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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복궁 서쪽마을 시의 거장을 만나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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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복궁 서쪽마을 시의 거장을 만나다(上)
  • 서인경
  • 승인 2020.10.27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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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이상의 집,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시민모금·기업후원으로 매입해 보존·관리
이상의 집(좌)과 윤동주 하숙집터(우)(사진=서인경 기자)
서촌 이상의 집(왼쪽)과 윤동주 하숙집터 (사진=서인경 기자)

[서울=동양뉴스] 서인경 기자 =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짙어지는 가운데 쌀쌀한 찬바람이 불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 춥기만 하다.

이렇게 시린 마음을 따스한 시 한 편으로 녹여줄 시의 거장을 만나러 서촌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 ‘서촌’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성곽 안쪽에 자리한 청운효자동, 통인동, 체부동, 옥인동에서 경복궁역까지를 말한다.

건축물 높이를 16m로 제한해 인왕산 자락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높은 빌딩이나 새 건물들 대신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660여 채의 한옥들, 미로 같은 옛 골목길과 그곳을 지켜온 낡은 상점과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서촌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추사 김정희의 명필이 탄생한 서촌은 옛 선인들의 문화예술 맥을 이어 이중섭, 윤동주, 노천명, 이상 등이 머물며 예술의 혼을 불태우기도 했다.

동양뉴스는 서촌에서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코로나19로 힘겨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응원해줄 ‘시를 읊는 쉼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한국의 모더니즘의 초석을 다지다

이상의 집(사진=서인경 기자)
서촌 이상의 집 외부 모습(사진=서인경 기자)

27년의 시간 중 20년이라는 삶의 대부분을 서촌 통인동에서 살았던 시의 거장은 우리에게 천재시인이라고 불리는 이상이다.

이상은 이상하고 파격적인 글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의 모더니즘 초석을 다진 선구자로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별이 됐다.

1910년 일제강점기, 서울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대를 이을 아들이 없는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갔고 그 시기부터 서촌에서 살았다.

명석한 두뇌로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사 일을 하던 중, 24세 때 폐결핵 진단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해 1931년~1932년 사이 2000여점이라는 어마한 숫자의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습작의 몰입도가 대단했다.

폐결핵 요양 차 온천에 갔을 때 만난 금홍이라는 기생과의 안타까운 사랑을 시로 남긴 채, 일본 도쿄로 떠난 그는 불온사상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으나, 폐병 악화로 석방된 후 결국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 서울 통인동 154-10번지, 이상의 집

서촌 이상의 집 내부(사진=서인경 기자)
서촌 이상의 집 내부모습(사진=서인경 기자)

경복궁역에서 내려 서촌 골목을 약 10분 동안 걷다 보면 본명 김해경으로 살았던 ‘이상의 집’이 나온다.

어린 시절 머물던 집터의 일부를 복원한 공간인 이상의 집은 일반 문학관이나 기념관과는 달리 골목 사이에 소박한 자태로 숨어 있어 자칫하면 지나칠 수도 있다.

본채에 행랑채와 사랑채까지 딸린 300여평의 넒은 한옥이었다고 하나 현재 옛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또 다른 특별함은 사실 이상의 집은 철거될 위기에 있었으나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시민모금과 기업후원으로 매입해 보존, 관리하고 있는 덕분에 시인 이상의 작품 세계를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이상의 집에는 그의 작품이 기록을 보관하는 아카이브처럼 빼곡하게 담겨져 있다.

이상의 집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이상이 발표한 시, 소설, 수필 등이 연대별로 전시돼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마당엔 이상의 흉상이 아름다운 꽃과 함께 방문객들을 따스하게 맞이한다.

천재 시인 이상을 기억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설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연중  무휴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언제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이상, 날개를 펴다

서촌 이상의 집에 전시된 시 '오감도'(좌)와 단편소설 '날개'(우)(사진=서인경 기자)
서촌 이상의 집에 전시된 시 '오감도'(왼쪽)와 단편소설 '날개' (사진=서인경 기자)

이상의 가장 대표적인 시는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오감도’이다.

총 15편의 연작시로 내용이 난해하다는 이유로 독자들에게 항의를 받아 신문 연재를 중단하기도 했던 ‘오감도’는 형식 파괴의 새로운 기법으로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를 잘 표현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와 함께 1939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날개’ 역시 큰 화제를 낳았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더 날아 보자꾸나.
- ‘날개’ 중에서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날개’처럼 일제강점기 시대에 박제를 강요하는 현실에서 불안과 고통을 겪는 ‘천재’ 시인 이상은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코로나19의 막막함과 불안함을 공감해 줄 천재 시인 이상과의 만남을 꿈꾼다면 서촌에 자리한 ‘이상의 집’에 들려 이상의 문학을 느끼고 이상과 함께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상상을 해보았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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