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바위를 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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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이 바위를 뚫었죠"
  • 최선미 기자
  • 승인 2013.04.09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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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정수 일본항공 여객본부장
일본항공 서울영업소 직원들이 멘토로 꼽은 손정수 여객본부장의 첫인상은 뭔가 꽉 차 있는 느낌이다. 일본항공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만 25년을 넘긴 베테랑이지만 한사코 부족하다며 인터뷰를 고사하던 손 본부장을 어렵게 설득해 흥미로운 그의 일대기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항공 내 한국인으로서는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손 본부장이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스스로를 내세우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사실 손 본부장이 처음 일본항공에 입사할 당시에는 항공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으며 그 역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지방에서 앞날을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신문에 난 일본항공 직원 모집 공고를 봤어요. 마침 1988년 올림픽이 있던 해라 일본항공이 첫 번째 공채를 시행했던 거죠. 그 당시 항공사라는 것보다는 외국계 회사라는 이미지를 더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입사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해외여행자유화가 이뤄진 1988년은 각국의 비행기 공급이 늘어나던 시기로 일본항공의 경우 그 이전 10여 년 동안은 한국에서 특채로 일부 인원만 충당해 왔다.

손 본부장은 운이 따라줬다고 말한다. 같은 해 3월 11일 일본항공에 입사한 손 본부장은 김포공항에서 체크인 업무부터 짐을 핸들링 하는 업무까지 항공사의 기초 업무를 두루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김포공항에서 몇 년간 근무하던 와중에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1년간 연수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됐어요. 1992년 11월이니까 나리타공항 제2터미널의 신축 한 달 전쯤이죠. 연수기간 동안 여객운송업무 파트에 배정받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손 본부장은 나리타공항에서의 연수기간동안 유럽, 미국, 아시아 각 지역으로 가는 국제선 비행기들을 직접 접한 것이 당시 자신의 세계관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함께했던 일본인 동료들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연수기간동안 친해진 일본인 동료들에게서 소박하고 진실된 면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때 인연을 맺게 된 일부 동료들과는 현재도 업무적으로 꾸준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나리타공항에서의 연수를 바탕으로 한층 시야가 넓어진 손 본부장은 1993년 김포공항으로 돌아와 여객운송부 교무팀장으로서 직원들의 전반적 근무 스케쥴을 조절하고 본사와 소통하는 업무를 맡아 4년여 간 근무했다.

손 본부장은 “회사에서 좋게 평가해 줬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을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후 그는 1998년부터 3년2개월간 일본공항 동경 본사의 여객시스템 기획부에 배정받아 미주지역을 담당하면서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의 T1(터미널 원)을 개장하는 업무와 라스베가스 공항 개장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공항 증축 개장 업무 등 일본항공의 큰 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아메리칸항공과 코드쉐어(공동운항)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메리칸항공의 허브공항인 달라스공항에 대해서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어려울 때도 있었죠. 아메리칸항공과 공동운항을 하면서 CIQ 내부 철도를 같이 쓰기로 약속했는데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진땀을 뺀 적이 있습니다. 또 항공사들 연합체인 IATA(국제항공수송협회) 모임에 참여해 의제에 대해 반대를 표현하다가 의사 전달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 난감했던 경험도 있고요”

손 본부장은 항공사의 업무가 국제적이고 대상 고객들의 국적도 다양한 만큼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 언어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사실 30대에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입사 당시 영어 면접만 봤었기 때문에 일본어 고객과 소통을 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 어려움이 있었죠. 당시 박성원의 일본어라는 교재 해설본을 세 번씩 보면서 일본어를 독학했던 기억이 납니다”

손 본부장은 공항업무에 힘쓰는 한편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예비군 훈련을 가서도 흙바닥에 히라가나를 끄적거렸다고 하니 그의 열정을 짐작할만하다.

“일본어의 기본을 공부하고 첫 소설로 아토다 다카시의 문고판 소설 ‘기다리는 남자’를 사서 읽었습니다. 30세가 넘어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끈기 있게 노력했더니 어느 순간 (일본어가) 되더군요”

일본어가 편해진 현재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손 본부장은 본인이 지금의 위치에 이른 동력을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에 비유했다.
 
“제가 원래 여기까지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막연하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위치에서 노력하면서 잘하고 있으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렇게 말하면서 손 본부장은 업무에 있어 선배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매뉴얼을 확인하고 공부하는 것이 바탕을 쌓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직장 초년생 때 구전적인 경험만 가지고 일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자료를 많이 보면서 기본을 쌓은 것이 40대 이후 조직생활에 큰 도움이 됐어요. 다른 사람들과 업무를 진행할 때 확신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었던 거죠”

그는 항공사의 경우 크게 좌석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영업 정책을 펼치기 위해 승객의 구성 통계 등 다양한 자료들을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많이 팔리는 목적지, 경쟁사, 요금, 시간대, 정시성, 비행기의 하드웨어, 기내 편의사항과 기내식, 서비스와 안전성 등 수 많은 요소들이 각 항공사의 마케팅과 홍보의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일상에서 여러 번의 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매뉴얼 외에도 인간심리, 철학 등에 관련된 인문과학 서적들을 종종 읽어주고 있어요. 독서는 자신도 모르는 어느 순간 에너지가 고갈돼 버리지 않도록 재충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손본부장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여행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일본항공에도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좋은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고 반대로 나쁜 점은 ‘반면교사’로 여겼어요. 저는 실력에 의한 성장과 공정성 그리고 신뢰성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 본부장은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가 경제력, 자기실현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동기를 가지고 자기계발도 꾸준히 하면서 좀 더 즐겁고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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