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진창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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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진창으로 돌아가라
  • 이송
  • 승인 2012.01.0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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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의 중국이야기-지략의 귀재> 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의사소통은 원활히, 약점은 신속히 보완하라"
원래는 명수잔도, 암도진창(明修棧道, 暗渡陳倉)이라는 여덟 글자가 함께 사용된다. 명(明) 겉으로는, 수(修) 수리한다, 잔도(棧道)는 절벽 위에 구멍을 뚫고 나무를 박아 만든 나무다리 길이다.
 
암(暗) 속으로는, 도(渡) 건넌다, 진창(陳倉)은 지명으로 지금의 섬서(陝西)성 보계(寶鷄)시의 동쪽으로 과거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지역이다.
 
따라서 명수잔도(明修棧道), 겉으로는 다리를 고치는 척하면서, 암도진창(暗渡陳倉), 속으로는 아무도 모르게 진창으로 돌아가서 적을 공격한다는 뜻이다.

사실 만천과해(滿天過海), 성동격서(聲東擊西)와 마찬가지로 적을 속이는 전략이다. 과거 유방과 장량, 한신 등이 이 전략을 사용하여 승리했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학계로부터 많은 찬양을 받아 유명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하는 사자성어로 자리 잡았다. 중국인들은 앞에서는 안 그런 척하면서, 뒤에서는 남모르게 상대를 음해하거나 공격하는 행위를 지칭할 때 암도진창이라고 말한다.

유방의 기습공격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서로 싸우기 전, 유방(劉邦)은 병력이 약해 초나라의 항우(項羽)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유방은 항우에 대항하지 않고, 항우 휘하로 들어가 한왕(漢王)으로 책봉을 받았다. 그래도 항우가 유방이 다시 군사력을 회복하여 중원을 공격해 올 것이라고 의심하자, 군대를 이끌고 한중(漢中)이라는 내륙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유방은 한중으로 들어가면서, 한중에서 중원으로 나오는 유일한 통로인 잔도(棧道)를 불살라 버렸다. 이 잔도는 높은 절벽에 구멍을 뚫고 나무를 박아 만든 길이었는데 유방이 이 잔도를 불태워버리자, 항우는 더 이상 유방이 자신을 공격해 올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유방은 한중에서 전쟁 준비를 하며 병력을 훈련시킨 다음, 잔도를 다시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항우는 유방이 잔도를 통해 중원으로 공격해 올 것을 우려하여, 군대를 잔도 입구에 주둔시키고 경계를 강화하였다.

유방은 겉으로는 잔도를 복구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남모르게 주력부대를 멀리 진창으로 돌아서 중원을 공격하게 하였다. 잔도만 경계하던 항우의 군대는 뜻밖에 뒤의 진창을 통해 몰래 침투한 유방의 공격을 받아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채 결국 패망하고 말았다. 이 전쟁으로 유방은 항우를 꺾고 중원을 장악하였고, 기원전 202년에는 드디어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최근에는 남녀가 몰래 정을 통하는 행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미모의 젊은 반금련은 왜소한 무대랑에게 시집을 갔으나, 왕파라는 할머니의 소개를 받아 동네 부자 서문경과 정을 통한다.
 
반금련은 서문경을 만나러 갈 때마다 남편 무대랑에게 적당한 구실을 대야만 했다. 그래서 왕파 할머니 집에 옷을 만들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렇게 구실을 만들어 남편 무대랑이 전혀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역시 암도진창 속임수라고 말한다.

상대를 속이는 암도진창 전략은 세 가지 형식으로 나타난다.
 
첫째, 정면공격보다 우회공격으로 더 빠르게 적을 섬멸하거나 목표를 취득하는 것이다.
 
둘째, 겉으로는 다리를 고치는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진창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이다.
 
셋째, 정규전보다는 상대방을 속이는 기습전이다.
 
이 전략을 쓰려면 진창(陳倉)이라는 상대방의 약점을 선택한 다음, 가장 의심받지 않을 잔도를 수리하는 것처럼 크게 부풀려 위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의 주의를 잔도로 유인한 다음, 갑작스럽게 진창을 공략해야 승리할 수 있다.

암도진창 전략에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적이 침투할 수 있는 약점이나 파고들 수 있는 틈새를 주지 말아야 한다. 즉, 취약한 곳이 생기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상대의 동향을 항상 살피고 정보를 수집하여 적의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셋째,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약점을 신속하게 보완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진창을 공격받더라도 빠르게 지원군을 보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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