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3 12:35 (토)
[기획] 1년째 제 자리 걸음하는 쿠팡 목천물류센터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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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년째 제 자리 걸음하는 쿠팡 목천물류센터 사망사고
  • 지유석
  • 승인 2021.07.14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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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최동범씨 "노동자 안전 보장하라" vs 쿠팡 "책임 없다" 평행선  
천안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최동범 씨는 5월부터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들어갔다.(사진=지유석 기자)
천안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최동범씨는 5월부터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들어갔다.(사진=지유석 기자)

[천안=동양뉴스] 지유석 기자 = 지난달 17일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진화에 나섰던 고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순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쿠팡 물류센터의 안전관리 실태와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와중에 김범석 창업자가 보인 안일한 태도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쿠팡 회원 탈퇴와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천안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최동범씨는 최근 흐름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최 씨는 지난해부터 쿠팡의 행태에 분노해왔다. 5월부터는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목천물류센터 식당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던 최 씨의 아내 고 박현경씨는 식당 청소를 하던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고 박 씨는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고 박 씨의 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결론지었다. 최 씨는 청소 중 사용했던 세제가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성 강한 락스와 세제 등을 혼합해 바닥청소 등을 매일 하도록 지시했고, 락스와 세제의 혼합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조시설과 개인보호장구를 적절히 설치하거나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최 씨의 입장이다.

하지만 쿠팡 측은 사태 초기부터 줄곧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사건 초기 쿠팡은 "이 사고가 쿠팡과 무관하다, 천안물류센터 식당은 동원그룹이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지금은 어떨까?

KBS 1TV 시사 고발프로그램 '시사직격'은 7월 2일 '제국의 얼굴' 편에서 쿠팡 문제 전반을 다뤘는데, 최 씨의 사연도 소개했다. 최 씨는 '시사직격'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모든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에선 책임 안지고 다 하청업체로 미룬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쿠팡은 방송 다음 날인 3일 자사 홈페이지 '쿠팡 뉴스룸'에 "쿠팡은 언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있지만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박 씨 사망사건에 대해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 조리보조원은 동원그룹 산하의 동원홈푸드 소속으로 식당의 운영과 근로자 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동원홈푸드에게 있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쿠팡 입장은 사건 초기 밝힌 입장에서 전혀 진전이 없는 셈이다.

◇ '책임 없다' 일관하는 쿠팡, 과연 그럴까?

천안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최동범 씨는 5월부터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들어갔다.(사진=지유석 기자)
천안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최동범씨는 5월부터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들어갔다.(사진=지유석 기자)

쿠팡은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해 '중앙일보' 2020년 10월 21일자 보도를 근거로 제시했다. '[단독] 쿠팡 조리원 사망, 작업장 내 유해물질 탓 아니다'란 제하의 이 기사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7월 쿠팡 천안 물류센터 조리원 사망이 작업장 내 유해물질 탓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적고 있다.

해당 기사는 이어 "보고서는 '측정 결과 클로로포름·톨루엔·수산화나트륨은 불검출 수준이었고, 염소는 노출 기준의 2.7% 이하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적시했다"며 "정부 산하기관 조사 결과가 이같이 나오면서 박 씨에 대한 산재보험 혜택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대로라면 유해물질과 고 박 씨의 사망 사이엔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고, 따라서 쿠팡은 책임을 면한다.

그러나 기사가 사실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씨는 작업환경측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최 씨는 "난 현장 접근이 가능했지만 대리인은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고,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직원들이 제지했다. 반면 쿠팡 직원 10명이 입회했다"며 "이대로 작업환경측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 보도의 주요 근거는 산업안전공단 충남지부가 작성한 2020년 9월 17일자 '쿠팡풀필먼트목천센터 구내식당 작업환경측정보고서'다.

본보 기자는 보고서 내용 전체를 확인하고자 8일 오전 천안시 불당동에 위치한 산업안전공단 충남지부를 찾아 보고서 열람을 요청했다. 하지만 충남지부 측은 보고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총괄운영부 측은 "국회에서 자료 요청을 하면 제공하는 경우 외에 외부에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어떻게 언론에 흘러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목천물류센터 사망사고는 공단 연구원에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보도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씨는 기상 상황에 아랑곳없이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쿠팡은 대화에 미온적이다. 최 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그저 일하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최 씨의 말이다.

"전 쿠팡이 잘못되길 바라며 시위하는 건 아닙니다. 이곳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근무 중이니까요. 다만 쿠팡 사측이 진정성 있게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해 줬으면 합니다. 글로벌 대기업 삼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쿠팡이 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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