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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덧난 원초적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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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덧난 원초적 상처
  • 김원식
  • 승인 2022.08.1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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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③
​송유미 교수​
​송유미 교수​

[동양뉴스] '애착 침해되면 평생의 상처'

브래즐턴은 미국의 저명한 소아과 의사이다.

그는 어머니와 자녀의 유대감 형성은 출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궁 속에서 시작되고, 어머니와 자녀는 출생 후 애착 형성기 내내 이어지는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연속체(Continuum)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생물학적 어머니로부터 격리되면서 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 중단될 경우, 상처로 남아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새겨지는데 이것을 ‘원초적 상처’라고 했다.

원초적 상처(Primal Wound)는 해결되지 않는 트라우마이다.

그것은 애착의 침해, 아이와 부모 사이의 필수적인 유대의 침해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아직 충족되지 않은 정서적 욕구에 대한 배신이다.

이 고통은 어린 나이에 시작되어 웬만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는 살아남고 잠재되어 있으면서 자기자신의 존재가 된다.

그때부터 점점 더 많은 층을 만들어 내며 가능한 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필자가 만난 A씨(40대 초반)는 건장한 체격에다 건강미 넘치는 외모로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였고 기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A씨는 최근 친척 모임에서 있었던 일화부터 꺼냈다. 어머니가 본인과 아내에게 무심히 대하는 태도에 먼저 서운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화가 올라왔고, 아내가 서운해 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꼭지가 확 돌아’ 식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고 했다.

난장판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냐고 물으니 고성과 욕설, 집기 던지기 등으로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갈 정도였다며 그 상황을 리얼하게 설명했다.

말로만 들어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고, 무엇이 그토록 그를 흥분시켰는지 궁금했다.

이 사태는 어머니가 자기나 아내를 대하는 태도에서 촉발된 듯했다.

어머니는 자신에게 어떤 분이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억들을 들추어내기 시작했다.

◇ '가출한 어머니, 할머니 손에 자란 A씨'

A씨의 어머니는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A씨가 서너 살 때 집을 나갔고, A씨와 동생은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A씨의 원초적 상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 간간히 어머니를 보기는 했지만 이미 재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고,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더 이상 내 어머니가 아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때의 감정에 대한 질문에 너무 슬퍼서 가슴이 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화도 났고, 그때부터 함부러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공부는 뒷전이었고, 나쁜 친구들과도 어울리면서 나쁜 짓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청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어머니의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이식을 해야만 어머니가 살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과감히 자신의 신장 한쪽을 어머니께 드렸고 그 후 어머니와 그 전보다는 더 꾸준히 만남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드리면서까지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곁에 두려고 하는 무의식적 갈망에 마음이 참 아팠다.

어머니한테 그렇게 까지 했던 아들이었는데 자신과 아내를 대하는 태도에서 서운함이 컸던 것 같고 아내가 눈물까지 흘리니 그것이 증폭되면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원초적 상처가 덧난 것이다.

그 후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었냐고 물으니 “잘 모르겠어요. 그쪽에서 알아서 했겠죠?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죠 뭐!”라고 했다.

그는 그런 엄청난 일을 만들어놓고선 어머니에게나 친척들, 식당 손님들에 대한 큰 미안함 없이 남 이야기 하듯 했다.

◇ '미해결 상처, 과거와 같은 스트레스에 도져'

A씨와 같은 내담자의 행동을 임상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것은 자아 기능 점검이다.

자아는 내담자의 심리적 역동관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신 내적 현상과 외적 기능을 설명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

A씨는 어머니에 대해 자아기능 중 현실감별에서 결손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현실감별의 결손은 유아적인 환상과 유아적인 자신 그리고 대상개념 표출에 있어서 현실과 혼돈을 일으킬 때 나타난다.

주로 A씨처럼 부모에게서 충분한 애착을 받지 못하고 배신을 받아 그것이 트라우마로 자리잡았을 때 강력하게 나타난다.

A씨는 어머니가 본인이나 아내를 반갑게 맞이해 주지 않으니 유아기적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자신과 지금의 자기와 아내를 동일시해 '그때처럼 또 어머니는 나를 버리는 구나' 하는 혼돈 속에 빠지면서 이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보복한 것이다.

A씨와 같이 원초적 상처가 해결되지 않은 채 성장한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는 정신적인 에너지의 소비가 없이 현실감별력을 유지하지만, 일단 과거와 유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현실감별을 뒤엎을 수 있는 퇴행의 위험속에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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