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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 삶의 반려자 ‘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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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 삶의 반려자 ‘휴지통’
  • 류지일 기자
  • 승인 2012.12.1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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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주우체국장 홍순성
▲ 서청주우체국장 홍순성  
내 자리에는 휴지통이 2개 있다.

하나는 책상 밑에 또 하나는 컴퓨터 바탕화면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상 밑에 있는 휴지통은 흰색 반투명 원형으로 말없이 내 옆을 지키고 있고,  바탕화면에 있는 휴지통은 뱃속에 구겨진 휴지를 가득 담고 아직도 배가 고픈지 입을 벌리고 있다.

휴지통이란 '못쓰게 된 종이나 쓰레기 따위를 버리는 통'이란 뜻으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것이다.
    
20세기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책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아인슈타인에게 어느 날 기자가 찾아와서 그의 실험실에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옆에 있던 휴지통을 가리키며 “바로 저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기자가 당황스러워 하자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일상생활 도중 머릿 속에 뭔가 떠오를 때면 그때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만년필로 메모를 하고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겐 메모하고 계산할 수 있는 만년필과 필요 없는 메모지를 버릴 수 있는 휴지통만 있으면 됩니다.” 

아인슈타인에게는 자신의 연구를 최고로 발휘하기 위한 시스템이 메모였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필요 없는 메모를 버리는 일이었다.

내 메일의 용량은 500M이다.

하지만 필요 없는 메일을 수시로 버리지 않는다면 내 메일함은 어느 순간 쓰레기로 가득차서 나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자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며 가지고 있는 소중한 정보마저 쓰레기와 뒤섞여 그 가치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어제의 새로웠던 지식이 하루만 지나도 옛 것이 되는 글로벌 지식정보 사회에서 우리는 버려야만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옛 것을 무조건 버리라는 건 아니다.

논어의 위정편에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이면 가이위사의 (可以爲師矣) 니라.'란 말이 있다.

“옛 것을 학습하여 새 것을 아는 이라면 남의 스승이 될 만하다”라는 뜻으로 다시 말하면 “옛 학문을 되풀이하여 연구하고 현실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을 이해하여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현대사회는 초고속 발전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생활은 물론 지식과 정보의 풍요 속에 묻혀 이것을 모두 소유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풍요 속에 빈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새 옷을 옷장에 채우려면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여 버릴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으려면 불필요한 아집과 틀에 박힌 고지식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나의 사랑스러운 휴지통아 !

새로운 지식과 나의 진정한 풍요를 위해 오늘은 너의 주린 배를 채워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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