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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은 '보여주기式' 현지지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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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은 '보여주기式' 현지지도의 함정
  • 박영애 기자
  • 승인 2012.09.2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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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지도에 대한 의존 심화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도
▲ 동양뉴수통신=박영애기자
집권 9개월을 보낸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현지지도라는 '보여주기식' 정치에 푹 빠진 듯하다.

김정은의 초기 현지지도는 원거리에서 촬영한 영상들이 많았지만 최근은 근거리 영상이 대부분이다.

 초기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던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아주 자신감에 넘쳐있고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지난 6월 6일 소년단 행사 때만해도 어린 소년, 소녀들의 열광적인 환영에 어색해 하더니 지금은 걸음이나 손짓, 몸짓이 자연스러워졌고 그만의 스타일을 연출하기도 한다.
 
현지지도 과정에서 군인과 민간인 모두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는가 하면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인민의 집까지 방문했다.
 
그러나 이런 현지지도 정치방식은 어린 나이의 정치 초년생인 김정은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지만 오래 즐길수록 치명적인 독이 된다.
 
우선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 최고 권력을 일거에 거머쥐었지만 후견정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지도 정치에 대한 의존 심화와 장기화는 꼭두각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젊은 김정은이 후견인에 의해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또는 젊음의 즉흥적인 욕망으로 현지지도를 하다보면 그 재미의 '쏠쏠함'으로 현지지도를 즐길 가능성이 높다.
 
내부 경제난과 체제난의 해결이라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에 치중할 수 있단 얘기다.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권력 완성과 유지를 위해 김일성, 김정일의 정치방식 답습에 의존하고 있단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현지지도 정치방식에 치중하면 스스로의 스타일에 매료돼 권력을 과잉 인식할 수 있다.
 
 이러면 상황관리를 제대로 못해 내부 조직 관리나 통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김정은이 외형적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장성택, 최룡해, 김경희 등과 일정정도의 권력 분산 형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불안요소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김정은 권력행사가 사전에 후견인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서류에 사인하거나 현지지도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현지지도 과정에서 보이는 이런저런 관찰과 질문, 지시를 하는 모습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현지지도에서 김정은이 즉흥적으로 내리는 지시들이 현실에 집행되거나 장기간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증명됐다.
 
북한은 유일권력의 절대화, 신격화로 지도자의 정당성이 보장되는 나라로 김일성의 교시나 김정일의 지시, 말씀 등이 법률보다 상위에 있다. 때문에 현지지도 과정에서 지시한 것은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의무성을 띠게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지시가 현실성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실천되기 어렵다.
 
보다 심각한 것은 김일성, 김정일의 현지지도 교시나 지시, 말씀 등으로 인해 북한의 정치, 경제, 행정이 혼란에 빠졌고 결국에는 오늘의 북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현지지도를 즐겼고 또 선전에 적극 활용하게 된 원인도 알고 보면 1950년대에 반대세력들을 누르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김정일 역시 1970년대에 후계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현지지도였고 이것을 적극 선전하면서 후계자의 업적과 정당성을 쌓았다. 당시 북한주민들이 매일같이 학습해야 했던 '인민의 지도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덕성 실기'는 김정일 현지지도를 우상화한 선전물이었다.
김정일은 현지지도를 통해 김일성을 속여 꼭두각시로 만들었고 자신의 절대 권력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 경제는 파산했고 결국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대량아사가 발생해 3백만이 넘는 인민이 굶어죽었지만 김정일은 죽기 직전까지 현지지도를 멈추지 않았다.
 
국가보다는 권력을 중시한 김정일에게 현지지도는 곧 권력이었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애용했던 정치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정은의 현재 조건은 김정일 시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적극적 지원과 비교적 안정된 경제와 높은 충성심 속에서 독자적으로 현지지도를 하면서 단기간에 후계자의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고모 김경희와 언젠가는 적수가 될 수 있는 장성택과 최룡해의 후견 속에서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또 경제도 최악이고 인민의 충성심도 지극히 낮은 상태다.
 
현지지도의 목적에서도 김정일은 권력을 장악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권력유지의 차원에서 현지지도를 애용했다.
 
현지지도의 장단점을 잘 알고 즐겼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현지지도 그 자체를 권력으로 알고 즐기는 어리석음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지지도서 군인, 인민들과 악수하며 포옹하고 사람들이 만세 부르고 좋아하는 모습에 김정은 자신도 모르게 중독될 수 있다.
 
 김정은은 젊기 때문에 인민들이 숭배하고 찬양하는 것에 중독되면 무엇이 좋고 나쁘고, 잘되고 잘못되는지를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난과 식량난 심화로 불안감이 증폭될수록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지도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다보면 김정은의 권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김정은이 현재까지 몇 가지 새로운 이벤트를 제외하곤 새로운 지도자의 리더십이나 비전, 능력 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일각에선 김정은 정권이 변화할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나 경제협력,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지지도 정치의 본질도 모른 채 권력과시에 여념이 없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고 지원과 협력을 하다보면 남북관계와 통일은 또다시 10년 후퇴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승철 대북라디오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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