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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영전한 사람들에게 왜 난초를 선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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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영전한 사람들에게 왜 난초를 선물할까?
  • 윤진오
  • 승인 2020.09.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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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농업명장 이대건 박사

[동양뉴스] 영전(榮轉)한 사람들을 축하할 때 주로 난초를 선물한다. 전보다 더 높은 직위나 좋은 자리로 옮길 때 마음을 담아 난초를 선물한 것이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고가의 난초를 선물하는 문화는 줄어들었지만, 한동안 영전한 사람들에게 난초를 선물하는 것은 관행이었다.

그럼 왜 영전한 사람들에게 수많은 선물 중 유독 난초를 선택해서 보냈을까. 그건 난초가 사군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난초는 군자의 덕목을 잘 대변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난초는 청렴과 인내, 고귀함, 그리고 충성심과 절개의 상징으로 대변된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의 시인 굴원(屈原)은 절개와 충성의 시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난초를 매개 삶아 말이다. 그 시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다.

공자도 난초로 절개와 지조를 이야기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있는 이야기를 보면 이해가 쉽다.

지초와 난초는 깊은 산속에 자라며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향기를 풍기지 않는 일이 없고, 군자는 도를 닦고 덕을 세우는 데 곤궁함을 이유로 절개나 지조를 바꾸는 일이 없다. 공자는 난초가 가진 의미를 글로 풀어내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공자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시절 만난 난초와의 인연 때문이다.

공자는 전국을 다니며 공부를 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노나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기에 매료돼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향기는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난초에서 흘러나왔다. 공자는 그때 깨달음을 얻는다. 난초가 자신을 부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찾아간 것처럼 자신도 공부해 덕을 쌓으면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노나라로 돌아가 학문에 매진한다. 난초가 4대 성인의 한 사람이 탄생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난초를 선물하는 데는 주위에 선한 영향을 끼치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난향천리(蘭香千里)라는 말이 있다. 난초의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뜻이다. 난초의 향기는 은은하고 부드럽다. 향기가 깊어 뇌와 머릿속까지 정화하는 마력도 가지고 있다. 공자도 난초 향기에 매료돼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는가. 이렇듯 난초가 풍기는 향기처럼 주위를 매료시키고 덕을 쌓으라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난초에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는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벗 사이의 높고 맑은 사귐을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금란지교(金蘭之交)도 있다. 단단하기가 황금과 같고 아름답기가 난초 향기와 같은 사귐이라는 뜻이다. 역시 서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잘해보자는 뜻이다.

대중들은 개업이나 이전 선물을 할 때 동양란을 준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향기를 발하는 난초는 아니다. 화원에서 판매하는 동양란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심비디움 속의 종류들이다.

춘란과는 꽃송이 수나 형태 및 향기에서 차이가 난다. 중국과 대만의 상류층에서 관상용과 선물용으로 기르던 것을 수입해 대중화한 것이다. 가격도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한국 춘란은 일반 동양란에 비해 부피는 작으나 그 아름다움에 깊이가 있다. 향기는 깊지 않으나 꽃의 자태나 색상, 표정, 그리고 잎에 나타난 줄무늬 등에서 인문학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당당한 품격도 엿볼 수 있다. 우리 산야 어디를 가든지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선물 받은 난들을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 어김없이 테이블 상단에는 항상 한국 춘란이 자리하고 있다. 춘란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본능적으로 춘란의 매력을 알아차린다. 난(蘭)이 가진 그 깊이와 가치 때문에 한국 춘란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난초의 매력과 가치는 셈할 수 없다. 무궁무진한 가치와 매력이 난초 속에 담겨 있다. 취미와 예술, 원예와 부가가치를 안겨주는 것을 넘어 이상적인 인간상을 담아내는 매력이 난 속에 담겨 있다. 인간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에 누구나 난초의 매력에 빠져볼 만하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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