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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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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5
  • 고담
  • 승인 2011.10.0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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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미래소설 '거리검 축제'<5> "솟대 할머니에게 고맙다고 그래"
"치우천왕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을 보니 너는 정치가가 틀림이 없구
2번이 보급창고로 올라왔다. 그는 체형이 마른 사람이었고 체수도 작았다. 군복이 헐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약방에서 받은 명함을 내밀어 성주산에 모여야 하는 3천 명 중의 한 사람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반갑소.”

내가 말했다.

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요?”

그가 물었다.

“아직 명령을 받은 게 없어.”

“짐작 가는 것도 없습니까?”

“그래.”

“답답하군.”

“솟대 할머니에게 잡혀 오기 전엔 무슨 일을 하였나?”

“대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고 있었소.”

“교수가 잡혀 왔군.”

“시간강사요.”

“현실에 대하여 불평불만이 많겠군.”

“불평해 보았자 듣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건 없소.”

“잘 생각했소.”

“내게 질문을 하는 당신은 누구요?”

“솟대 할머니가 나를 사령관이라고 하더군.”

“무슨 사령관이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

보급소장이 보급창고에서 군복과 무기를 가지고 나왔다. 2번에게 옷을 입으라고 주었더니 예상했던 대로 옷이 헐렁하였다.

“군대에 다녀왔나?”

“다녀왔소.”

“그런데 왜 군복이 몸에 안 맞지?”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그렇소.”

2번은 심히 배가 고파보였다.

“다이어트 하나?”

“열나게 다이어트 중이요.”

그러나 다이어트 중이 아닌 것이 분명할 듯싶었다.

“군복이 몸에 맞게 될 때까지 오늘 부터 다이어트를 중지하라. 사령관은 군복이 몸에 맞지 않는 자를 경멸한다.”

나는 냉철하게 말했다.

“사령관님도 다이어트 중인 것 같소.”

그는 밀리지 않았다.

“내 군복이 헐렁해 보여?”

“그렇진 않소. 수입이 괜찮은 분 같소.”

“그런데 왜 그렇게 질문하나?”

나는 언성이 높아졌다.

“3번 올라갑니다.”

약방에서 또 연락이 왔다. 이번엔 어떤 자가 올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2번이 너무 배가 고파 보였으므로 보급소장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해야 하였다.

“보급소장, 식사는 준비되고 있소?”

“대형식당에서 준비 중입니다.”

“3천 명이나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있단 말이요?”

“3백 명씩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10개가 있습니다.”

“알았소.”

“보급소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는 식당은 보급소 뒤쪽에 있습니다. 플라즈마 보호막으로 위장되어 있어서 약방에서 카드를 발급받아 가지고 소지한 사람 이외의 사람 눈에는 띠지 않습니다.”

“멋진 위장술이군.”

나는 보급소장에게 그를 식당으로 보내라고 지시하였다. 보급소장이 부관에게 그를 식당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하였다.

“밥을 먹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2번이 소리쳤다.

“솟대 할머니에게 고맙다고 그래.”

나도 소리쳤다.

그가 식당으로 사라졌다.

드디어 3번이 도착했다. 그의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싸움을 했는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몰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함을 가지고 왔는가?”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

“그대의 옷에 뭔 피가 묻었지?”

“싸웠습니다.”

“싸우다가 잡혀왔군.”

“여기가 어디입니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왔어?”

“싸우다가 기절을 했는데 눈을 떠 보니 낮선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나를 이리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도깨비부대 사령관이야.”

나는 갑자기 도깨비부대라는 말이 떠올라 써먹었다. 나는 도깨비 가면을 써서 보여주었다.

“이 도깨비 탈을 본 적이 없는가?”

나는 도깨비 탈을 꺼내보였다.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도깨비 탈은 치우천왕이 쓰시던 탈과 같은 형상의 탈이다. 내가 쓰고 있는 것은 모조품이야.”

“치우천왕이 누구입니까?”

도깨비 탈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또 치우천왕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는 강적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우천왕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을 보니 너는 정치가가 틀림이 없구나. 정신개조가 필요하겠어,”

“누가 나를 정신개조를 시킨다는 말이냐.”

3번이 화를 내었다.

“정치가는 무슨 일을 하다가 왔소?”

“전국민무료급식투쟁을 벌이다가 왔소.”

“전국민을 무료로 밥을 먹이겠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왜 그래야만 하는 데?”

“전 국민이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굶는 사람만 먹이면 되지 않을까?”

“그건 불공평합니다.”

