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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기초보장제'로 비수급 19만 명 생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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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기초보장제'로 비수급 19만 명 생계지원
  • 오윤옥 기자
  • 승인 2012.10.2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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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서비스 부담금 100% 지원 내년 시작
69세 김 할머니는 빈곤층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자식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모르고 할머니에게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와 같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을 비롯해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복지기준을 담은 ‘서울시민복지기준’을 마련해 22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복지기준 마련 과정의 일환이었던 ‘1000인의 원탁회의’ 최연소 참가자인 남우현군(11), 여성 최고령 참여자이신 강옥임 할머니(74)에게 ‘서울시민복지기준’ 보고서를 전달, 추진의지를 전했다.

추진 9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울시민복지기준’은 지난 4월 연구진이 제시한 초안을 놓고 시민 의견을 들어 지속적으로 수정, 마지막으로 최종 확정된 안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대표와 전문가, 관련공무원 등이 162회의 논의 과정을 촘촘히 거쳤으며, 무엇보다 복지기준의 주인공인 시민들이 온라인, 청책워크숍, 1000인의 원탁회의, 서울복지메아리단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과정에 함께해 400건에 달하는 의견이 실제 반영됐다.

도시 특성에 맞는 복지가이드라인을 앞서 마련한 외국 사례는 있지만,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진 복지기준이다.

일본 도쿄에서는 이미 1960년대에 Civil Minimum 이란 이름으로 복지기준이 세워졌고, 영국 런던에서도 런던플랜이 수십 년 미래를 내다보며 차근차근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서울은 타 시도에 비해 물가수준이 높고 지역별 생활 격차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대표적 복지기준이라 할 수 있는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 수준으로 정해져 서울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서울만의 복지기준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서울시 내에서도 지역별로 다른 복지자원과 혜택은 시민들에게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삶을 사는 것과 같은 차별감을 줘 왔다.

‘서울시민복지기준’은 시민생활과 밀접한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5대 영역별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최저기준’은 시민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보장할 기준, ‘적정기준’은 최저기준을 넘어 시민이 보다 질 높은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총 102개 사업(신규 36개, 기존 66개), 특히 59개의 중점사업을 통해 서울시민의 최저생활수준을 보장하고 적정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종합 지원함으로써 일상생활 주요 영역의 격차를 좁히고 서울시민 삶의 질 전반을 향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A구에 사는 이 모씨(여, 58)는 파지를 주워 팔며 생활하고 있으나,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아들의 소득이 정부의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
 
B구에 사는 정 모씨(남, 42)는 1년 전 해고되어 소득이 없이 살고 있으나 7천만 원 남짓한 전셋집이 있다는 이유로 역시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소득 분야'의 최저기준은 “서울시 특성에 맞는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 앞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에 미달돼도 지원의 길이 열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 약 50만 명 중 29만 명이 기초적인 소득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민의 최저생활 유지에 필요한 생계비는 4인가구 기준 1,738천원으로 정부가 발표한 4인가구 최저생계비 1,496천원의 116%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는 이 씨와 같이 현행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등을 통해 지원, 가난의 두려움 없이 삶의 목표를 가질 수 있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핵심적으로 도입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기준을 완화, 비수급 빈곤층 19만 명에 대해 기초생활수급자의 1/2수준의 생계급여와 기초생활수급자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 해산·장제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다.

시는 관련 조례 제정과 대상자 발굴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추진하되, 서울시의 재정상황을 감안해 내년에는 최저생계비 60% 이하 6만명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2018년까지 점차적으로 대상자를 최저생계비의 1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를 통한 생산적 소득보장을 위해 2018년까지 청년일자리 2만 5천개, 여성일자리 2만 7천개, 지역공동체 중심의 노인일자리 10만개를 확충하는 한편, 최저생계비 100%~116%의 서울형 차상위계층 6천명에 대한 자활근로 기회를 추가로 제공한다.

더 나아가, 저임금 근로자가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임금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제’ 도입에 대한 연구용역을 내년 중에 실시, 2014년 서울시 유관기관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참여를 원하는 민간기업도 도입 가능하다.

