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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의 세포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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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의 세포 분열
  • 김승환
  • 승인 2012.09.19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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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의 불·탈법에 대해 신고를 한 후 포상금을 받는 일명 ‘학파라치’ 도입 3년여 만에 경기지역에서만 학파라치 포상금으로 8억6천여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 의원(새·고양 덕양을)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파라치 도입 이후 경기도내 학원가의 불법·탈법에 대해 총 1만4천92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2천247건이 포상을 받아 모두 8억5천879만5천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원래 시작은 파파라치였다. 세계의 연인이라 불렸던, 그러나 사생활은 불행하기만 했던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파파라치의 가장 훌륭한 먹잇감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원조 파파라치는 사실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상당한 정도의 방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영화제나 연예인의 결혼식 등에 앞서 포토라인에 서는 경우 말고, 누군가가 허락 없이 사진을 찍거나, 특히 그 사진을 상업 목적으로 사용하면 당장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다.
 
때문에 한국에서 파파라치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을 겨냥하고 있다. 파파라치의 눈길이, 아니 렌즈가 닿지 않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종류도 무천이나 다양하다.
 
카파라치(불법운전 신고),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신고), 식파라치(음식물관리법 위반), 자파라치(자판기 불법설치 신고),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신고), 표파라치(선거 부정 신고).... 그야말로 ‘~파라치’앞에 한 글자씩만 붙이면 별의별 파라치가 생기는 꼴이다. 모두 신고에 따른 포상금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각종 파라치들이 증거 수집을 위해 필요한 고성능 촬영 도구를 앞 다퉈 구입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파라치 생활을 하는지 알수는 없지만,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단속의 적격을 갖추지 못한 일반 시민이 다른 시민을 감시하도록 국가가 나서서 부추기는 것은 시민 사이의 불신을 조장하는 일이다. 시민들에게 몇 푼의 돈을 쥐어 주고서는 국가가 할 일을 떠넘기는 일이기도 하다.
 
상점 주인이 20원을 받지 않고 비닐봉투를 주어다면 환경 정책 측면에서 잘못한 일이고, 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점 주인의 초상권을 포함한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이 함부로 침해당해도 좋을 만큼의 잘못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각종 파라치로 일하는 사람들도 파파라치란 말이 이탈리아어로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파리 떼”를 뜻한다는 것쯤은 알아 두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돈도 좋지만, 사람이 벌레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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