“여당은 무엇을 주장하는가?”

“전국민의 1/10만 먹이자고 합니다.”

“그래? 보급소장, 이 정치가를 훈련장으로 보내시오.”

“나는 군대에 갔다 왔소.”

“새로운 훈련이야. 보급소장, 훈련장 시설은 충분합니까?”

“충분합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훈련장이 이미 삼한시대로부터 그 자리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온갖 전투훈련이 가능합니다. 훈련을 마치면 귀신들과 싸울 수도 있습니다.”

보급소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저를 그리로 보내시려고요?”

“당신처럼 투쟁을 잘 하는 사람은 훈련의 강도를 높여 주어야 해.”

“귀신과의 싸움은 사양하겠습니다.”

“주적과의 싸움은 어떤가?”

“내게 주적은 없습니다.”

“내가 보니까 있는데.”

보급소장이 군복과 무기를 가지고 왔다. 정치가는 군복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너무 뚱뚱해서 군복이 맞지 않았다.

“정치가여, 군대에 갖다 왔는가?”

“지병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아들도....”

보급소장이 손짓을 하자 외계인 병사 1명이 다가왔다. 그가 정치가를 데리고 사라졌다.

“또 한 사람 올라갑니다. 4번입니다.”

약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누군가 올라왔는데, 이자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4번은 누가 보내어 여기에 왔는가?”

“아무도 보낸 사람이 없습니다.”

“알았어.”

보급소장이 내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4번의 신상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정보 채널의 보고에 따르면 이 자가 군의 전력을 약화시킨 주범이라고 합니다.”

“주적이 아니고?”

“주적보다 더 흉악한 자입니다.”

“그래?”

“바닥이 너덜거리는 군화를 제조해 납품하였고, 군함을 갈짓자로 가게 하였으며, 장갑차가 물에 가라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헬리콥터를 정비하지 않고 정비했다고 속여 추락하게 하였습니다.”

“군인이 죽었겠군.”

“죽었습니다.”

“표창감이야.”

“과거에 표창을 받았습니다.”

“보급소장, 이 사람에게 어떤 대우를 해 주어야 하겠소?”

“기초부터 다시 배우게 훈련병 대우를 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군복과 병기를 주시오.”

외계인 무사가 보급품 보괄창고에서 군복과 광자총을 들고 나왔다. 4번이 군복을 입고 광자총을 들었다.

“훈련을 잘 마치면 1등병으로 승진시켜 주겠소.”

내가 말했다.

외계인 무사가 4번을 데리고 연병장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피로를 느꼈다. 또 어떤 이상한 자가 오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약사는 나오시오.”

나는 성능이 좋은 수퍼스마트폰에 대고 소리질렀다.

“사령관님! 여기 나왔습니다.”

“언제까지 초우량품종을 골라서 보낼 거요?”

“솟대 할머니가 선별하여 보내시는 겁니다. 나로서는 선별할 권한이 없습니다.”

“책임전가로군.”

“책임전가가 아닙니다.”

나는 솟대 할머니에게 항의하기로 하였다. 순간접속방식으로 솟대 할머니에게 접속했다.

“솟대 할머니! 쓸 만한 자들을 보내 줄 순 없습니까?”

“그만하면 쓸 만하지 않은가?”

“제가 보기엔 불량품입니다.”

“유능한 불량품이야.”

“그들을 보니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합니다.”

“이 나라는 그들의 세상이야.”

“나는 군복과 무기를 지급하는 일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손을 뗀 다음엔?”

“호위무사와 아바타를 반납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렵니다.”

“내가 받아줄 것 같으냐?”

“제가 싫다는 데 어쩌겠습니까?”

“알았다. 내가 보내는 자들에게 군복과 무기를 지급하는 일을 보급소장에게 넘겨라. 그가 그 일을 해 줄 것이다.”

순간접속방식의 통화가 끊어졌다. 솟대 할머니가 화가 나신 것 같았다. 아바타가 화경같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솟대 할머니가 내게 주인님을 길들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도장으로 가시죠. 길들이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다리나 팔을 부러뜨리려고?”

“저는 아마추어가 아닙니다.”

이거 큰일 났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바타는 여신이었다. 나는 무자비한 여신들을 잘 알고 있었다. 여신들에게 잘못 보이면 그것으로 인생 종치는 수가 나왔다.

“솟대 할머니에게 발언을 취소하겠다고 말씀 드리세요. 잘못하면 죽습니다.”

보급소장이 내게 충고하였다.

나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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