서울시는 최저기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시민의 소득이 국제적 빈곤기준선인 서울시 전체가구 중위소득의 50% 수준 이상”이 되도록 적정기준을 정했다. 국제적으로 상대적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중위소득 50% 이하의 소득을 가진 서울시민은 약 112만 명으로 추정된다.

C구에서 반 지하 단칸방에 홀로 거주하는 최**씨(남, 50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50만원 남짓한 급여를 받고 있으나, 이 중 60%에 해당하는 30만원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높은 난방비가 걱정되어 보일러를 켜지 못하고 냉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가장 큰 걱정인 '주거 분야'의 최저기준은 “임대료 비중이 소득의 30%가 넘지 않도록 지원하고, 주거 공간을 43㎡ 이상 확보하는 것”으로 정했다. 여기엔 시민 누구도 한뎃잠을 자거나 거주에 부적합한 곳에서 살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현재 소득 하위 20% 시민의 소득대비 임대료 비중은 41.9%에 달하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리적 주거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가구도 11.9%에 이르고 있어, 높은 주거비로 인한 생활 안정 저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20년까지 주택재고의 10%까지 공공임대주택을 확충 ?주택바우처를 통한 주거비 보조 확대 ?주택에너지효율화 사업을 통한 난방비 부담 감소 등 다각도의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주거와 휴먼서비스를 결합한 노인·장애인 지원주택 1,500호를 2018년까지 공급함으로써 시설 수용 위주의 복지 제공을 지양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 생활하면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거 분야 적정기준은 “임대료가 소득의 25%이하, 4인 표준가구 기준으로 주거 공간 54㎡ 확보”로 설정, 최저기준 충족을 넘어 적정기준 달성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시는 밝혔다.


만 3세의 딸을 둔 D구의 박 모씨(여, 34)는 2년을 대기하여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게 되었으나, 먼 거리로 인한 불편함으로 최근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사립 어린이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E구에 홀로 사시는 김 할머니(여, 80)는 소득도 없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이 매우 불편하지만 본인부담금 부담 때문에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받기를 미루고 있다.

'돌봄 분야' 최저기준은 영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이 “가구소득의 10% 이내의 지출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양육부담으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시민, 최소한의 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 연극 한 편 맘 놓고 못 보는 장애인 시민의 돌봄 부담을 덜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동별 2개소 이상 배치해 2020년까지 전체 어린이집의 30%이상이 되도록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의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10.8%에 불과, 대기자가 약 10만 명으로 입소 신청 후 1년~3년 정도 대기하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 어린이집 보육료 외에도 기타 필요경비와 특별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부담액 상한선을 자치구가 정하도록 하는 ‘어린이집 이용자 부담액 상한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추가 비용 지불로 인한 양육 부담을 해소할 계획이다. 상한선은 보육료의 50% 이하가 되도록 제시한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기타 필요경비의 일부를 지원하여 저소득층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실제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은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불해야하는 본인부담금을 내년부터 서울시가 100% 지원한다.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13년 467명으로 시작해 ’15년부터 2,870명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내년 891명을 시작으로 2014년부터 1천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의 활동보조서비스에서 탈락한 1급 장애인과 장애 정도가 심한 2급 장애인 등 틈새계층의 활동보조서비스도 내년부터 지원한다. 아동 중증장애인 소득기준도 폐지해 가족의 부담을 경감한다.

시는 이러한 지원을 통해 실제로는 거동이 매우 불편하지만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한 시민이 주말에 대학로에 나가 좋아하는 연극 한 편을 맘 편히 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누구나 10분 이내의 거리에서 돌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서비스의 품질도 OECD 평균수준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을 적정기준으로 정했다.

