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식 낮은 국회, 침묵의 카르텔
상태바
윤리의식 낮은 국회, 침묵의 카르텔
  • 김경희
  • 승인 2011.09.01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용석 의원 제명안 부결.     ©민중의소리

 
역시 금배지(金badge)의 힘은 위대하다.

방청석에서 숨을 죽이던 시민단체 관계자와 기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몰아내는 힘, 제 동료를 감싸 안는 진한 동지애와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살신성인의 변명, 그 후의 무기명 표결로 드러난 국회의 공고한 카르텔.

이념의 대결은 때로는 여야를 가르고 겉으로는 대단히 갈라선 것처럼 국회를 요동치며 몸싸움도 불사하지만, 뇌물과 뒷돈, 야합이나 뒷거래, 비리와 부정, 성희롱의 망언에 이르기까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안에는 관용의 동업자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관련 징계안이 많은 수의 반대표로 통과되지 않은 것은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성의식의 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고, 더구나 ‘죄없는 자 돌을 던지라며’ 옹호발언을 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발언은 누워서 침뱉는 식의 개그 한마당을 보는 것 같아 허탈하다.

자신들의 윤리의식을 드러내기에 부담스럽고 동료의원을 징계하는 사안이라서 비공개로 진행하는지는 몰라도 비난을 감수하며 비공개 본회의를 진행하더니,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단상에서 매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징계 심의를 받는 당사자가 변명을 하는 사례는 봤어도 다른 의원이 옹호발언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발언 후 쏟아질 비난도 감수하겠다며 시작한 내용은 본회의장을 쥐죽은 듯 조용하게 만들며, 일부 의원들은 어쩔 수 없이 범죄자가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잘못을 저지르면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할 줄 알고, 죄를 지으면 죄과를 치러야 당연한 일인데, 국회는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포기해 버렸다.

의원 징계안, 국회 윤리위 통과도 사실상 불가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는 우리 정치 현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18대 국회에서 57건의 의원 징계안이 발의되었지만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 단계인 윤리특위를 통과한 일도 이번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유일했다.

국회의원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간 사례도 드물다. 19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의원에 대한 제명이 정치적 탄압차원에서 이뤄진 후 무려 32년만의 일이다. 국회의원들의 부도덕한 처신과 수많은 비위 행위들이 행해져도 국회는 단 한번도 제 식구들을 제명시키겠다고 스스로 자정작용의 노력을 시도한 일조차 없었다.

이번 제명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여야의 행태는 개탄스런 수준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제명안 찬반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하도록 했고, 며칠 전부터 여야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명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모은 것 같다. 1개월 국회 출석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 정도 수준에서 징계하고 끝내자는 의기투합이 이루어진 것에 분노가 치민다.

적절치 못한 성희롱발언으로 징역6월에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고 한나라당에서 제명되고 출당된 강용석 의원도 한심하지만, 그런 행태를 별스럽지 않게 여기고,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로 의원직 박탈까지 거론되는 자체를 ‘재수없게 운이 나쁜 경우로’ 동정하는 국회의원들의 낮은 윤리의식에 더 화가 난다.

성희롱에 대해 관대하고, 스스로의 자정력을 상실한 반인권적 18대 국회에 유권자들은 분노한다. 유권자들은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머리 조아리는 가장 막강한 힘이다. 막강한 금배지의 힘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국회는 기억하기 바란다. [김경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