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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꼰대와 세상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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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꼰대와 세상의 주인공
  • 김원식
  • 승인 2022.10.17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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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⑦
송유미 교수.
송유미 교수.

[동양뉴스] '꼰대'와 짝을 이루는 문장으로는 '나 때는 말이야'가 있다.

상대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려는 조언이지만, 권위와 경험을 내세운 일방적 훈계질에 상대가 불편하기 일쑤다.

최근 50대 후반의 남성인 지인 A씨를 만나 식사를 하며 근황을 물었다.

그는 얼마 전 외국에 살고 있는 10대의 조카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졌던 얘기를 들려줬다.

조카들이 1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탓에 처음 본 조카도 있고, 어릴 때 봤는데 어느새 성인이 된 조카도 있었다.

그들 앞에서 시작된 '나는 이렇게 자랐어'라는 인생사에는 그들의 엄마도, 아빠도 함께 한 추억이 있다보니 재밌어하는 것 같았고, 삼촌 참 대단하다며 기대했던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길어진다 싶었는지 집중하지 않은 조카들이 하나둘 생기고 이야기는 중단되었다. 

그는 나이가 들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친척들이나 동생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가끔 들려주곤 한다고 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다고 측은해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청자들의 눈치가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지 않고 외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그들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한다거나 그 얘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크게 반응을 보이면 괜스레 소외된 듯한 기분이고 그 자리가 많이 불편해진단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누구나 겪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A씨의 유년시절을 듣고 나니 마음이 짠했다.

장남이었던 그에게 동생이 셋이나 있었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길면 1년, 짧으면 몇 달씩 집을 비웠다.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엄마도 일하러 다녔다.

동생들을 돌보는 건 그의 몫이었다. 학교를 일찍 마치고 집에 와야 했고, 식사거리부터 해서 살림을 맡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학업성적은 늘 수위를 차지했다.

모든 식구들은 A씨를 중심으로 미래를 그렸던 것 같다.

'장남이 잘 돼서 어려운 가정을 세워 줄 거야. 동생들의 앞날도 책임져 줄 거야' 등등.

A씨에게는 장남으로서의 무게감이 컸던 것 같다.

자신의 꿈이 따로 있었음에도 부모님 생각, 동생들 생각, 가정 형편 등 고려해 진로를 결정했다.

그의 표현대로 정말 운 좋게도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나중에는 동생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동생들이 외국에서 살게 된 것도, 외국을 다녀오게 된 것도 그의 덕분이었다.

그 자신이 먼저 길을 연 것이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것이다.

스스로 만족해했고, 자랑스러워했다.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A씨는 자기가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중심에 서는 것에 예민해 지고, 스스로도 그들을 중심에 세워주는 것에는 인색했다.

그래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리는 것 같다.

어떤 심리일까? A씨는 사람들이 자기만 봐줬으면 좋겠고,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무의식적 욕구가 강한 것 같다.

A씨의 유년시절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갔다기 보다는 부모, 동생들을 중심에 두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도록 그들을 위한 헌신에 주력했던 것 같고, 자신을 위한 인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로서는 버거웠을 것 같고, 장남으로서 빨리 철이 들어야 했던 것 같다. 

A씨와 같은 성인들을 보면 겉은 경험이 풍부한 어른이지만, 아직 덜 자라난 아이가 있다.

흔히 '내면의 아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정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억압된 부정적인 감정 속에 숨어 있다.

내면의 아이를 찾기 위해서는 억압된 부정적인 감정들과 다시 만나 재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 과거 내면의 아이가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것을 이제라도 찾아서 채워 줄 수 있으면 좋다.

그것이 아이가 성장하는데 기초 영양제와 같은 구실을 한다.

'애썼어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혼자 큰 짐 지게해서 미안해요!' 등등.

성인이지만 그때 그 어린 아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해 주면서 내면의 아이를 키워주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보통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자랑하며 내면의 아이를 만족시키려 하다보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먼저 내면의 아이를 찾는 재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면, 꼰대가 아니라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법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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