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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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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6
  • 고담
  • 승인 2011.11.06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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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미래소설 '거리검 축제'<6> 내실에서 여자가 차 석 잔을 내왔다
"시리우스 행성계에 파견시켜 주시면 그 사람들을 우주군 장군을 만들어...
솟대 할머니가 성주산에 올려 보내는 부실한 인간들의 발길이 해가 넘어갈 무렵에 끊겼다.

“오늘 일은 끝난 것 같습니다.”

월곶月串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보급소장이 말했다. 저녁햇살이 찬란했다. 마치 오늘을 축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한 편의 수채화처럼 보였다.

“나는 2천3백 년 전에 솟대 할머니를 모시고 월곶 넘어에서 소래로 왔습니다.”

보급소장이 말했다.

나는 보급소장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는 제齊에게 패하여 도주하듯 연태煙台를 출발했습니다. 태사였던 격암이 새로운 삼신산을 찾아서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했습니다.”

보급소장은 감회서린 말을 하였다.

솟대 할머니가 나타났다. 솟대 할머니는 순간접속 때 내가 한 말에 화가 나 있었다. 무시무시하고 근엄한 얼굴로 나를 주눅이 들게 하였다.

“앞으로 부질없는 말을 하여 내 화를 건드리지 마라. 그러면 네 신체 어느 한 구석이 성치 않게 될 것이다.”

솟대 할머니가 야단쳤다.

“앞으론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나는 맹세하였다.

“오늘 일은 수확이 있었다. 집에 가서 쉬도록 하라.”

솟대 할머니가 나를 풀어 주었다.

“네. 그리 하겠습니다.”

나는 성산심로를 내려오려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솟대 할머니가 계신 곳을 알려주십시오.”

“나는 옛날에 솟대신전이 있던 곳에 있을 것이다. 그곳엔 항상 오색 빛이 서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 찾기 쉬워.”

“알겠습니다.”

솟대 할머니가 사라졌다. 성주산 정상을 보니 손바닥 크기의 오색 빛이 떠있었다.

“내일 다시 오십시오. 오늘 이 곳에 온 사람들은 제가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관리합니까?”

“사라진 이 고장의 역사를 교육하겠습니다.”

“이 고장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반도의 역사가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그 이전에는?”

“아마 장구한 마고시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소. 수고하시오.”

나는 성산심로를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격암학원] 앞을 지나가야 하였다. 그곳에 내가 성주산 옛길로 나온 출구가 있다. 나는 그 출구로 들어가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였다.

나는 시리우스 호위무사와 사모 아바타와 함께 과거로 들어가는 입구로 복귀하였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문 안으로 들어섰다. [격암학원]이 코앞에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격암학원]으로 들어섰다. 시리우스 호위무사와 사모 아바타가 내 뒤를 따랐다.

[격암학원] 원장은 오전에 앉았던 그 자리에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 사령관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소.”

[격암학원] 원장이 말하였다.

내실에서 여자가 차 석 잔을 내왔다.

“드시오. 환상을 벗겨드리는 차입니다.”

나는 차를 마셨다.

“두 분께서도 차를 마시시오.”

[격암학원] 원장이 시리우스 호위무사와 사모 아바타에게도 차를 권했다. 그들도 차를 마셨다.

“나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두 사람이 차를 마시자 동시에 쓰러졌다. 그리고 점점 작아지더니 손가락 크기만큼 작은 인형으로 변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요?”

“일종의 초신기술超新技術이지요. 만져보세요.”

나는 인형이 된 시리우스 호위무사와 사모 아바타를 만져보았다. 그것은 작아진 인체였다. 말랑말랑하였다. 1분도 채 아니 되어서 그들은 작은 기체의 덩어리로 변했다. 그러더니 더 작아졌다.

“콩알 정도 크기의 우주선에 타려면 이러한 초신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몸이 작아져야 콩알 우주선이나 달걀 우주선에 탈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우주선 안은 축구장만큼 넓습니다.”

“나의 몸도 이렇게 변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분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런 훈련을 해 왔기 때문에 신물질新物質인 차를 마시지 않아도 자력으로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신약이 개발되엇으므로 이제부터 성주산에서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격암학원] 원장은 지구인입니까? 외계인입니까?”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외계인입니다. 5백 년 전에 이 자리에 와서 조선왕조시대의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하였습니다만 당시의 국가체제가 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나의 요구를 거절한 조선왕조는 후에 멸망했습니다. 우주를 통치하는 최고신의 명령을 거부한 때문입니다.”

나는 인형처럼 뒤로 자빠질 뻔하였다.

“내가 이 세상에 다시 왔다는 것을 아무에도 말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스스로 발설하는 일이야 없겠지만 과연 비밀이 지켜질지 의문이었다.

“이들 인형은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오. 필요할 때 이들을 부르면 원상태로 복귀할 것입니다.”

