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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결과 뻔한 주민투표 싸움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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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결과 뻔한 주민투표 싸움 하는 이유
  • 정웅재
  • 승인 2011.08.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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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여야는 각각 '투표참여', '투표불참'을 호소하면서 거리 선전전을 본격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주민투표 안내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홍보전에 나섰다. 야5당과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도 광화문에서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는 거부하자"며 주민투표 거부 캠페인을 벌였다.

일 주일 뒤, 승자가 누가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투표함 개봉 기준인 투표율 33.3%를 넘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심지어는 오세훈 시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전화 인터뷰에서 "투표율이 3분의 1이 돼야 비로소 개봉을 할 수 있는데, 3분의 1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거리 홍보전 때 "오 시장 본인도 투표율 33.3%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예,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33.3%를 넘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좀더 객관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지표도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에서 268만여 표를 얻었다. 당시 서울에서 506만여 명이 투표를 했으니, 53.2%를 득표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얻은 268만여 표를 당시 서울 유권자 804만여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서울 총 유권자 대비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33.4%가 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봉 기준인 33.3%와 거의 같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 33.4%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던 대선에서 여야 모두 투표 참여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 여름 평일에 실시되고 서울시민들의 관심도 대선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더구나 야권은 투표 불참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자 또는 오세훈 시장 지지자만 투표장에 나서게 될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서울에서 득표한 268만여 표 이상 얻는다는 것은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은 결과가 뻔한 투표를 왜 밀어붙이는 것일까? 만약,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는 넘지 못해도 20% 후반대로 나온다면, 오세훈 시장은 보수진영내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보수의 기치를 들고 결단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대선후보군 내에서 자기 체급을 올릴 수도 있다.

즉, 오세훈 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대권 꿈을 향한 '급행티켓'은 될 수 없어도 '완행티켓'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중의소리=정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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