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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복궁 서쪽마을 시의 거장을 만나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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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복궁 서쪽마을 시의 거장을 만나다(下)
  • 서인경
  • 승인 2020.10.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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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수도가압장·물탱크 있던 곳 개조해 리모델링한 윤동주문학관
윤동주문학관 전경(사진=서인경 기자)
윤동주문학관 전경(사진=서인경 기자)

[서울=동양뉴스] 서인경 기자 = 서촌에서 만나볼 두 번째 시인은 난해한 구절로 유명한 연작시 ‘오감도’를 쓴 이상과 동시대에 태어나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으며 사랑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이다.

특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시 ‘서시’의 첫 구절은 한 번쯤 읊어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무척 익숙하다.

윤동주와 동갑내기 사촌 송몽규의 일대기를 그린 이준익 감독의 흑백영화 ‘동주’를 비롯해 윤동주의 살을 랩으로 만들어 발표한 곡 ‘당신의 밤’이 각종 영화제 수상과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윤동주의 시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콘텐츠에서 시대를 초월해 빛나고 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한 민족시인

윤동주문학관 전경(사진=서인경 기자)
윤동주문학관 전경(사진=서인경 기자)

윤동주 시인은 1917년 독립운동 가문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며 성장했다.

지금의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의 주옥같은 시들을 썼고, 1941년 졸업할 무렵 19편의 시를 골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내려 했으나 일제 탄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일본 유학 준비를 하게 된다.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히라누마 도오쥬로 창씨개명을 한 그는 ‘참회록’이라는 시로 죄책감으로 괴로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학 초기 이국땅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던 윤동주 시인은 1943년 독립운동 혐으로 검거돼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고, 1945년 29세의 나이로 차가운 독방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독립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시로 노래한 민족시인 윤동주는 1990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받았다.

시대적 아픔을 쉬운 말로 진솔하게 담아낸 그의 시 세계는 여전히 우리에게 마음을 울리는 최고의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 터만 남은 서촌 하숙집, 윤동주문학관에서 그 흔적을 찾다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사진=서인경 기자)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사진=서인경 기자)

일생을 공부에 심취한 윤동주 대학시인은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에 4학년 때 기숙사를 나와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서너 달 정도 하숙하며 작품을 집필했다.

현재 하숙집 터만 남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윤동주 시인이 즐겨 찾으며 영감을 받았던 인왕산 자락에 세워진 윤동주문학관에서 그의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문학관은 예전에 느려지는 물상의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돕는 청운 수도가압장과 물탱크가 있던 곳을 개조해 지어졌다.

가압장을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한 문학관은 '공공 건축상'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상' 등을 받을 정도로 건물 그 자체 모습만으로도 시인의 삶을 느껴볼 수 있도록 가압장의 흔적과 윤동주 시인의 시가 잘 어우러져 있다.

9개의 전시대로 이뤄진 제1전시실은 ▲윤동주의 시집 ▲윤동주가 좋아했던 책 ▲윤동주의 일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한 사진 자료 ▲시 ‘자화상’의 배경인 고향 명동마을에서 직접 옮겨온 낡은 목재 우물 ▲백석의 시집을 직접 필사한 책의 겉표지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책마다 날짜와 서명을 꼼꼼하게 해 둔 윤동주의 책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물탱크를 개조한 제2전시실은 시 ‘자화상’의 우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고, 제3전시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매 15분 간격으로 영상을 통해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문학관 왼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카페 ‘별뜨락’에서 시인의 시집도 구매할 수 있고, ‘시인의 언덕’에는 ‘서시’와 ‘슬픈 족속’의 시가 새겨진 시비를 만날 수 있다.

제1전시실은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사진 찍기에 집중하지 않고 천천히, 윤동주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매주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학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제한적 관람인원은 열체크와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며, 매일 1시간 이상의 방역을 시행할 방침이다.

특히 제1전시실과 제3전시실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불가하고, 문학관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문학관에서 100m 거리에 위치한 청운공원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아울러 종로구는 오는 31일까지 윤동주문학관에서 ‘동주와 함께 걷는 길’ 전시회를 개최한다.

윤동주 시인의 문학 사상과 민족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5월 진행한 ‘2020 윤동주문학제’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전시도 진행하고, 유튜브에서 종로문화재단을 검색하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작품을 볼 수 있다.

◇ 별 헤는 밤 시인을 떠올리며

윤동주문학관 입구에 새겨진 시 '새로운 길'(사진=서인경 기자)
윤동주문학관 입구에 새겨진 시 '새로운 길'(사진=서인경 기자)

일제강점기 젊은 지식인으로서 우물 앞에 서서 부끄럼을 노래하며 참회하던 윤동주 시인은 결국 죽은 뒤 6개월 후 이뤄진 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독립운동을 하며 조국애를 늘 마음 깊이 간직했던 암흑 같은 형무소에서 목 놓아 읊은 시구 하나하나는 하늘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이다.

계절로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시 '별 헤는 밤' 중에서 -

시대가 어려울수록 더 강인한 의지가 필요한 만큼, 당시 문인들이 친일에 협조하고 입지를 굳혔지만 오히려 절망적인 순간에도 아름다운 우리말과 저항 정신을 시로 담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윤동주 시인의 꿈꾸던 세상을 기억하고 닮아가기 위해 서촌 골목길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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