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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환자들의 병원 이동경로 은폐가 주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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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환자들의 병원 이동경로 은폐가 주요인”
  • 강일
  • 승인 2015.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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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전시 종합병원·유관기관 간담회... 병원장들 “메르스 차단 적극 동참노력‘ 촉구

[대전=동양뉴스통신] 강일 기자= 대전지역 메르스 확산은 진료병원의 경로를 숨기고 찾아온 의심환자들 때문에 초기대응에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는 9일 권선택 대전시장 주재로 대전지역 병원장들이 참석한 ‘메르스 대응 종합병원 및 유관기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병원장들은 한결같이 “의심환자가 내원하면서 그동안 진료 받은 병원 경로를 공개하면 격리조치 등 예방이 가능한데, 환자들이 이를 숨기면서 의료진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료를 해 결국 대형사고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건양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지난 5월 28일 16번 환자가 응급실에 체류하면서 평택성모병원 경유 사실을 밝히지 않아 확산이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환자는 먼저 대청병원에 있을 당시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6번 환자로 인한 3차 감염 확진자만 6명에 이른다.

또 8일 확진판정을 받은 90번 환자도 지난 5월 27일 서울삼성의료원 응급실을 거쳤지만 6일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실 입원 당시 환자와 가족이 이를 숨기면서 이틀 동안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 때문에 90번 환자와 접촉한 55명이 모두 격리조치 됐다.

이에 박창일 건양대학교병원장은 “환자가 진료내역을 숨기면 의료진으로서도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모르는 상태에서 진료해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타 지역에서 관리가 안 되던 환자가 와서 ‘나는 아니다’ 라고 하면 또 뚫릴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행히 지금은 의료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접촉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지만 대표 아이디가 하나만 주어져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큰 만큼 최소한 대전지역 명단만이라도 파일로 공개해주면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예방책을 세우겠다”고 요청했다.

황인택 을지대학교병원장은 “6일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90번 환자의 경우 본인과 가족이 옥천성모병원만 갔다 왔다고 숨기는 바람에 서울삼성의료원에 다녀온 사실을 하루 반이나 걸려 인지하게 됐다”며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는 물론이지만 국민들도 의무감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두 대전시의사회 회장도 “대청병원과 건양대학교병원에서 3차 감염이 발생한 것은 모두 환자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병원도 속은 부분이 있다”며 “이제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도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촉구했다.

김봉옥 충남대학교병원장은 “자택격리 대상자가 발표됐지만 아직 전달이 안 됐고, 정보공개도 여전히 미진하다”며 “적어도 환자로 오면 충분한 격리조치 시간을 줘야지 일단 입원시켜놨다가 증상이 발생해 확진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과잉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충남대학교병원엔 9명의 확진환자가 입원해 있지만 격리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환자와 의료진이 철저하게 격리돼 있다”며 “일반 환자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는 데는 전혀 이상이 없는 만큼 막연한 불안감으로 지금 병원에 와서 해결할 문제를 더 키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권선택 대전시장은 “접촉자 정보공유와 관련해 대전시가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모두 넘겨 줄테니 사태 조기진정을 위해 의료계가 하나가 돼 총력대응을 해 달라”고 주문하고 “무엇보다 의료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병원 또는 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의사협회 중심으로 논의하면 시에서 채택해 정립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인해 최일선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인과 가족들이 오히려 불합리한 냉대와 따돌림을 받고 있다”며 “적절한 기회에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병원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이야기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봉옥 충남대학교병원장, 박창일 건양대학교병원장, 황인택 을지대학교병원장, 김석영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 김종건 대전선병원원장, 노승무 근록복지공단 대전병원장, 조현묵 대전보훈병원장, 이상호 대전한국병원장, 송병두 대전시의사회장, 정규형 대전시약사회장, 이강이 대전시 간호사회장, 김종헌 보건환경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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