격암 선생은 느낌이 부드러운 시리우스와 사모를 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나는 [격암학원]을 나와 약방 앞에 도착하였다. 안을 들여다보니, 약사도 오전에 본 그대로 혼자서 약방을 지키고 있었다.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서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사령관님, 이리 들어오십시오. 약 한알 들고 가십시오.”

약사가 나를 불러들였다. 나는 약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상으로 돌아가시려면 제가 드리는 약을 드셔야 합니다.”

나는 약사가 주는 알약을 하나 받아먹었다.

“내일 아침이 올 때까지는 성주산에 대하여 다 잊고 계실 것입니다.”

“알약 2개를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이틀 동안 잊게 될 것입니다.”

“3개는요?”

“사흘입니다.”

“알았습니다.”

“제가 한 알 이상 처방해 드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솟대 할머니의 지시가 있으면 5개라도 처방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는 약방을 나왔다. 이제 마법에 걸리는 성산심로를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한 블록만 지나가면 내가 사는 집이 있었다. 성산심로에 붙어 있는 블록의 가장자리에 내가 사는 집이 있었다. 나는 4층으로 된 빌라의 3층에 살고 있었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서 거실에 모신 솟대 할머니 앞에 시리우스와 사모를 꺼내어 올려놓았다.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고 내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빌라는 언제나 조용하였다. 한 가구에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살았다.

언제나 조용했던 집안에서 수런수런 말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누가 들어왔을 리가 없었다. 나는 시리우스와 사모에게 의심이 가서 살짝 거실을 내다보았다. 그들은 솟대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귀를 세우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어보기로 하였다. 솟대 할머니가 솟대 안에서 시리우스와 사모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나는 시리우스 호위무사와 사모 아바타를 솟대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솟대 할머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므로 그만두기로 하였다. 차라리 솟대 할머니가 무슨 지시를 내리셨는지 물어보는 것이 나을 듯 하였다.

나는 거실로 나갔다. 시리우스와 사모는 시치미를 뚝 따고 있었다. 솟대 할머니도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

“제가 들으면 아니 됩니까?”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즉석통화로 물어보았다.

“장군 세 사람을 뽑아야 하겠다는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의논은 저와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는 말이야.”

“그럼 저와 하십시오.”

“물론 사령관과 해야지. 내가 장군으로 쓸 수 있는 자를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아바타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바타가 천거하면 적임자는 사령관이 고르도록 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인사회의는 12시에 하도록 하자.”

12시라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장군으로 천거해야 할 사람들을 조사해야 한다니 아바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12시 10분 전에 아바타가 눈을 떴다. 호위무사도 눈을 떴다. 그들은 모두 장난감의 형상에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인사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바타가 말했다.

우리는 식탁 앞에 둘러앉았다. 솟대 할머니도 솟대에서 밖으로 나와 내 곁에 앉았다.

아바타는 자기가 조사해 온 것을 내 머리 속에 입력시켜 주었다. 기이하게도 그들은 모두 다 내가 잘 아는 나의 친구들이었다. 장군과는 거리가 멀었던 친구들이다. 나는 의아했지만 참았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나는 어떤 보고가 나오는지 주의해서 들어보아야 하였다.

“이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학교 선생이 한 사람, 은행원이 한 사람, 철도청 직원이 한 사람, 건축가가 한 사람, 신문사 기자가 한 사람 모두 다섯 사람입니다.”

“왜, 군인은 한 사람도 없는가?”

솟대 할머니가 물었다.

“그들은 기획의 달인이고 프로그램 운영의 전문가들입니다. 이 나라의 경제를 일으킨 핵심요원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들의 능력을 기대해도 좋겠군.”

“외계인 전문가들의 연수를 받으면 장군으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알았어. 사령관의 의견을 말해 보라.”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병력의 수가 적어서 두 사람은 떨어뜨려야 하겠군요.”

“떨어뜨리지 말고 참모로 쓰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리우스가 저들의 훈련을 돕는 것이 좋겠군.”

솟대 할머니가 시리우스 호위무사에게 지시했다.

“시리우스 행성계에 파견시켜 주시면 그 사람들을 우주군 장군을 만들어 데리고 오겠습니다.”

“승낙한다.”

“당장에라도 떠나겠습니다.”

“서두를 건 없다. 송별연이라도 열어 주어야지. 송별연은 사령관이 열어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모 아바타. 인디언 해드 샤먼이 보내 온 뱀술을 5잔만 가지고 가서 그들에게 먹이고 오라. 술에 취해 있는 동안 사라진 역사체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령관은 그들을 오가五加로 부르게 하라.”

인사회의가 끝났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기 위하여 쪽지에다가 오가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양가羊加, 구가狗加 이런 이름이었다.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사모 아바타는 어디론가 떠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모 아바타는 밤 늦게 돌아왔다.

“약속장소를 안동장安東莊에 마련했습니다.”

사모 아바타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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