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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어미의 말을 찾아서(고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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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어미의 말을 찾아서(고을문학)
  • 서다민
  • 승인 2021.11.26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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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⑳
강경범 교수.
강경범 교수.

[동양뉴스] 예로부터 조상들은 입춘을 기점으로 띠(干支)가 바뀌었으나 대부분 음력 1월 1일을 기점으로 새해를 맞이하였다. 혹 자는 양력을 기준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달을 뜻하는 음과 태양을 뜻하는 양 그리고 명리학에서 우주 만물의 다섯 가지 기운을 뜻하는 오행(나무, 불, 흙, 쇠, 물)을 기준으로 띠를 정하였던 것이다. 한편 동양에서 이처럼 띠를 중시하는 이유는 우리의 심장에 숨어있는 동물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신축년이 저물며 흑색을 뜻하는 임과 호랑이를 뜻하는 인이 만나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되어 돌아오니 한 해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할 때이다.

입동이 지나 소설 추위를 겪어야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의미와 같이 지난 한 해 팬데믹 상황에서 k-방역의 성공, k-pop, 오징어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의 정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오래전 우리의 지역 정서는 어떠하였는가. 근대 말 일제(日帝)가 침략하면서 1910년 조선을 식민지한 후 민족 말살 정책을 시작으로 조선어 수업을 폐지하고 급기야 문필 활동을 금지하였다. 이는 한(恨) 문화로 이어지는 우리의 민족사상을 꺽고 민족을 말살하기 위한 그들의 단계적인 술수였다. 그러나 풀뿌리 민족의 정서는 산천과 백성이 일구어내는 삶 속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민족의 정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문화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것이다.

일제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았던 민족주의 정서는 반만년의 역사 속에 혈연적 동일성으로 이어진 단일민족이 아닌가. 어쩌면 주변국으로부터 단절된 한반도라는 공간적 배경을 가지고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만의 고유한 언어적·문화적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탓이리라, 과연 우리 문화로부터 파생되어온 문학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일제 말 조선어표준말 모음을 시작으로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으며 해방 후 어문정책의 강화로 우리는 의식화된 말을 사용하였기에 스스럼없이 제 고장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심리적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1988년 1월 19일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의 표준어 사정 원칙에 의해서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하였다. 표준어는 법으로 정하여 놓은 언어의 규범이다. 서로 다른 방언을 한데 묶어 단일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겠지만 어찌 보면 단지 뜻만 앞세우는 어머니 말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렇다면 민족주의적 정서가 함유된 어머니의 말은 무엇인가.

구수한 입담 속에서 숨바꼭질하며 저녁노을이 지고 나면 옹기종기 사랑방에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던 고향의 말. 오래전 과거의 뿌리를 찾아 우리에게 "과거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거를 버렸다. 그래서 겁이 난다. 문학은 나를 앞세우는 것보다 우리를 앞세워야 하며 모국어를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말맛을 울어내는 흥겨운 가락의 고을문학(텃새문학)을 제쳐 두고 뜻만 앞세우는 문학의 현주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의 말을 되새긴다. 깜장 봉다리, 아지매, 짐치, 강냉이처럼 본시 말씨와 말투는 그 사람의 본향을 나타내며 절로 마음속의 흥을 울어내어 누리게 하는 말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글쟁이로서 부끄러운 모습에 잠시 숙연해지며 우리의 삶이 그 근본에 뿌리를 두고 있듯이 제 어미의 말 과거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의 문학정신과 진정한 민족주의 문화를 되찾으려는 참된 길이 아닐까 한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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