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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무령왕 제각각 세 얼굴 동상에 혈세만 퍼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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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무령왕 제각각 세 얼굴 동상에 혈세만 퍼부어
  • 이영석
  • 승인 2022.01.19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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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덕전 영정, 박물관 흉상, 공산성 앞 동상 등
(좌부터 )무령왕 영정, 공주박물관 흉상, 공주시청 로비 흉상, 공산성 앞 동상 모두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무령왕 영정, 공주박물관 흉상, 공주시청 로비 흉상, 공산성 앞 동상 모두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사진=동양뉴스DB)

[공주=동양뉴스] 이영석 기자 =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 표준영정과 국립공주박물관 표준흉상, 공산성 앞 동상의 얼굴 모습이 모두 제각기 달라 혈세낭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김정섭 공주시장 업적이라며 공산성 앞에 세운 동상은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9.5m 크기의 거대 동상을 다시 만들 수도 없어 시는 난감한 처지다.

시는 2018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무령왕 '표준영정'을 제작했다.

민족적 추앙을 받는 선현들의 영정 난립을 막기 위해 문체부가 '표준영정' 제도를 운용하는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 영정은 1999년 문체부의 전문가 심의를 거쳐 '표준'으로 지정 제작·설치한 국립공주박물관 흉상과 크게 다르다.

박물관 흉상(사진2)은 얼굴 모습이 상하로 긴 직사각형이다. 광대뼈가 도드라진 전투적 이미지를 풍기며 눈썹에서 눈망울로 이어지는 골이 깊고 매우 강렬한 서구적 인상이다. 공주시 1층 현관에 전시중인 흉상(사진3)도 박물관 흉상과 거의 흡사하게 제작됐다.

문제는 지난 2018년 공주시가 별도로 만들어 '표준'으로 공인 받은 영정(사진1)으로 박물관 흉상과 달리 온화하고 한국적 풍모를 보여준다.

그림이 흉상의 입체감과 본질적 차이를 보이는 평면인 점과 별개로 영정 얼굴의 가로 비율은 동상보다 더 크고 계란형에 가깝다.

눈매도 흉상은 고개를 들어 매섭게 직시하는 형태지만, 영정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관상학에서는 행인형(杏仁形·살구씨 모양)이라 부른다. 영정은 흉상과 달리 고개도 미세하게 당긴 상태에서 눈을 가볍게 치켜 뜨는 모양새다.

입술도 아담하고 수평인 영정에 반해, 흉상은 좌우 길이가 전체적으로 매우 크다.

지난해 공산성 앞에 세운 동상(사진4)은 영정과 훙상 등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면서 혈세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산성 앞에 세워진 동상은 공주시 표준영정 및 문광부 표준흉상 모두와 매우 달라 얼굴이 정사각형에 가깝고, 동안(童顔)의 인상을 풍긴다.

영정과 흉상, 동상 모두 무령왕의 즉위 12년(513년)인 만 52세의 모습을 표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어려보이는 것이다.

시는 2016년 무령왕 표준영정 연구용역 발주 당시 과업 지시서를 통해 앞선 국립 공주박물관의 표준 동상을 기본으로 하도록 주문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시는 이미 정부가 표준으로 만들어 박물관에 전시중인 무령왕 흉상이 존재하고 있었고 영정을 모태로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업 지시서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동상을 만들어, 결국 백제무령왕의 얼굴은 모두 다른 제각각 세 얼굴이 되면서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주시민 A(57·신관동)씨는 "무령왕의 세 얼굴을 관광객이나 후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15억원의 혈세를 들여 만든 동상이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공주시 관계자는 "문체부의 영정·동상 심의규정에 따르면 영정과 달리 동상은 '표준' 제도를 운영하지 않아 서로 상이할 수 있다"며 "자세한 설명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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