로 금리'인 상황에서 더 이상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라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며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빅3' 국가들 정상도 이날 긴급 전화 정상회의를 열어 재정위기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경제가 일시적 침체 후 회복될 것이라는 이른바 '소프트패치'론이 득세했지만, 이제는 다수가 세계경제가 사실상 더블딥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경제예측의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더블딥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더블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개월 전 20~25%이던 더블딥 확률이 지금은 35%~4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조태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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