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47 (수)
"24일 결전의 날, 또다시 국회 담장을 넘자"
상태바
"24일 결전의 날, 또다시 국회 담장을 넘자"
  • 강경훈
  • 승인 2011.11.20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중인 가운데 1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모이면 이긴다! 한미FTA저지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시청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민중의소리=김철수 기자

 
올들어 서울이 영하권에 근접한 첫 주말인 19일 서울광장에는 "24일 결전의 날에 국회 담장을 넘어 한미FTA 통과를 반드시 막아내자"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울려퍼졌다.

24일로 예고된 한나라당의 한미FTA비준안 강행처리 D-Day를 5일 앞둔 날인 만큼 광장에 모인 촛불시민들은 유난히 차가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저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힘찬 구호와 날선 발언들, 역동적인 몸짓이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했다.

이날 저녁 6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한미FTA저지 범국민 촛불대회'에는 다양한 계층의 촛불시민 1천여명과 정치, 노동, 농민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날 행사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이 주최했다.

이날 모인 인원은 최근 몇일간 매일 열렸던 촛불문화제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는 24일로 예고된 한나라당의 한미FTA 강행처리 D-Day가 가까워지면서 점차 커지고 있는 시민들의 위기의식을 잘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만큼, 이들의 계층도 다양했다. 짙은 화장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성들, 교복을 입은 채 곧장 달려온 고등학생들, 정치에는 관심도 없었다던 40~50대 아저씨들, 어디 가서 한데 모여 있는 것도 어색할 것 같은 이들이 이날 만큼은 한데 모여 촛불과 '한미FTA 반대' 피켓을 들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는 어깨동무도 서슴지 않았다.

시민들 "24일 강행처리 막아달라"...정치인들 "반드시 막겠다"

이날 촛불대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오는 24일로 예고된 한나라당의 한미FTA비준안 강행처리 시도를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촛불시민들과 노동자, 농민 대표단은 야당들에 24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막아달라고 했고, 야당 의원들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머리만 새카맣지 미국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이분들이 미국 의회에 출마할 수 있도록 미국으로 보내드리면 안되겠냐"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 상임대표는 "우리 국민들은 약하지 않고 도리어 저쪽(정부와 한나라당)이 우리 국민들 힘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촛불을 끄려고 저들은 혈안이 되어 있지만 여러분에겐 뜨거운 열정이 있다. 반드시 승리하는 그날까지 닥치고 한미FTA 저지 촛불을 들자"고 독려했다.

용산구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자유발언에서 "이번에 국회에서 한미FTA가 강행처리 되면 내 모든 것을 들고 지역에서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저는 촛불시민들과 함께 24일 또한번 국회 담장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77일 옥쇄투쟁에 함께 했던 해고자 양용문 씨는 "FTA가 없었음에도 쌍용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차에 통째로 넘어갔었고,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낳았다"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다시한번 쌍용차 사태를 떠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녀' 김지윤씨가 무대에 오르면서 촛불대회 분위기는 더 무르익기 시작했다. 김씨는 "한나라당이 강행처리 시사하면서 이제 FTA를 처리할 때가 됐다고 이야기한다"면서 "나는 이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너희들이 처리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김씨는 "청와대는 국회에 압력을 넣는답시고 '의회민주주의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며 "저들이 쓰는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역겹지만 우리는 이 정권에 맞서는 촛불의 힘을 믿는다. 한미FTA를 폐기시키고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대한 야당 정치인들의 화답이 이어졌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24일이 D-Day라고 한다. 누가 민주당을 믿을 수 있냐고 묻던데, 민주당이 앞장서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을 향한 신뢰를 당부했다.

정 의원은 "24일까지 촛불이 5만개가 모이면, 저 사람들이 놀라서 감히 한미FTA 강행처리 시도를 못할 것"이라며 "모두 자기 동네 국회의원들에게 한미FTA 강행처리에 앞장서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전화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대신해 나왔다는 김종민 서울시당위원장은 "24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그날 모두가 나서서 폐지하고자 하는 힘을 모아달라"며 "모두가 1인시위에 나서서 인증샷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달라. 그러면 한미FTA 폐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할말이 있어서 나왔다"고 운을 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를 언급, "당시 80프로의 국민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자기들 생각에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들 속에서 큰 반대가 있을 때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향해 "혼자 결정하고 국회에서 힘으로 밀어붙여서 직권상정하고 야당 의원 끌어내고 자기들끼리 방망이 치기보다는 한미FTA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국민의 판단에 맡기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대회는 2008년 촛불에 참가하며 느낀 내용들을 촛불시민들이 직접 기획, 연출해서 만든 뮤지컬 '큐빅' 하이라이트 공연과 가수 손병휘씨의 어쿠스틱 공연, '잡리스'의 밴드 공연, '새시대예술연합'의 율동배우기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마련해 시민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오는 24일까지 범국본은 다양한 방식의 한미FTA 저지 운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범국본은 오는 2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문화다양성 협약과 정면 충돌하는 한미FTA 비준 반대 문화예술인 기자회견', 2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 기자회견', 같은날 오후 참여연대에서 '치명적 독, 한미FTA 비상 국민토론회'를 연다. [민중의소리=강경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