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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쇄신안) 사회적 신뢰 회복 위한 절박한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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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쇄신안) 사회적 신뢰 회복 위한 절박한 각오
  • 강종모
  • 승인 2015.07.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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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이 직접 기업설명회에서 발표

[전남=동양뉴스통신]강종모 기자 = 지난 5월4일 포스코가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72일만에 포스코 경영쇄신계획이 발표됐다.

15일 포스코 경영쇄신계획이 발표된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는 긴장감과 비장함이 교차됐다.

쇄신안 발표전 회의장내 대형스크린에는 포스코가 이번 쇄신안 발표와 함께 새로 제작된 광고가 방영됐다.

이제까지 낡은 관행과 관습을 타파하고 지난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매진하겠다는 다짐이 쇳물을 녹이고 담금질하는 영상과 함께 장내에 퍼졌다.

◇지난 50년을 넘어 새로운100년을 향해 매진 다짐

권오준 POSCO회장은 평소와 달리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경영쇄신안 마련의 배경을 설명하고 직접 다듬은 5대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쇄신안은 지난 5월 발족한 쇄신위의 5개 분과위별로 추진방향을 마련함으로써 총 5개가 됐다.

▲첫째 구조조정분과위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요사업들을 철강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포스코 단독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영업이익 이 1400억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결기준으로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1500억원 감소해 이대로 두면 그룹 전체의 부실로 확대될 수 있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구조는 철강을 중심으로 소재,에너지,인프라,트레이딩 등 4대 도메인으로 재편하고, 부실 국내 계열사는 단계별로 구조조정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50%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해외사업도 획기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해외의 철강사업은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비핵심 해외사업은 매각, 청산, 합병 등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30% 정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워크아웃추진반’과 같은 상시 구조조정 전담조직을 신설해 그룹사의 유동성과 사업리스크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사업구조조정과 함께 리튬 추출이나 니켈 정련과 같이 포스코가 고유기술을 확보하고 있거나 차별적 경쟁우위가 있는 분야는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지속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투자실명제 강화, 외부 전문가도 적극 영입

▲두번째 책임경영분과위에서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를 쇄신방향으로 설정했다.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제안과 검토,승인 담당자들을 명시하는 투자실명제를 강화해 투자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시작은 물론 결과까지 전 과정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투명하게 보여지게 하고, 결과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성공 보상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과거의 투자실패와 경영부실에 관련된 임원들에 대해서는 이번에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사업 추진 검토시 계획과 달리 흑자 달성 속도가 늦어 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사업과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세간의 구설이 되고 사법 당국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성진지오텍 인수 등과 관련해서는 결과에 대한 포괄적 책임 차원에서 문책이 불가피했다.

이번에 인사조치된 임원은 퇴직 25명을 포함해 총43명으로 투자실패, 경영부실 책임과 함께 일부는 그룹사 전체 쇄신을 위해 용퇴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쇄신위 구성시 사표를 제출했던 계열사 대표중 현직에서 물러난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플랜텍 외에 포스코P&S, 포스코엠텍, SNNC, 포항스틸러스, 포스코AST대표도 이날 교체됐다.

나머지 대표들의 사표는 일단 반려했으나, 모두 재신임을 받았다기 보다는 올해 말까 지 혁신추진 및 재무성과 개선 결과를 보고 다음해 초 임원인사에 반영될 것이므로 평가만 몇 개월 유보됐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 인사혁신분과위에서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구현’으로 방향을 정했다.

능력중심의 투명한 인사정책을 강화해 인력 체질을 개선하고 경영역량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업종별,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엄선, 영입해 사업 추진역량을 높이고 순혈주의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부 인사는 당장 CEO급보다는 임원급을 영입해 내부 인사들과 경쟁해서 CEO로 성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계열사 CEO로 옮기는 관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능력과 경험을 보유한 현지인들이 주요 간부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탭조직은 대폭 감축해 작지만 강한 본사, 현장중심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슬림화하고,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여유인력에 대해서는 제철소와 영업조직 등 생산현장과 고객 접점부서(Front Office)에 전진 배치 하고, 윤리경영 실천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분야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100% 경쟁, 100% 기록, 100% 공개..청탁 원천적 차단

▲네번째, 거래관행분과위원회에서는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을 쇄신방향으로 설정했다.

계열사와의 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는100% 경쟁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거래와 관련한 청탁의 소지를 원천 차단해 구매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말 기준 74% 수준인 경쟁조달비율은 오는 2017년까지 90%를 넘기고, 2018년 에는 99%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외주파트너사의 경우도 경쟁가능 조건이 갖춰지면 100% 경쟁계약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외주파트너사의 선정이 경쟁 계약방식으로 전면 바꿔지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각종 잡음과 오해가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섯번째 윤리/의식 분과위에서는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정착’으로 정했다.

지난해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면서 천명했던 화목, 창의, 일류에 더해 윤리경영이 경영이념의 맨 앞자리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 에서 중대하게 다루고 있는 비윤리 행위중 금품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은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한번 위반으로 바로 퇴출하는 원 스트라 이크 아웃(One Strike Out)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거래, 납품, 외주, 인사 등에 청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00% 경쟁, 100% 기록, 100% 공개 등 3대 100%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3대 100% 원칙이란 물품, 용역 등 포스코 거래 정보를 누구든지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자격을 갖춘 회사라면 누구든지 경쟁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으며, 납품이나 인사와 관련된 청탁을 모두 기록하게 함으로써 투명한 거래와 공정한 인사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사내·외 모든 청탁은 '클린 포스코 시스템'에 기록을 남기게 하여 누가 어떠한 내용을 청탁했고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추적이 가능하도 록 할 예정이다.

