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의 담배독립선언문-금연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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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의 담배독립선언문-금연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남상식 기자
  • 승인 2012.12.1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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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운 세종시 자치행정과 자치협력담당    © 남상식 기자
대입 학력고사를 치른 어느 겨울날 친구로부터 건네받은 담배 한 개피! 나와 담배의 옹색한 주머니 속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길거리든 커피숍이든 난 담배를 물고, 내가 완벽한 어른이 된 양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어떤 치기어린 행동도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고, 그것이 멋이고 낭만이라고 믿었던 학창시절! 나를 더 어른스럽게, 더 멋있어 보이게 하는데 담배보다 더 확실한 액세서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새 20대 싱싱했던 허파세포들은 담배의 무자비한 식민통치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아침이면 하얀 연기에 질식돼 쓰러진 검은 시체들이 목젖까지 차오르고, 몇 번의 기침과 함께 툭툭 튀어나오곤 했다. 입안은 언제나 포연이 가득한 전장처럼 화약 냄새로 가득했다. 담배는 더 이상 나를 멋있어 보이게 하는 액세서리도,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환상의 묘약도 아니었다. 피워왔기 때문에 피워야 하는, 쫓아내야지 하면서도 쫓아낼 수 없는 악덕 세입자요, 가혹한 식민통치자일 뿐이었다. 내가 담배를 물고 있지만, 담배가 나를 지배했다.
 
몽롱하게 이어온 17년간의 피폐한 동거! 이제 놈으로부터의 독립은 필사적인 생존에 몸부림이다. 늦은 밤 꼬깃꼬깃 녀석을 팽개치며 ‘결코, 절대’라는 의지와 함께 담배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지만, 눈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휴지통에 처박힌 녀석에게 입맞춤으로서 독립은 허무하게 진압되고 말았다. 계속되는 독립과 진압의 연속! 그 때마다 난 나약한 내 의지에 좌절했고, 녀석의 지독함에 몸서리치곤 했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진압된 독립군의 체념을 우리는 헤아려야 한다. 수 없이 시도하고 진압 되고…. 결국 체념하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억해야 한다. 금연은 결코 오래 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을…. 그래야 비로소 금연을 다시 시도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금연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자신과 타협해 담배 앞에 무릎 꿇는 것도 나요, 그런 자신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도 나 자신이다. 담배는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 스스로 찾아가 충성스런 담배의 노예가 되었듯, 독립 또한 스스로의 몫이다.
 
독립을 진압하는 담배 최대의 무기는 금단현상이다. 굶으면 배고프듯, 금단현상도 담배를 끊으면 나타나는 생리현상이다. 무엇이든 먹지 않고는 배고픔을 달랠 수 없듯,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한 금단현상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담배독립의 관건은 금단현상이 아니라, 독립의지를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느냐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먼저, 금주는 필수다. 음주는 독립의지를 비웃는 가장 경계해야 할 내부 스파이다. 둘째, 운동은 강력한 외부 지원군이다. 운동은 담배찌꺼기를 배출시키고, 운동하는 동안 내 몸이 얼마나 철저하게 유린당했는지 실감시켜 준다. 셋째, 시간은 내 편이라는 확신이다. 가장 힘든 것은 무작정 참아야 한다는 막막함이다. 안 피우면 죽을 것 같은 암담함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사라진다. 넷째,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위기의식이다. 단 한모금의 담배 연기도 기도를 통과하는 순간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은 독립의지를 한층 고조시켜준다.
 
D+3450일. 비흡연자에겐 숫자에 불과하지만 일주일, 한달, 100일에 감격했던 나에겐 10년이란 시간이 참으로 의미 있는 날들이다. 흔히 담배 끊는 사람을 ‘독한 놈’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담배 피는 사람에게 ‘더 독한 놈’이란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담배피우다 죽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담배 끊다 죽었다는 말을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연말연시! 새로운 결심에 계절이 다가온다. 아무 생각 없이 버릇처럼 입 맞추고 있는 녀석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지금 금연을 결심한다면 지나온 십년 당신이 했던, 그리고 다가올 십년 당신이 해야 할  그 어떤 결정보다 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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