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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와 UEP, 북한과 미국의 관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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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와 UEP, 북한과 미국의 관점 차이
  • 정지영
  • 승인 2011.10.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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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이달 안으로 대화 테이블에 다시 마주앉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제3국에서 2차 북미회담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탐색전' 성격의 1차 뉴욕회담에 이어 2차 회담에서 미국 측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을 비롯,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측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집중 논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 의제인 UEP 문제에 있어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해 한동안 교착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뉴욕에서 진행된 1차 북미회담에서도 UEP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UEP의 성격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UEP가 9.19공동성명 합의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에 위배되는 핵활동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UEP가 경수로 원자로 원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평화적인 목적의 핵 이용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뉴욕을 찾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기자들에게 "우라늄 농축은 전기 생산을 위한 것으로 UEP를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남북 비핵화회담에서 경수로를 제공받을 경우 UEP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회담에서 당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6자회담 개최 전 농축활동 중단 등의 사전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북한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이같이 답했다는 것이다.

리 부상은 우라늄 농축은 평화적 핵이용이며 "농축활동을 중단하려면 9.19 공동성명에 약속된 경수로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미국은 핵포기 대가로 북한에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또 2005년 9.19공동성명에도 경수로 제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문구가 포함됐다.

경수로 건설 사업은 1995년 3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설립돼 1997년 8월 부지공사에 들어가고 2000년 착공에 들어가면서 본궤도에 올랐으나, 2002년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 2006년 6월 사업 종료와 청산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북측은 최근 '경수로 사업 중단으로 북한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있다'면서 KEDO 측에 57억 달러를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북.미, UEP 성격에 입장차 첨예

즉 북한은 북미 간 합의,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제공되기로 한 경수로와 에너지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북측은 자체로 에너지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지난 4일 재일 '조선신보'는 UEP 문제에 대해 "6자회담 중단 이전에 상정되지 않았던 문제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는 평화적 핵활동"이며 "우라늄농축은 경수로건설과 그 연료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NPT 안팎의 나라들이 행사하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문은 "만일 08년 12월(6자회담이 중단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미진된 과제를 회담재개를 위한 '사전조치'로 정한다면 움직여야 하는 것은 조선이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5자'"라며 "조선은 9.19공동성명에 따라 영변의 플루토늄핵시설을 불능화하였는데도 '5자'는 중유 100만t의 제공 등 보상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조선은 평화협정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6자회담에서 자기 나라의 우라늄 농축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6자가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할 9.19공동성명에는 조선에 대한 경수로제공문제도 명시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은 농축활동 중단이 6자회담 이전에 취해야 할 사전조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농축활동 중단에 대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수로 건설 중단이나 에너지 지원 중단의 원인은 북한의 핵개발에 있으며, ‘과거 합의’에 대해 다시 보상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은 11일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에 대해 다시 보상을 하기 위해 미국이 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우라늄 농축 문제가 새로 불거져 나온 만큼 미국은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할 것"이라고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처럼 과거 협상 실패의 원인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협상의 ‘출발점’에 대한 북.미 간 입장차가 UEP 문제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이 고리가 풀려야 양측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조선신보’는 "각측이 상대방에 대한 요구를 모두 터놓고 대립점만 부각시킨다면 아무리 기다려도 6자가 모여앉을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조선의 판단은 각측이 전제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하고 동시행동계획을 새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사전조치’를 분명히 하며 대화 재개의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강조하는 미국, 서로의 입장차가 첨예하니 전제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새로운 ‘협상안’을 짜자는 북한. 양측은 오는 2차 북미회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민중의소리=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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