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젊은 우체국공무원의 미생에서부터 완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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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젊은 우체국공무원의 미생에서부터 완생까지
  • 류지일 기자
  • 승인 2012.10.25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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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우체국 박영석     ©
최근 그리스 경제위기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1997년 IMF외환위기가 덮쳤을 때의 모습을 마치 오버랩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국가경제의 부도사태로 거리로 나온 실업자들이 빵과 일자리를 갈구하는 절박한 심정을 보면서 우리도 비슷한 국난을 견뎌야했던 시절과 현재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경제성장률 둔화로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소위 말하는‘스펙’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취업준비생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석ㆍ박사출신은 이미 100만 명을 넘는 학력인플레이션에 대학입학하자마자, ‘졸업하면 무얼 할 것인가?’,‘지금 배우는 전공이 밥벌이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고 불확실한 미래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인생의 청사진을 그릴 여유도 없이 남들이 다하는 공무원준비를 하게 되는 계기가 비일비재하다.
 
마땅히 할 것이 없어서, 모험과 도전보다는 ‘가늘고 길게’안정된 생활을 희망하던 공무원이라는 직종은 지금은 100만 명의 공무원시험 준비생, 100대1의 경쟁률, 초중고생 장래희망 직업 1위가 되었고,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공무원 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는 아닐지라도 끝이 안 보이는 경쟁을 해야하는 치열한 사투가 되었다.
 
세간에서는 고학력 우수인재들이 공무원사회에 편중되어 국가경쟁력약화를 지적하지만 구조정리 명퇴라는 칼같은 단어가 유행하는 지금에 적당히 신분보장 돼있고 월급과 생활이 안정된 공무원의 매력은 개인의 선택적 문제가아니라 본능적인 생존의 욕구이고 필연적 사회적 편중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공무원의 매력(?) 혹은 현실 때문인지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이 되기 위한 경쟁도 매년 치열해지고 있는데, 작년 64:1 경쟁률에 일반행정직 154명, 올해 88:1의 경쟁률을 기록한 기능직(계리원) 317명이 일선 우체국에서 배치 받고 대국민 우정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몇 해 전부터는 응시연령제한이 폐지되면서 고연령대의 합격자와 유수 민간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우정사업본부에서 새로운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 우정인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단일부처로서는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숫자는 단연 많은데 도시권은 물론 지방 읍ㆍ면ㆍ동에서부터 대학교 구내 및 도서지역까지 크고 작은 우체국이 말 그대로 방방곳곳에 있어 그만큼 인력소요량이 많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공무원 숫자의 증가로 늘어나는 조세부담을 비판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조직은 국민의 조세수입으로 운영되는 일반회계와 별도로 특별회계로 운영되고 있고, 우편ㆍ예금 보험 등 각종 수익사업활동을 통해 세입을 확보하고 매년 경영평가를 통한 수익구조의 개선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착한’국영기업의 형태를 갖고 있다. 즉 우체국조직에 소속된 개인의 신분은 공무원이나 국민 혈세와 무관하게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여 제몫을 하고 월급을 받는 회사원 같은 공무원인 셈이다.
 
이렇게 특별한 예산구조만큼이나 수행하는 업무도 보편적인 집배업무는 물론이거니와 전국 지역특산물을 유통하는 우체국쇼핑을 비롯하여 보험ㆍ예금상품을 파는 금융사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이 다양하며,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한 현장개선, 6시그마 등 어떤 공조직보다 군더더기 없고 민간기업과 비교 경쟁하여도 밀리지 않을 만큼 연비 높은 성장엔진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과 성장력은 그만큼 우수한 조직과 인력이 있기 때문이고 특히 신규 입사하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계발하여 차세대 인재로 육성하는 우수한 인사프로그램과 단결된 조직풍토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보통 공무원이 되면‘철밥통’‘칼퇴근’등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이미지로 점철되지만 우체국에 신규 입사한 공무원은 각 지역 일선 우체국에 배치 받게 되면서부터 마치 작은 기업을 운영하듯 우편금융 창구업무에서부터 서무ㆍ회계까지 일선요원에서부터 중간관리자의 업무까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나간다.
 
우체국의 업무특성 중 가장 특이할 만한 것은 주민과 최점접에서빈번한 대민접촉업무를 수행하면서 기본이자 핵심과제인 CS(고객만족)정신을 꼽을 수 있다. 핵가족과 개인주의 세태 속에서 대부분 도시에서만 자란 젊은 신규직원들이 낯선 지역에서 근무해야하는 환경이 녹록치 않음에도 각종 업무를 수행하며 부딪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긍정의 자세로 받아들이며 다양한 계층의 손님을 응대하면서 나를 낮추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겸손함은 우체국업무를 수행하며 갖춰야할 가장 기본덕목이 된다.
 
또 하나 우체국공무원의 특성은 ‘현장’의 중요성을 피부로 체험한다는 것이다. 최소 20년 넘게 학교와 학원에서 살며 백면서생으로 자란 젊은 신규자들이 우체국에서 느끼는 현장감은 실로 센세이션일 것이다. 처음 현장에 배치 받고 숙련되지 않는 업무지식과 경험으로 창구고객의 폭주하는 주문과 민원을 처리하다보면 팽팽하게 늘어난 고무줄처럼 긴장감과 식은땀이 등줄기에 흘렀던 경험은 우체국 공무원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공무원에 갖고 있는 선입견처럼 편안히 책상에서 서류를 끄적거리는 딸깍발이로 생각했다면 손과 발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제대로 돌아가는 그야말로 삶의 현장인 우체국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제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라 할지라도 땀냄세나는 현장과 맞닥들인다면 이론과 지식들은 쉽게 앙상해지는 법인지라 우체국에 근무하는 관리자에서 집배원에 이르기까지 전국 모든 우체국 공무원들은 지금이 순간에도 일개미들처럼 일사분란히 움직이며 지식을 실용과 효용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간기업의 경쟁력과 공조직의 문제해결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우체국의 조직에서 신규직원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해결해나가며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우체국의 기능적 역할과 공공기업의 보편적 가치를 주도할 리더십을 키우게 된다.
젊은 날 많은 시간을 들여 취업준비에 공을 들이고 공직의 꿈을 이루기위해 학원에서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높은 취업문을 뚫고 어엿하게 사회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우체국 젊은 공무원들이 여타 공조직과는 차별화된 패러다임으로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고 고객에게 품격과 진정성 있는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였기 때문에 급변하는 정세의 중심에서도 매너리즘과 곤마에 빠지지 않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선진우정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의 체계적이고 발전된 우정사업조직을 이끈 선배들의 노력과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젊음을 밑천삼아 땀과 열정을 받치고 있는 모든 젊은 우체국 공무원에게 박수로 보내며 보다 더 큰 그림으로 인생을 그려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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