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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위기, 2008년 리먼 때와는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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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위기, 2008년 리먼 때와는 다르다고?
  • 조태근
  • 승인 2011.08.1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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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리먼 파산 전후와, 올해 뉴욕증시 S&P500지수 추이     ©뉴욕타임스

"주가만 빠지고 있을 뿐 다른 지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전혀 다르다."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지난 8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국내 관료들과 주류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보내고 있는 메세지는 '이번 위기는 2008년 리먼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국내적으로는 펀더멘탈로 불리는 수출로 대표되는 성장률, 외환보유고,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이며 해외에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어쨌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2008년 리먼 사태가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를 불러와 세계경제 전체를 출렁이게 만든 데 비해 이번 위기는 국가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분석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리먼 사태 때는 각국의 경기부양 공조와 금융시스템 개혁이라는 해법이 있었던 반면 이번 위기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2008년 보다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의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상환 능력을 벗어난 개인의 과도한 부채를 유도한 월스트리트, 그리고 이를 용인한 금융시스템 때문이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천문학적 인센티브를 위해 위험을 숨긴 채 피라미드형으로 차입했고,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미국 정부는 이를 규제하지 않고 오히려 저금리를 고수하거나 파생금융상품 규제를 완화했다.

2011년 8월의 위기도 빚의 주체만 다를 뿐 빚 때문에 발생했다. 전개 양상도 유사하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짧게는 지난 5월 연방정부 누적부채 한도 초과에 대해 미국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데서 볼 수 있듯이 위기의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부채였다. 지난해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올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까지 번지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역시 국가 부채가 문제의 원인이다.

위기의 전개 방식은 2008년 위기가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 위기로 점화돼 9월 리먼브러더스와 AIG를 거치면서 확대됐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지난해부터 초부터 시작된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거치면서 다른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증폭됐다. 뉴욕타임스는 이탈리아, 스페인이 2008년 리먼, AIG와 같은 카산드라(아무도 믿지 않는 불길한 예언을 하지만 결국 예언이 적중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포르투갈의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그리고 프랑스의 등급 강등설이 나옴에 따라 재정위기가 세계적으로 번지는 양상을 띠는 점도 2008년 리먼 사태의 당시 도미노 처럼 번진 양상과 비슷한 도미노 현상을 띄고 있다.

문제는 이번 위기의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이번 위기와 관련 금융시스템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2008년 처럼 즉각적인 위기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펀더멘탈은 괜찮다"는 미국과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언사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경우 급속한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올해 6월까지 두 차례 걸쳐 막대한 달러를 찍어냈기(1, 2차 양적환화) 때문에 또다시 양적완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상승 압력도 있지만, 앞선 2차례의 양적완화 조치가 경기회복에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출신의 샘 핸슨 뱅크오브아메리카 주택담보대출 책임자는 "2008년과 지금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실탄이 다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유럽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안정 목표를 넘어서 각국에 재정을 투입(국채 매입)하고 있지만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그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는 올해 포르투갈에 이어 그리스 2차 추가구제금융, 더 나아가 이탈리아.스페인 지원까지 염두에 둬야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재정이 튼튼한 나라들이 EFSF에 추가로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국가들 입장에서는 자칫 재정위기 국가들의 부채를 떠안을 경우 자신들도 위험해 질 수 있고, 더 이상의 재정투입이 자국의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리먼 사태 따는 G20으로 대표되는 각국 정부가 공조를 통해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금융개혁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이번 위기 국면에서는 위기 해결의 주체가 능력을 상실한 상황인 것.

대럴 더피 스탠포드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2008년 처럼 나쁘지는 않지만, 이번 국가부채 위기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보다 훨씬 글로벌한 양상을 띠고 있어 위기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중의소리=조태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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