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2 17:51 (수)
[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어머니 내면을 내면화한 6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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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어머니 내면을 내면화한 60대 남성
  • 김원식
  • 승인 2022.12.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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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⑪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A씨는 비행경력 30년의 모항공사 국제선 여객기 기장에서 퇴직한 60대 초반의 남성이다.

기장이 되는 과정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지능과 지적 수준도 높아야 했지만, 비행에 적합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운동과 자기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높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오히려 지금보다는 더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퇴직한 이후 문득 찾아오는 공허감이 스스로를 불편하게 한다고 했다.

그 공허감은 학창시절에도 업무중에도 가끔씩 있긴 했는데 그럴 땐 학업에 더 열중했고, 훈련의 강도를 더 높이면서 극복해 왔다고 했다.

요즘에는 그런 열정도 없어진 것 같고,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참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 '엄마의 부정적 감정들을 내면화'

그의 아버지는 엄격했고, 어머니는 자상하긴 했지만 걱정이 많은 분이었다.

아버지와의 갈등이나 다툼이 있을 때면 어머니는 며칠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자녀들을 돌봐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장남인 A씨를 붙들고 아버지에 대한 불만들을 털어놨다.

눈물을 훔칠 때면 어머니가 많이 불쌍했고,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고, 그런 상황을 만든 아버지가 밉고 원망스러웠다.

아버지가 밉다 보니 부계 친척들에게 마음이 가질 않았고 어머니를 봐서라도 마음을 주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바쁜 업무 핑계로 가지 않았고, 지금은 삼촌과 고모들과도 거의 왕래를 끊고 있는데 어머니를 봐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60대인 A씨에게는 아직도 어머니의 걱정과 한숨,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가진 미움 등이 고스란히 내면화되어 있다.

내면화의 마지막 단계는 동일시이다.

어머니의 걱정과 한숨,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가진 미움이 모두 자기 것이 되어 스스로를 걱정하고 있고 자기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심지어는 밉기까지 한다.

애초에 온전했던 A씨 자기 안에 어머니의 나쁜 것들이 들어와 온전했던 자기가 없어지고 나쁜 자기로 가득차 버린 것이다.

절대적으로 하나이고 의존해야 할 어머니에게 '나에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것들은 어머니 것이에요. 어머니가 처리하세요'라고 할 수가 없다.

고스란히 받아 먹을 수 밖에 없다.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나쁜 마음들을 A씨에게 투사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린 아이의 내면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필요로 한 정서적 양식을 먹여줬었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내면적 성장에 해로운 독이 되는 것들을 먹여준 정신적인 범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내면의 아이’의 치유는 자기 스스로
    
A씨는 지적 수준이 높고 육체적으로 건강해보였지만 마음 속에는 ‘상처입은 내면의 아이’가 살고 있다.

그 내면의 아이가 엄마를 위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엄마로부터 필요로 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위축되어 있는 어린 아이 말이다. 

나이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여전히 웅크린 채 꼼짝없이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A씨는 필자와 만나면서 지금껏 ‘캡슐 형태’로 저장해놓은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서서히 꺼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동안 놓친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내면의 걱정과 불안, 미움과 무력감은 애초에 자기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것이었는데 자기 것으로 되어 버린 억울함을 강하게 표출했다.

자신의 상처 입은 내면의 아이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자기부터이다.

내면의 아이 치유를 위해서는 자기가 내면의 아이 편이 되어야 한다.

그 아이를 위해서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것도 괜찮다.

설사 어머니가 고의로 저지른 일이 아니어도 말이다.

A씨는 어머니로부터 내면화된 묵은 감정을 진정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원초적 감정을 터뜨리는 것 밖에 없음을 알고, 이 과정을 무사히 잘 따라와 주었다.

60대 A씨이지만, 여전히 자라지 못한 내면의 아이 성장을 위해 자기가 자기에게 좋은 어머니가 되어서 원초의 좋은 자기를 찾아가는 작업을 꾸준히 해 가고 있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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