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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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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1박 2일
  • 육심무 기자
  • 승인 2014.01.03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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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영환 의원
국회 본의장에서의 1박 2일
 
김영환 의원

새해 첫날을 국회에서 보냈다. 300명의 국회의원과 수많은 보좌진, 언론인들이 날밤을 세웠다. 그러고도 우리는 법정기일은 커녕 해를 넘겨 예산을 통과시키는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우리가 법을 어기기를 다반사로 하면서 국민에게 준법을 강요한다?
 
왜 이토록 대화와 타협이 어렵고 이토록 법을 지키기 어렵단 말인가?

우리가 보여준 해넘이 1박 2일의 국회는 아웃이다. 부끄럽지만 대한민국 국회의 아웃은 대한민국의 아웃이다.
 
새해 새아침 국민들은 저 대한민국의 정치와 미래에 대해 절망하면서 떠오르는 해를 보았을 것이다.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상실하여 국회에 오면 모든 사안들이 오히려 정쟁이 되고 만다. 격돌이 되고 노숙이 되고 불필요한 투쟁이 되고야 만다. 
 
도대체 고질적인 습성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양심의 가책과 분노를 가눌 길이 없다.
 
반평생을 언론운동을 하다가 국회에 들어온 어느 여성의원이 국회가 비타협적인 시민운동과 너무나 흡사해 놀라웠다는 발언을 하다가 급기야는 의총장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장외의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국회가 있다.  그런데 국회가 걸핏하면 장외로 쏟아져 나가고 걸핏하면 본회의장에 자리를 깔고 눕고 국회가 노숙의 장이 되고 농성장이 되고 만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잠자리에 들것인가?
 
연말연시 본회의장에서의 1박 2일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왜 국민의 87%가 국회를 불신하고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20%도 되지 않는가?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고 민주당의 몰락이 문밖에 와 있다.  총선이 2년도 더 남았다. 움직일 수 없는 127석의 의석에 안주한다. 
 
결국 여당의 패착과 실정이 우리를 변함없이 살려 줄 것이며, 안철수 신당은 선거가 다가오면  양강에 갇혀 옴짝달짝을 하지 못하고 포말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에 차있다. 총선과 대선에 연거푸 패배한 정당이 자기개혁을 하지 않고 남의 실책에 의존하여 연명하다니 비겁하고 안일하다.
 
물론 이 모든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 여당에게 있다. 집권 일 년이 되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추진하거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직 대통령을 우러러 보고 있는 무력하고 무능한 정부여당이 존재하는 한 야당은 개혁하거나 노선을 수정 할 필요도 욕구도 갖지 못할 것이다.  수첩을 든 손이 대통령에서 장관으로 옮겨 갔을 뿐이다. 오늘날 야당의 투쟁주의의 온상은 대통령과 여당이 제공한 것이다.
 
연말의 정치권의 중재로 철도파업이 해결되고, 예산과 법안을 연말까지 일괄처리 한다는 여야 지도부간 합의도 있었다. 이번에는 순조롭게 넘어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삿대질과 정회가 거듭되는 파행사태가 재연되었다.
 
민주당도 자성이 필요하다.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처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민주당에 민주가 사라졌다. 위원장 개인의 소신은 존중돼야겠지만 자기만 옳다는 소신을 내려 놓지 못했다. 외촉법에 대한 당내의견이 분분했는데도 거기에만 매몰되어 여야합의가 파기되고 예산안처리가 무산될 뻔했다. 국회의원 300명이 볼모 잡히고 파행에 대한 비난으로 당에 어려움을 안겨줬다. 나만이 옳고 모든 것을 네 탓으로 돌릴 때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하다.
 
개혁 완벽주의가 우리를 엄습했고 대화와 타협의 발목을 잡았다.
 
지도부를 뽑아놓고 따르지 않는 행태도 되풀이 되었다. 여야 합의처리라는 지도부 방침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뒤집으려 했다. 다행히 중진들이 나서서 설득하고 말없는 다수의 뜻에 의해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 일임키로 결정함으로써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도부가 일부 의원들에게 끌려 다니고 당이 흔들렸다. 당의 지도력과 신뢰가 상처를 입었다. 이른바 ‘쪽지예산’ 파동도 민주당에게 아픈 대목이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문제를 터뜨리고 고함과 ‘투쟁주의’가 본회의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파행과 소동이 지난 후 정부의 해명에 정작 반박하지도 못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외촉법과 쪽지예산 파동, 그 모든 근저에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여와 야, 대통령 모두 애국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선과 악, 이쪽과 저쪽으로 나누고 있다. 이분법적 진영논리, 시대에 맞지 않는 흑백논리에 기초한 불신과 투쟁주의를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 어디에도 완승과 완패는 없다. 선거에 진 야당의 입장에서 억울하고 미흡한 일이 어찌 한두 곳이겠는가? 설사 선거에 이기고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관철과 제압의 논리로 정국을 이끌 수는 없다.
 
나는 새해를 다짐하는 <新年 詩>에 다음과 같이 썼다.

새해에는
눈물을 사랑하게 하소서

날마다, 자성의 눈물
한 방울로
탐욕의 묵정밭을
적시게 하소서

밤마다 남몰래 흘리는
연민의 눈물로
냉기의 방을
덮이게 하소서

화해와 포옹의 눈물이
증오의 땅, 분단의
조국에 스며들게 하소서

내 머리맡에 관철과
정복의 욕구가 베개 닢에
서성이지 않게 하소서,

완승과 완패의 깃발이
펄럭이지 않도록 하소서
스스로 빛나는 자리에서
내려와
이름 없는 꽃이 되게
하소서

밤이면 밤마다 절망의
이불을 덮고 있는 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게 하소서

눈물이 기도가 되고
슬픔이 더 큰 슬픔의
위로가 됩니다.

눈물은 생명의 징표,
슬픔은 사랑의
요새입니다

새해에는 눈물의 밤을
기다리게 하소서
두려움 없이 흐르게
하소서

새해에는 눈물을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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