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주민투표 안내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홍보전에 나섰다. 야5당과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도 광화문에서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는 거부하자"며 주민투표 거부 캠페인을 벌였다.
일 주일 뒤, 승자가 누가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투표함 개봉 기준인 투표율 33.3%를 넘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심지어는 오세훈 시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전화 인터뷰에서 "투표율이 3분의 1이 돼야 비로소 개봉을 할 수 있는데, 3분의 1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거리 홍보전 때 "오 시장 본인도 투표율 33.3%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예,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33.3%를 넘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좀더 객관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지표도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에서 268만여 표를 얻었다. 당시 서울에서 506만여 명이 투표를 했으니, 53.2%를 득표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얻은 268만여 표를 당시 서울 유권자 804만여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서울 총 유권자 대비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33.4%가 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봉 기준인 33.3%와 거의 같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 33.4%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던 대선에서 여야 모두 투표 참여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 여름 평일에 실시되고 서울시민들의 관심도 대선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더구나 야권은 투표 불참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자 또는 오세훈 시장 지지자만 투표장에 나서게 될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서울에서 득표한 268만여 표 이상 얻는다는 것은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은 결과가 뻔한 투표를 왜 밀어붙이는 것일까? 만약,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는 넘지 못해도 20% 후반대로 나온다면, 오세훈 시장은 보수진영내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보수의 기치를 들고 결단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대선후보군 내에서 자기 체급을 올릴 수도 있다.
즉, 오세훈 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대권 꿈을 향한 '급행티켓'은 될 수 없어도 '완행티켓'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중의소리=정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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