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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호반의 도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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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호반의 도시, 대구
  • 김원식
  • 승인 2023.01.2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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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사진=동양뉴스DB)
허행일 시인 (사진=동양뉴스DB)

[동양뉴스] 아득한 옛날 대구는 내륙지역이 아니라 거대한 호수였다.

지각변동과 퇴적작용에 의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북쪽으로는 안동, 남쪽으로는 광양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단다.

지금도 한반도 호수의 35%가 경상북도에 치중하고 있다고 하니 거대했던 옛 호수의 흔적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가 매립한 지금의 서문시장 자리의 천왕당못, 복현오거리 일대의 배자못, 대명동 영선시장 자리의 영선못, 달성고등학교 일원의 감삼못, 비산동 날뫼못, 수성구청 주변의 범어못, 소래못, 사리못, 한골못, 들마못, 소못 등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구의 호수들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태반이 사라졌다.

성당못도 30%가량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대구도심 중간에 수성못과 성당못이 남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수성못은 조선시대 문헌에도 '둔동제'라고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때 부족했던 농업용수와 홍수범람을 막기 위하여 '미즈사키 린타로'라는 일본인이 증축한 호수가 지금의 수성못이다. 약 다섯 배 정도가 커졌단다.

'미즈사키 린타로'에 대해서는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인으로서 조선에 도움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묘도 수성못이 잘 보이는 근처 산언저리에 있다.

수성못은 필자에게도 앨범 속의 빛바랜 사진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어릴 적 추억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유아 때에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억새풀 같이 바람에 흔들리는 축 처진 수양버들 밑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용지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지금의 거북이상 있는 곳으로 물이 흘러 들 때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앞 다투어 물을 거슬러 올라갈려는 모습들이 장관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낚시를 다녔으며 대학시절과 군 제대 이후에는 포장마차 촌에서 밤이 새도록 골뱅이 안주에 술잔을 기울이던 추억들이 아롱거린다.

지금은 잘 얼진 않지만 예전에는 물이 꽁꽁 얼어 대구시민들의 겨울 스포츠 센터 역할을 했었던 수성못.

한 때는 수성못도 오염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에 시작한 수성구 범어천 생태하천 복원사업과 수성못 환경개선 사업을 묶어 이 일대를 자연친화적인 명소로 개발했다.

수생식물 군락과 생태탐방로, 산책로와 공연장,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충했고 수성유원지 옆 수성랜드도 대구시민들에게 소소한 위안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수생식물 군락은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수성못 둑에 앉아서 그 옛날 나라 잃은 서러움을 토하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을 생각한다.

나라를 생각하던 시인의 마음처럼 수성못을 우리가 잘 보존하고 깨끗하게만 관리한다면 수성유원지 만으로도 대구는 이미 호반의 도시일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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