건강 : 경제·지리적 의료서비스 장벽 해소, 건강수준 높이고 지역격차는 해소

F구에 거주하시는 박 할아버지(남, 74)는 간경화 진단을 받고 의료기관을 이용하고자 하나, 치료비도 없고 간병해줄 사람도 없어 입원을 미루다가 최근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건강 분야'최저기준은 “경제적·지리적 장벽 때문에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하는 것”으로 정했다. 최소한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는 천만 시민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서울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서울시민이 18.1%에 이르고 있고, 특히 강남구는 11%인데 반해 마포구의 경우 31.1%로 자치구간 격차가 심하다.

이를 위해 인구 5만~10만 명당 1개씩 보건지소를 설치해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 보건지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당장 내년에 10개소가 추가 설치된다. 또, 서북권에 종합병원, 동남권에 노인 병원을 설립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가족 간병이 어려운 입원환자에 간호사 중심의 무료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의료원에 ‘환자안심 병원’을 시범운영 할 계획이며, 야간이나 휴일에도 집 가까이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야간·휴일 진료센터를 2014년까지 100개소 운영한다.

이 이외에도 만성질환자를 위한 ‘시민건강포인트’ 도입, ‘아동 치과주치의제도’ 등을 이용해 생애주기별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시민의 건강수준을 높여나갈 것이다.

나아가 적정기준은 “모든 시민의 건강수준 향상과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를 동시에 이루어나가는 것”으로 설정했다.

G구에 살고 있는 양 모씨 (여, 45)는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하나 뿐인 고등학교 1학년 딸을 위해 교육환경이 더 좋다는 OO구로 이사왔으나, 학습준비물비 등 부대비용과 등록금 마련도 힘들어 가사도우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교육 분야'의 최저기준은 “경제적 부담 완화를 통해 시민이 학령기에 보장된 교육적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적정기준은 “의무교육의 질을 높이고 성인의 평생교육 기회를 증진하는 것”으로 정하고, 서울시 교육청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초·중등 수익자부담경비 제로화를 위해 체험학습비·학습준비물비 등 취학필수경비 무상화를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양질의 친환경무상급식을 2014년까지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한다.

또한, 정부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고등학교 수업료의 무상화와 학급당 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전담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평생교육 확충을 위해 지역 교육장을 확대하며, 2018년까지 600개의 다양한 사이버강좌 운영 등을 통해 성인들도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는 복지기준 현실화를 위해 내년엔 우선적으로 88개 사업에 1조 6,210억 원(교육청재원 포함 시 2조 7,37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는 2012년 대비 3,580억 원(교육청재원 포함 시 7,910억 원)이 증가한 규모다.

2014년에는 신규 14개 사업을 추가, 3조 8천억원(교육청재원 포함)까지 투자를 늘려, 올해 전체 서울시 예산 대비 26%인 사회복지예산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18년 4조 4천억원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급하고 중요한 사업 우선 시행’, ‘단계적인 예산배분’, ‘효과성 검증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시범사업 추진’, ‘민간 등 타 자원의 연계’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민복지기준 달성을 위한 효율적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서울시만의 노력 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개선과 재정지원 등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관련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최저생계비 산출 및 적용, 의무교육 기간의 확대, 소형·저렴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국민주택 및 다가구주택 면적기준 개선 등의 관련 법령 개정을 비롯해, 서울시에 대해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국고보조율의 상향 조정 등이 필요하다.

시는 앞으로, 최저소득기준 보장율·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자살률 등 5대분야의 대표적인 성과지표를 통해 오늘 발표한 서울시민복지기준의 달성도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여, 지속적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9개월간 시민참여를 통해 서울시민의 복지헌장이자 향후 서울시 복지정책의 기본 가이드라인인 서울시민복지기준이 탄생했다”며 “복지에 대한 투자,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감으로써 위기의 빈곤층을 구하고 양극화를 해소하여 시민 삶 전반의 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설정된 복지의 기준인 만큼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복지수준 향상시킬 견인차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서울시민복지기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8년까지 서울시민복지기준을 실현해나가면, 약 17만 3천명의 일자리 창출과 이로 인한 소득증대 효과 및 기초생활수급자 확산방지 효과 등을 통해 서울시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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