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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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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 걸까?
  • 정웅재
  • 승인 2011.08.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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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사활을 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승부수는 통할까? 오 시장은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은 그러나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오 시장의 전격적인 입장 표명은 현재 불리하게 흐르고 있는 주민투표 국면을 뒤집기 위한 승부수다. 당 안팎의 분위기 모두 오세훈 시장에겐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시장의 주민투표에 대해 못 마땅해 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고 주민투표에까지 부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도부 중에서도 남경필, 유승민 최고위원이 오 시장의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의견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차례 표명해왔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주민투표 결과에 시     ©민중의소리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에 SOS, 그러나...

대선후보 지지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서울시장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오세훈 시장이 '대선 불출마'라는 다소 뜬금없는 카드를 꺼낸 것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나라당내 '친박계'에 'SOS'를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원에 손을 놓고 있는 친박계를 향해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는 메세지를 보낸 거라는 것이다.

친박계라고 모두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고 의원의 성향에 따라 결이 다르긴 하다. 그러나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카드가 기존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정적이었던 친박계 의원들을 설득하는 효과는 없어 보인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을 하기 위해 (지난해) 선거에 나온 거 아니냐. 시장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대선 불출마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탐탁치 않아 했다. 그는 또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고 이 한여름에 투표를 해서 한 달만에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낸다는 게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시의회 구조가 민주당이 다수당인데 현실적으로 그걸 부인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은 "시장이 저러고 있으니..."라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주민투표를 아예 시작을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하지만 투표율 33.3%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 밖 상황도 여의치 않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오는 24일 실시되고, 오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되는데 서울지역 유권자 836만명 중 약 278만명이 투표해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개표가 가능하다. 이 투표율을 넘지 못하면 투표함 자체를 개봉하지 못하고 투표가 무산된다.

투표 직전 '시장직 연계' 정면승부 가능성

문제는 야당과 무상급식 찬성운동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가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를 꾸리고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는데 있다. 이들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대권행보를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됐다면서 투표 거부운동을 벌여 주민투표를 무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이 적극적으로 투표 불참운동을 조직하고 있고, 한 여름 휴가철에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가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9일 마감된 부재자투표 신고 현황을 보면, 주민투표 유권자 836만명 중 10만2천831명이 부재자신고를 해 신고율이 1.2%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간 실시된 서울지역 주요 선거 부재자 신고율 중 최저 수준이다. 유권자가 820만명 이었던 지난해 지방선거 부재자신고수는 15만4천721명으로 신고율이 1.9%였다. 18대 총선에서도 14만여명이 신고해 신고율이 1.8%였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연계할지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은 유보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오 시장은 "열흘 남짓 기간이 남았다. 시민 여러분의 뜻을 묻고 당과도 긴밀히 협의한 끝에 입장이 서면 투표전에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11일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건다면 투표율이 5%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어 유혹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혈세 낭비, 자신의 대선행보를 위한 정치적 선택 등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주민투표가 무산되면 오 시장을 향한 사퇴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오 시장으로서도 남은 3년 임기 동안 사실상 식물시장으로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 끌려다니느니 보수의 기치를 높이 들다 장렬하게 전사한 '보수 아이콘'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투표율 5%'의 유혹으로 인해 시장직을 걸어서 정면승부를 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중의소리=정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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