◇쇄신위 20차례 토론 200여명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반영

이와 같은 5개 쇄신안은 권오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포스코 비상경영쇄신위원회가 매주 2차례씩 20번의 회의를 거쳐 최종 완성됐다.

사내·외 이사 전원과 가치경영실 등 주요 부서 및 계열사 대표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쇄신위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차례 마라톤 회의를 통해 쇄신안 마련에 몰두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권오준 회장에게 모두 사표를 제출한 터라 일반적인 회의에 참석하던 때와는 자세가 달랐다.

지난달 팀리더 이상의 직원들이 토요일 근무에 동참하자 목요일 회의는 토요일로 옮겨졌다.

각 부분별로 의견을 수렴한 인원은 누계 200여명에 이른다.

5개 분과위 간사와 실무자들도 별도 회의 외에 임직원, 주주, 고객, 거래 사, 지역사회, 언론사, 재계 등으로부터 그동안 포스코가 잘못했던 부분과 고쳐야 할 내용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은 포스코에 대한 문제점으로 고객 마인드 부족, 순혈주의 인사관행, 방만경영, 글로벌 기업대비 윤리의식 미흡, 구매 투명성 부족, 성과부실에 대한 책임 미흡, 리더 계층의 외부 소통 부족 등을 지적했다.

외부에서 청취된 내용은 일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있더라도 여과없이 비상경영쇄신위에 보고됐다.

또한 포스코가 위촉한 비상경영쇄신위 자문위원 도 힘을 보탰다.

김수동 포스코경영연구원 자문위원,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곽수근 서울대 교수, 박인주 강원도 평생교육진흥원 고문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필사즉생 (必死卽生)’의 자세를 명심해야 하며, 의식과 행동, 소통, 일하는 방식 등 기업문화 전반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부 전문가 육성과 함께 이른바 ‘순혈주의’를 버리고 필요한 경우,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융복합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윤리는 위로부터 일관된 방침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잘못된 청탁을 하거나 들어주는 행위는 단 한 번이라 할지라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쇄신안에 포함된 ‘순혈주의 해소'와 ‘4대 비윤리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도입은 자문위의 조언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스코가 처한 상황 절박 ’혁신 포스코 2.0’으로 극복 다짐

이날 포스코가 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과 투자자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근본적이고 강력한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포스코가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권회장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들이 과거의 자만과 안이함을 버리고 새로 창업하는 자세의 초심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채찍질하고 변화시켜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자”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포스코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초래된 세계 철강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경쟁심화 등에 따라 여전히 경영환경 은 불투명했지만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내세운 ‘혁신 포스코 1.0’의 추진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인 에비타 (EBITDA)가 연결기준 6.5조원으로 당초 목표인 6.2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3.6조원의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그러나 지난 2·3월을 지나면서 포스코플랜텍, 포스하이알 등 계열사들의 경영 부실이 표면화됐고, 급기야 포스코건설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50년 가까이 견고하게 쌓아왔던 사회적 신뢰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게 되자 현재 수준의 혁신으로는 위기극복에 한계가 있어 이를 뛰어넘는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에 경영쇄신안은 기존의 낡은 관습과 관행을 타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영체질 개선, 수익성 중심의 거래 정착, 극한적인 비용절감 등 불황 극복 방안을 구체화함으로써 앞으로 포스코 50년을 준비하는 혁신전략 즉 ‘혁신 포스코 2.0’으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권오준 회장 취임시 내세웠던 ‘혁신 포스코 1.0’에 실행력을 높이고, 국민적 신뢰제고를 위한 쇄신의 강도를 더욱 높인, 진화된 전략이다.

‘혁신 포스코 2.0’의 중점 추진전략은 1.0에서 강조했던 ‘철강 본원 경쟁력의 강화’와 함께 ‘사업구조 혁신 가속화’,‘신성장 사업의 가시적 성과 창출’,‘윤리기반의 경영인프라 구축’으로 재정립했다.

◇검찰수사 결과나 이해관계자 추가 의견은 수시로 반영

한편 포스코는 쇄신안의 발표시기를 놓고도 고심했다.

아직 검찰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쇄신안을 발표하게 되면 검찰수사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고, 쇄신안 자체가 검찰수사 결과로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 비상경영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한지 2개월이 지나도록 쇄신안을 발표하지 않으면, 쇄신위 구성이 자칫 임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책으로 오해받을 수 있고, 특히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진해야 할 임직원들에게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 서 쇄신안을 발표하는게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쇄신안은 경영여건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수정이 가능하므로 검찰수사 결과나 이해관계자들의 추가 의견은 수시로 반영키로 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 임직원들은 쇄신안 실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임직원 대상 쇄신안 발표내용을 녹화해 사외 쇄신안 발표시간에 맞춰 동시에 사내 방송했다.

권오준 회장은 “최근 어려운 경영여건에다 국민의 신뢰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 일동이 투자사업의 부실화와 구조조정 지연 비윤리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종 비장한 어조로 5대 쇄신안을 조목조목 설명한 권회장은 “우리 각자가 쇄신의 주체라 생각하고 임직원 모두가 기꺼이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쇄신을 반드시 성공시켜 나가자”고 강조하면서 “향후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튼튼한 기반 구축을 위해 임직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말을 맺었다.

포스코 임직원들의 쇄신에 대한 의지는 16일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그룹 임원, 그룹리더 1600명이 포스코센터에서 포항·광양·송도 등을 영상으로 연결해 대대적인 경영쇄신 실천 다짐대회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포스코를 바라보는 내·외부 시각에 대한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발표를 청취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고, 경영쇄신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경영쇄신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선서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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