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4:16 (목)
국가보안법 '무죄' 최보경 교사 "검찰, 6.15공동선언을 대남적화통일전략이라고"
상태바
국가보안법 '무죄' 최보경 교사 "검찰, 6.15공동선언을 대남적화통일전략이라고"
  • 운영자
  • 승인 2011.08.18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보안법 수사, 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수사를 받을 것이란 예측을 했어요. 그들이 빼앗긴 10년을 하루라도 빨리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피해가 나한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경남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최보경 교사(간디학교)는 지난 2월 창원지법에서 무죄판결이 날 때까지 횟수로 4년간 검찰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를 놓고 다퉈야했다.

최 교사는 국가보안법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좌파정권에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고 했잖아요. 공안정국 조성하면서 반대세력을 묶어 놓으려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특히 저는 전교조 교사잖아요. 전교조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하면 사회적인 파장을 키우면서 전교조를 죽일 수 있고 민족민주진영도 옥죌 수 있어요."

공교롭게도 그는 압수수색을 당하는 날 경남교육청 통일교육 연수의 일환으로 지역의 동료 교사들과 함께 북한에 있었다. 당시 경찰은 장인, 장모, 아내, 처남, 두 딸이 있는 집과 동료 교사가 당직을 서고 있던 학교로 찾아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경찰은 컴퓨터 3대 하드디스크, 시디 11장, 수행평가지, 교무일지 등을 압수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도서 '우리 역사 이야기'나 KBS 'VJ 특공대', EBS '지식e채널' 등도 모두 압수했다.

"갑자기 카메라부터 들이밀면서 압수수색을 하니 아내와 장인, 장모가 많이 놀랐어요.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압수수색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많이 놀랐죠. 당시 북한과 관련된 것은 뭐든지 다 가져갔어요. 공중파에서 나온 것까지 다 압수해가는 것을 보면서 황당했죠."

"검찰이 고등학교 교과서 나오는 내용도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최 교사는 '6.15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대남 혁명 통일전술', '5.18 당시 오월의 노래, 광주시민궐기문은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검찰에 맞서야만 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도 이적표현물이라고 했어요. 검찰이 박정희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군부독재 시절 자신들이 배운 것을 잣대로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어요. 그들이 말하는 친북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그가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 집필한 '역사배움책'이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문제풀이, 암기 중심으로 진행되는 역사수업과 달리 학생 스스로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별도 교재”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세계사도 있고, 우리나라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총정리돼 있다. 이중 문제가 된 것은 근현대사였다.

“검찰이 한국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쓴 포고문과 소련이 쓴 포고문을 올린 것을 보고 문제를 삼더라고요. 양측의 포고문을 비교한 것인데 검찰에서 ‘미국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고요. 전 소련을 해방군으로 표현한 적이 없어요. 있는 그대로 포고문만 올렸어요. 당시 미국은 스스로를 점령군이라 표현한 포고문을 작성했고 소련은 당시 ‘조선인민을 위한 정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포고문을 작성했었죠. 그런데 저보고 미국을 점령군, 소련을 해방군으로 편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묘사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이후 4.19, 5.18, 6.10 등 민주화 운동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술도 문제를 삼았다. 그는 “검찰은 '북한에 대해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남한 정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하면서 북을 찬양했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제공한 자료들인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조사를 했어요. 박정희 대통령만 해도 지지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의 글을 같이 실었어요. 그리고 모든 판단은 학생에게 맡겼는데 검찰은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하더라고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악용된 국가보안법, 정권 비판적인 사람 옥죄는 수단"

그래서 그는 치밀하게 법정 싸움을 준비했다. 최 교사가 집필한 책을 감정한 검찰측 인사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책을 감정해 검찰에게 제공한 인사들이 “뉴라이트 성향의 한 학회 구성원들”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에 따르면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했다가 떨어지거나 공천위에서 활동했던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정상적인 법이 아닙니다. 1948년 여순사건을 계기로 좌익을 척결하기 위해 만든 법이에요. 이후 국가보안법은 권력을 유지하는 법으로 작용해 왔어요. 제 사건도 그렇고 최근 ‘민족21’사건 등 최근 일어나는 국가보안법 사건들이 다 마찬가지 맥락이에요.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옥죄는 수단인 것이죠.”

그는 최근 “종북.좌익 세력과 전쟁”을 선포한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나타냈다.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민주진보 진영의 단결을 차단하기 위한 선언이 아니냐는 것이다.

“저는 남과 북이 통일을 하는 데 있어 6.15공동선언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반면 검찰측에선 ‘6.15공동선언’을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으로 보고 있죠. 이것은 관점의 차이에요. 하지만 검찰이 관점의 차이를 문제삼아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종북’이라는 표현도 이해할 수 없어요. ‘종북’이라는 것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남한 사람들을 의식화한다’는 것인데,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근거없이 몰아가는 표현으로 사용해선 안되요. 검찰총장이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하거나 진보양심개혁 세력의 분영을 조장하기 위한 잘못된 표현이에요.”

그는 국가보안법 수사 과정에서 받은 ‘트라우마’(심리적 외상)에 아직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개인적으로 사용한 이메일이 증거자료로 채택되는 것을 본 이후엔 ‘지금도 도.감청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최 교사는 “수업을 하다가도 ‘이런 말을 해도 되나’라고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교사라는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파괴, 검열하게 만드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끝까지 싸워 무죄 얻어 낼 것"

1심 무죄 판결 이후 검찰은 항소를 했다. 지난달에는 1차 공판도 열렸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항소심 역시 ‘이변이 없는 한’ 무죄 판결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을 때까지 횟수로 4년 동안 학생, 학부모들이 2~3명씩 번갈아가며 매일 단식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촛불문화제도 했습니다. 저 역시 검찰하고 치밀하게 싸워서 공소장을 3번이나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저와 제 주변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을 경우 두 손을 들어 항복하거나 맞서 싸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끝까지 싸워 무죄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 인권을 침해하고 통일을 가로막는 법입니다. 항소심에서도 자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