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낮아짐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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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낮아짐의 아름다움
  • 류지일 기자
  • 승인 2012.12.19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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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남이우체국 형상목
▲ 청원남이우체국 형상목 

대한민국엔 당당하고 잘난 것들이 아주 많다.

미디어에 나와 저마다 모든 사람들을 유토피아로 인도하여 줄 수 있을 듯한 언변을 토해내는 대선 후보들부터, 세상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화려함과 우리를 압도하는 최고라는 이름의 그 무엇들, 그리고 목표달성도가 보여주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있는 그래프 들.

이런 땅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는 이런 잘나기 놀음에 만취해 다들 잘난 사람들 뿐이다.

잘났기 때문에 나는 항상 맞고 항상 맞기 때문에 나는 귀하다. 내가 항상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너는 항상 틀려야한다.

왜냐하면 한 쪽이 항상 맞다면 다른 한쪽은 항상 틀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엔 틀린 사람이 없다.

전부 맞는 사람들 뿐이다. 그럼 우리 주변엔 행복과 만족만 있어야하는 것 아닐까?  그럴까?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전부 맞고 옳은 사람들하고만 살고 있는데도 그다지 행복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드는 것을 그 무엇인가가 막고 있는 것은 왜일까?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며 오늘 하루 다녀가셨던 고객들과 또 그들과 하루를 보내며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여 본다.

깔끔하게 타이핑되어 만지면 손이 베일 듯한 편지며 서류들을 담아왔지만 현행 우편체계와 다르게 써왔기에 교정하여 드리면 본인이 쓴 게 맞다 “항상 이렇게 해서 들어갔다. 내가 옳소, 옳소 ,옳소“하고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분들이 몇 분 계셨다.

그러나 그처럼  옳다는 분들이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되려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이 생각난다.

“고객님 이것은 지금은 이렇게 이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요청에 “아이구 그랬군요.. 몰랐습니다. 허허 많이 배우네요“ 하며 삐뚤빼뚤 꾹꾹 눌러 쓴 편지 한 장 보내신 그 분이 그렇게 우러러 보일 수 가 없었다.

그 분은 비록 최신 스마트폰도 많은 지식도 없는  주름투성이의 노인이었지만, 내게는 마치 노벨상 수상자 보다도 더 똑똑해 보였다.

사무실 앞 한 켠에 국화가 송이송이 놓여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목에서 떨어지는 낙옆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모두 위를 향해 몸부림 치는 이때 한 없는 낮아짐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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