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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가 눈감아주는 ‘하회마을 탈선’에 90억원 들여 방문객센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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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가 눈감아주는 ‘하회마을 탈선’에 90억원 들여 방문객센터 추진
  • 윤진오
  • 승인 2021.04.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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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 받지 않고 무단 증·개축 자행
안동시 매년 하회마을에 가옥보수 6억원 지원
권영세 안동시장은 전동차 등 하회마을 문제 해결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내 무허가로 증,개축을 하고 있다 (사진=신정훈 기자)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내 전통가옥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로 증·개축을 하고 있다. (사진=신성훈 기자)

[경북=동양뉴스] 윤진오 기자 = 경북 안동시의 대표관광지 하회마을이 수년째 주민의 전동차 불법영업 의혹과 무단 증·개축으로 세계유산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가운데 90억원의 혈세를 들여 방문객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안동하회마을 초가집과 기와집 130여 가구 대부분이 화장실, 다용도실, 보일러실 등으로 무단 증·개축을 하며, 세계문화유산 선정 당시 600여년 이어온 전통가옥을 앞·뒤 또는 양옆으로 무단 확장해 현대식으로 고쳤다.

여기에 관람객들이 출입할 수 없게 대문에 ‘인간출입금지’라고 써놓기도 했다. 문화재 보호란 명목이나, 실상은 주민이 거주하거나, 거주하지 않더라도 가옥 내부가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안동시는 매년 하회마을에 가옥보수 6억원, 초가집 지붕 이엉잇기 5억원 등 연간 20여억원을 지원한다. 하회마을 주민들은 무단 증·개축을 자행하면서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있으며, 안동시 역시 이를 알고도 계도장만 발송하고 단속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무단으로 증·개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활이 불편해서 그런 것이라 계도장만 보냈다”고 설명했다.

하회마을를 방문한 관광객 A씨는 “세계문화유산 기준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수백 년간 주민이 살면서 예전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5000원의 입장권까지 받으며 원형을 훼손시키면 관람객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단 증·개축으로 인한 원형 변경으로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가 삭제된 유산은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지역’과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 등 전 세계적으로 두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은 그 유산의 가치가 전 인류가 인정할 만큼 크기 때문에 이를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세계유산을 보유했지만, 이를 적절히 보호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삭제될 수 있다.

지역의 한 전통문화 전문가는 “무단으로 증·개축한 시설물을 다시 원상 복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회마을 역시 최초 지정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문화재청 혹은 세계유산위원회 등의 판단을 기다려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에서 운영하는 전동차 이용객이 경찰에게 무면허로 단속당하고 있다.(사진= 신정훈 기자)
하회마을에서 운영하는 전동차를 한 이용객이 무면허로 운전해 경찰 단속에 잡혔다.(사진= 신성훈 기자)

이어 지난 2018년 하회마을 전동차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불거지자 안동시는 불법 건축물 등 문화재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리고 행정대집행과 수사기관 고발 등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규모가 커진 데다 각종 안전사고와 불법 논란은 여전하다.

하지만 하회마을 전동차 업체들은 농지를 메워 불법으로 가건물을 짓고 매년 과태료를 내며 영업을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으며, 관람객들에게 호객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 하회마을 안팎 전동차 업체들의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고 문화재 담벼락을 충돌해 훼손하거나, 마을 주민 차량, 전동차 간 충돌, 보행자와 충돌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면허가 없는 관람객에도 전동차를 대여해 보험처리 등의 문제까지 드러나고 있다.

마을주민 B씨는 “6년 전 안동시가 하회마을 내 업무를 보기 위해 에코카(전동차)를 사들여 이용하면서 업자들에게 힌트를 제공했고 이제는 골칫거리를 떠안게 됐다”며 “하회마을에 전동차가 처음 발을 붙이게 된 계기는 안동시가 만들어 줬다”고 귀띔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안동시의회 임시회에서 하회마을 내 불법 행위와 전동차 안전사고 문제가 수년간 심각하다는 내용에 대한 시정질의가 이어졌지만, 권영세 안동시장은 전동차 등 하회마을 문제 해결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해 세계문화유산 가치 보전의 자정 능력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안동시는 현안문제 해결도 못한 채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하회마을에 국비 70억원, 시·도비 각 10억원 등 총 9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현재 매표소 건물을 허물고 200평 규모의 한옥 건물인 방문객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 매표소와 검표소의 동선 이동만으로도 방문객센터 건립 없이 관람객들에게 각종 편의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마을주민과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안동시와 문화재청이 현안문제 해결도 없이 혈세만 낭비할 궁리만 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달 17일 방문객센터 간담회에 기자들이 입회하자 돌연 취소하고 길거리에서 회의을 했다. (사진=신정훈 기자)
지난달 17일 방문객센터 간담회에 기자들이 입회하자 돌연 간담회를 취소하고 길거리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신성훈 기자)

앞서 안동시와 문화재청은 지난달 17일 방문객센터 간담회 자리에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하자 돌연 회의를 취소하고 언론사 통제 후 매표소 광장 바닥에서 이른바 ‘길바닥 회의’를 강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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