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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어머니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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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어머니 손맛
  • 김원식
  • 승인 2022.08.2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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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

[동양뉴스] 모든 동물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회귀본능이 강해진다.

가시고기가 자신의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 산란을 하고 장엄하게 죽어간다.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 난 숲을 향한다던가?

하지만 연어나 은어, 꿀벌 같은 동물들의 회귀본능은 생존과 생식을 위해 나타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의 그것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어릴 적 학창시절의 친구들, 사춘기 들어 마음 설레게 했던 첫사랑의 여자친구,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의 주인공 영달·정씨·백화처럼 날마다 그리워하며 꿈을 꾸는 고향. 돌아가고픈 상대가 고향이든, 첫사랑이든, 아니면 추억 속의 한 시절이든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회귀본능을 추억과 그리움으로 간직하며 산다.

그 중에서도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손맛을 그리는 회귀본능은 강하다.

힘든 순간마다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위기의 순간에 봉착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엄마'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인간이 처음 열 달 동안 머물던 어머니의 따뜻한 자궁과 사랑 때문이리라.

아프거나 우울해서 입맛이 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인가?

랍스터, 1인분에 몇 만원씩 하는 한정식, 갈비살, ….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은 많아도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손맛'처럼 뼈에 사무치는 음식은 없다.

똑같은 재료로 만들었어도 밖에서 사먹는 밥과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밥의 맛은 분명히 다르며 어릴 적에는 그렇게 먹기 싫던 반찬이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지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사랑으로의 회귀본능 때문이리라.

이렇게 습한 계절, 몸과 마음이 지치고 우울할 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옛날 청국장 한 그릇을 생각해 보라.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따뜻한 처방전이 되어 온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리니.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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