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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나경원 후보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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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나경원 후보와 만난다
  • 이정미
  • 승인 2011.10.1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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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정치인, 극우 ‘독설’로 유명… 결함 드러나 5일 대선출마 포기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방한한 새라 페일린 전 미국 부통령 후보를 만난다. ⓒ민중의소리

 
세라 페일린 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11일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만난다.
 
세라 페일린과 나 후보는 비슷한 나이와 짧은 기간 동안 자국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며 정치권의 주요 인물로 부각됐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사라 페일린과 나경원 후보는 각각 아들과 딸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장애아 부모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눈에 띄는 외모로 '얼짱 정치인'으로 불린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사라 페일린은 1992년 와실라 시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페일린은 와실라 시장을 거쳐 2006년 알래스카주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주지사로 당선돼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페일린의 나이는 42세였다. 페일린은 미국의 극보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전미총기협회(NRA) 회원이며, 사냥과 낚시를 즐긴다. 북극곰을 멸종위기 동물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낙태를 반대한다는 보수적 성향으로 보수들의 지지를 얻었다.
 
5명의 아이를 둔 엄마로 억척스러운 '하키맘' 이미지를 등에 업고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존 매케인과 함께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됐다. 페일린은 직설적이고 원색적인 민주당 비난으로 극우 보수층을 결집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치 경력에서도 사라 페일린과 나경원 후보는 유사한 점이 많다.

나 후보는 1963년생으로 페일린과 비슷한 연배지만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의 여성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정치 경력은 한참 짧다. 페일린이 정계에 입문한 1992년에 나 후보는 부산지방법원에서 첫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젊은 여성이라는 불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향한 거침없는 '독설'로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며 당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페일린이 초기 공화당에서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인물로 보수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듯이, 나 후보 역시 2004년 초선 의원 시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적극 검토했다는 금감원 내부 문건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 모두 자녀들로 인해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보수층의 대표 주자에서 추락까지 페일린의 자질 시비
 
2008년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핫이슈가 됐던 페일린은 공화당의 승리를 이끌 주역으로 보였지만 선거 기간 동안 치뤄진 검증에서 끝없이 추락해 현재 끊임없이 스캔들을 만들어내며 미국내에서 코미디 소재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인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높은 미국에서 페일린은 도덕성에서 치명적 헛점이 드러난데다 자질 시비까지 논란이 일면서 미 대선 후반 내내 비난 여론에 휩쌓였다. 페일린의 자질 시비는 대략 세 부분이다.
 
첫째는 외교 현안에 대한 무지와 경험 부족이다. 페일린은 "부시 독트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부시의 세계관 말인가"라고 반문해 부시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런닝메이트인 매케인의 개혁적 업적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못했다. 또 페일린은 러시아와의 외교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나는 알래스카에 살아서 날씨가 맑으면 러시아를 잘 볼 수 있다. 그래서 난 러시아를 잘 안다"고 답해 전 미국인들을 경악케했다. 이 발언 이후 유투브에는 페일린을 패러디하는 영상이 쏟아졌으며, 미국내 방송에서도 페일린을 패러디한 코미디가 등장할 정도로 웃음거리가 됐다.
 
둘째는 와실라 시장과 알래스카주지사 시절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부적절한 행위가 폭로되면서 자질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페일린은 와실라 시장 재직시절 와실라 호수 부근에 있던 페일린 일가의 주택을 팔 수 있도록 도시계획위원들에게 용도변경 청탁을 했으며, 그 후 예외조항 승인에 따라 32만7천달러에 저택을 팔았다. 또 남편이 소유하고 있는 스노 머신 상가를 위해 스노 머신 경기의 기준완화를 요청했으며, 측근의 방송국 광고사업권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개인과 가족의 이권과 관련된 비리가 터져나왔다.
 
주지사 시절에는 동생의 전남편을 해고시키기 위해 당시 경찰청장을 압박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해임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대선 당시 '정당한 범위내의 권력 사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페일린은 주지사 취임 직후 전직 시장을 지지했던 고위공직자들을 물갈이했으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폐기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뿐이 아니다. 금지 도서의 열람을 청구하거나 전혀 전문 지식이 없는 학교 동창들을 공무원에 등용시키는 등 주지사 시절 내내 부정과 전횡이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셋째, 페일린은 정치와 종교를 구분하지 않았다. 알래스카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연방정부가 돈을 댄 것을 두고 '신의 뜻'이었다고 하고 미국이 이라크와 벌이는 전쟁은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소명'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공교육에 창조론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페일린을 무명의 정치인에서 개혁적 인사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주지사 시절 '갈 곳 없는 다리' 건설 계획을 취소한 사안이다. '갈 곳 없는 다리'는 알래스카 케치칸과 그라비나 섬을 잇는 다리로 알래스카주는 연방정부로부터 건설비용으로 2억3300만달러를 타냈다. 그러나 그라비나는 인구가 약 50명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재정 문제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등은 이 다리를 재정 낭비의 표본으로 비난했다. 그러자 페일린은 다리 건설 계획을 취소했고, '이것이 바로 워싱턴이 필요로 하는 용기'라는 호평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페일린이 이 다리 건설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개혁적 이미지도 사라졌다.
 
또 대선 기간 페일린의 미성년딸이 임신을 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도덕성을 중시하는 미국사회에서 페일린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여기에 페일린이 선거기간 한 달 동안 의상과 머리 손질비로 우리돈 2억원 가량을 썼으며, 선거 캠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페일린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치스럽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억척스러운 미국 엄마상'의 이미지로 출발한 페일린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일린은 차기 대선을 준비하며 꾸준히 이미지를 쌓아왔으나 올해 초 벌어진 총기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1월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지역구 행사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는 사고가 발생하자 페일린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페일린은 사고로 머리에 총상을 입은 기퍼즈 의원을 포함해 작년 봄 건강보험 개혁법안 처리 때 찬성표를 던진 일부 민주당 의원을 낙선 대상 '살생부'에 올렸다. 또 기퍼즈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총기 조준경의 십자선 표시를 넣은 지도를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으며, 트위터를 통해 "물러서지 마라. 대신 총을 재장전하라"는 선동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발간된 작가 조 맥기니스의 '망나니:진정한 새라 페일린을 찾아서'(The Rogue:Searching for the Real Sarah Palin)는 페일린에게 결정타였다. 320쪽 분량의 이 책에 따르면 페일린이 현재 남편 토드 페일린과 결혼 9개월 전인 지난 1987년 전 프로농구(NBA) 스타 글렌 라이스와 '원나잇스탠드'를 즐겼다고 돼 있다. 이밖에도 남편의 사업파트너와 불륜을 저지르고, 코카인 흡입 등 마약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 책이 발간된 뒤부터 페일린의 대선 출마 포기요구가 더 거세졌고, 이혼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페일린의 남동생은 한 미국 언론에 "누나의 결혼 생활은 끝났다. '망나니'의 발간은 그녀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보수층의 지지마저 잃게 된 페일린은 지난 5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중의소리=이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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