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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발등에 불 떨어지자 대리점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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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발등에 불 떨어지자 대리점 찾나
  • 전기홍 기자
  • 승인 2013.05.13 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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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먼저다 "니가 해라 서비스"
해외출국자수 1300만 명 시대를 맞아 이제 해외여행은 더 이상 일부 특수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 국민적인 관심 사안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62년 1만 명에 불과하던 해외출국자수는 2013년 현재, 양적으로 1300배 이상 급성장했다. 그러나 해외여행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여행상품의 질적 성장 미비는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시대가 개막되고 여행사의 설립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그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여행사의 수는 대폭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 국내여행상품에만 주력했던 여행사들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에 발 맞춰 다양한 해외여행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해외여행의 붐이 일기 시작한 1992년 한진관광은 연간 1만7742명을 송객해 234억6811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해외여행 송객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롯데관광이 1만4553명을 송객했으며 세방여행 1만832명, 아주관광여행사 9830명, 세일여행사 9815명, 삼희관광 9485명, 세중여행사 9052명, 현재 모두투어의 전신인 국일여행사가 7605명을 송출하며 해외여행시장의 붐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2년 하나투어는 직판영업이 아닌 간판영업을 필두로 연간 24만 명 을 송객하며 약 203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후 10년이 지난 2012년 하나투어는 연간 160만 명 송객에 매출액은 1조5756억 원을 달성하며 현재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상품의 질이 아니라 여전히 가격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여행상품을 구성하는 세부 일정의 차이를 무시하고 대신 몇 천원이라도 싼 패키지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 같은 여행객들의 심리는 여행사간 과당경쟁과 무분별한 덤핑으로 이어졌다.
 
특히 몇몇 후발업체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노마진을 넘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가 상품으로 백화점 나열식 일간지 신문광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매출을 높이기 위해 실질적인 수익보다 송출인원을 늘리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여행사들의 대형화로 인해 여행업계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잉경쟁으로 인한 여행사들의 매출 대비 수익률 감소는 패키지 시장에서 풀어야할 또 하나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직판여행사와 간판여행사 간의 갈등도 점차 심화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참좋은여행은 자사의 CF를 통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간접판매여행사의 대리점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중소여행사를 대리점으로 두고 9~12%의 대리점 수수료를 지급해야만 하는 간판여행사의 구조가 직접 모객을 진행해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직판여행사 대비 상품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간접판매여행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9~12%의 대리점 수수료를 고스란히 상품가격 인상에 반영할 경우 그 부담은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객들은 무형의 상품인 여행상품의 원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또한 언제 얼마에 구매해야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지도 가늠할 수 없다. 수시로 소비자 차별이 발생하는 이유다.

하나투어는 최근 간접판매여행사의 수수료를 지적한 참좋은여행의 광고와 관련해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단순히 마트에서 농산물을 사는 것과는 다르며, 농산물은 유통과정을 줄인다고 해서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상품의 경우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에이젼트를 배제하는 것은 여행상품에 있어 핵심인 서비스의 제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에 5곳의 고객 상담처를 가지고 있는 직판여행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극히 제한적이며 5~6월 두 달간 광고비로 지불하는 비용이 30억에 달한다면 이는 에이젼트에게 정당하게 지불되어야 할 비용보다 큰 액수가 광고비로 나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하나투어는 지금이야말로 에이젼트가 제공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가 여행상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줄 기회라는 것을 기억하고 고객서비스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는 입장을 대리점들에게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하나투어의 주장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반응이다. 하나투어의 가파른 시장 점유률 성장의 배경에는 판매 대리점인 중소여행사의 협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언제부턴가 하나투어가 초심을 잃고 상생의 관계가 아닌 종속의 개념으로 대리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여행사의 B대표는 “중소여행사인 판매대리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고객 서비스만을 운운하는 하나투어의 주장은 앙꼬 없는 찐방에 불과하다”면서“하나투어에서 지급하는 커미션만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판매량이 많았던 몇몇 대리점에만 주목하던 하나투어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판매 대리점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면서“하나투어는 직판여행사의 수수료 지적에 대한 반박과 판매 대리점의 대고객 서비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리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본지는 지난 해 7월 하나투어의 하나클래식과 하나캐쥬얼로 구분되는 상품 중 세이버 상품이 주를 이루는 하나캐주얼 상품의 경우 기존의 9~12% 커미션이 아닌 5%의 커미션만을 대리점에게 지급해 판매대리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하나투어 전문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C여행사의 D대표도 “법정관리 상태인 롯데관광과 상장폐지 된 자유투어의 여파로 인해 간판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판매대리점의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면서“하나투어는 말로만 상생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소여행사를 동반자로 인식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판매대리점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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