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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묵은 악취 민원, 수십억 손배소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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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묵은 악취 민원, 수십억 손배소로 번져
  • 지유석
  • 승인 2021.05.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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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 ㄱ씨 등 상대 20억원 손배소 제기, ㄱ씨 "보복 소송" 반발
충남 서산시 중앙로에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지난 3월 이웃 사업체 대표 ㄴ씨, 퇴직 공무원 ㄷ씨 등과 함께 수십억 대 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충남 서산시 중앙로에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지난 3월 이웃 사업체 대표 ㄴ씨, 퇴직 공무원 ㄷ씨 등과 함께 수십억 대 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서산=동양뉴스] 지유석 기자 = 충남 서산시 중앙로에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이웃 사업체 대표 ㄴ씨, 퇴직 공무원 ㄷ씨 등과 함께 수십억 대 소송에 휘말렸다.

원고는 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A 폐기물 처리업체. A업체는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ㄱ씨 등 3명을 상대로 2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피고 ㄱ과 ㄴ이 이번 사건 시설개선계획과는 전혀 무관한 과거의 악취를 이유로 부당한 민원을 제기하고 시위를 하며 원고(A 업체)의 사업 활동을 방해했으며 피고 ㄷ은 이 사건 시설개선 계획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주민 민원만을 이유로 서산시장이 원고의 시설변경을 불허하도록 기안했다"는 게 A업체 측 주장이다.

이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서산시는 A업체에 폐기물 처리업 영업허가를 내줬다. 당시엔 H 산업개발이었다가 현 A업체 박 아무개 대표이사가 2017년 5월 전 대표로부터 주식 전부를 인수했고, 다음 해인 2018년 4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런데 H산업개발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일대에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때부터 ㄱ씨는 서산시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서산시는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악취 측정 6회, 지도점검을 통해 개선권고 2회, 과태료 부과·영업정지 2회 등의 조치를 취했다. 업체도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영업을 자진 중단했다.

문제는 악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A업체는 ㄱ씨가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업소와 담을 맞대고 있는데, 기자가 정비업소에 찾았을 때 구식 화장실에 들어온 듯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ㄱ씨는 H산업개발이 영업 개시를 즈음해 유기성오니(하천이나 호수 바닥의 퇴적된 오염된 흙) 등 폐기물을 매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ㄱ씨는 폐기물을 매립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찍어 2018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2019년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내사를 각각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감사원은 2019년 5월 "성토 장소와 반출업체에서 3차례에 걸쳐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폐기물관리법 상 지정폐기물이 아닌 재활용해 사용할 수 있는 성토재로 확인됐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의 판단도 비슷했다. "당시 재활용 업체에서 생산된 성토재를 사용해 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검찰 결론이었다.

악취 진동하는데, 불법은 없다?

한편 A업체는 2018년 11월 영업 재개를 위해 영업대상을 기존 분진·석탄재·연탄재·유기성오니류·무기성오니류 등에서 하수처리 오니·부원료 톱밥 등으로 변경해 폐기물처리업 변경허가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산시는 업체 운영으로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허 처분했다. 이에 맞서 업체는 2019년 4월 서산시를 상대로 '폐기물처리업변경허가불허가처분취소소송'을 냈고,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해 7월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시설 변경시설과 같은 악취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악취에 관해 악취방지법 등 관련법령에서 정한 허용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배출을 허용하고 있는 점, 폐기물처리시설의 사회적·환경적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막연히 악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만을 들어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또는 변경을 불허가할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ㄱ씨는 이 소송에서 보조참가인이었다. 패소한 서산시는 항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ㄱ씨는 항소했고, 현재 대전 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저간의 사정을 되짚어 보면 A업체가 ㄱ씨를 상대로 보복성 소송을 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A업체 측이 법원에 낸 소장은 이같은 인상이 사실에 부합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A업체 측은 소장에서 "ㄱ씨가 협박성 탄원서를 제출해 서산시장이 원고(A업체)에게 시설변경허가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또한 ㄱ씨가 과거 H산업개발이었던 시절 폐기물을 무단으로 매립했다거나 서산시장으로부터 불법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적시했다.

20억원에 이른 손해배상액도 논란이다. A업체 측은 "ㄱ씨 등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로 60억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했다. 그래서 먼저 일부 청구로 20억원을 청구하며 추후 손해액이 확정되면 청구취지를 확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당사자인 ㄱ씨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ㄱ씨는 "7년 가까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산시와 경찰, 검찰, 감사원 등 공공기관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경찰이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현장 검증에 나섰을 텐데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업체가 서산시와의 소송에서 이기면서 나를 표적 삼아 거액의 손배소를 냈다"면서 "악취의 원인을 밝혀낼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첫 심리는 다음 달 24일 오후 서산지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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