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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차례·제례, 시대 바람 앞에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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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차례·제례, 시대 바람 앞에 등불
  • 김원식
  • 승인 2023.01.27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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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⑬
이제상 박사.
이제상 박사.

[동양뉴스] '차례상에 '전' 안 올려도 된다'

"차례상에 전(煎) 안올려도 됩니다. 떡국, 나물, 구이, 김치, 술(잔), 과일 4종 정도면 충분합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 1월 16일 설을 앞두고 차례상의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불필요하게 많은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명절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가족 간 불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8월 추석을 앞두고 발표했던 차례상의 간소화 방안에 이은 두 번째 권고안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성균관 총무처,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단,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유교신문 관계자 및 학계의 의례 전문가로 구성됐다.

차례는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 지내는 것을, 제례는 조상·부모의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와 주요 절기에 지내는 시제 등을 말한다.

차례는 송편, 떡국 등 명절 음식을 중심으로 올리고, 제례에는 밥과 국을 올린다.

차례는 약식이므로 한 번만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는다.

반면 제례는 반드시 세 번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다.

이번 간소화방안에 차례상 차림의 기본을 이렇게 밝혔다.

차례상의 기본은 떡국 나물 구이 김치 과일(4가지)과 술을 포함하여 9가지이다.

여기에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예기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고 했으므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되므로,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그만 둬도 된다.

차례는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紙榜)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으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괜찮다고 했고, 성묘는 언제 하느냐에 대해서는 가족끼리 결정하면 된다고도 했다.

◇ '차례·제례 이미 간소화되어'

유교적 가족질서를 대표하던 차례와 제례가 시대의 바람 앞에 흔들리고 있다. 부계혈통을 계승하고 가족 공동체의식을 키우던 의례가 현대 생활양식과 충돌하면서 간소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과 이번 설에 내놓은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의 권고안은 차례상 측면에서는 ‘혁명’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은 한참 시대 흐름에 뒤쳐진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차례와 제례를 살리려는 마지막 몸부림 같아 보인다.

30여년 전부터 간소화해버린 집이 늘었기 때문이다.

봉사대수의 감소와 합제의 등장, 제사시간의 변화, 윤회봉사의 도입 등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먼저 봉사대수를 줄여 제사를 지내거나 여러 봉사대수의 기제를 한날로 고정해 한 번에 지낸다.

으레 4대 봉사를 당연시하지만, 제사를 몇 대까지 지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경국대전 예전 편에 6품 이상은 3대까지 7품 이하는 2대까지 봉사하도록 하고, 서민들은 부모 제사만 지내도록 했다.

그런데 조선 중기 4대 봉사가 양반가에서 일반화되기 시작, 조선 말기에는 서민에까지 확대되었다.

오히려 4대 봉사를 하지 않으면 ‘상놈’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근래 들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제사에 대한 관념이 약화되면서 증조부 이상 기제사는 묘제로 올려서 지내거나, 따로따로 지내는 기제를 아버지 기일에 맞춰 합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다. 

◇ '요즘 4대 봉사는 찾아보기 힘들어'

또 기제사 시간도 변했다.

기제는 돌아가신 날의 시작인 자시(12시)부터 축시(새벽 2시)사이에 지내는데, 자식들이 제사 다음 날 출근할 수 있도록 이를 앞당겨 밤 7~9시에 지낸다.

제사 때 실제 귀신이 제삿밥을 먹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조상을 추모하는 데 의미를 두기 때문에 혼령이 언제 오고 언제 돌아가느냐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식들이 오고 가기에 편리한 시간대를 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윤회봉사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4대 봉사를 하는 집안도 많지 않지만, 혼자서 많은 차례와 기제사를 지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형제들이 제사를 나눠 지내기도 한다.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형제자매들 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기도 한다.

차례와 제례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옛날 그대로 유지하기도 힘들고, 강제할 수도 없다.

조상을 숭배하고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면서도 가족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정과 변형이 불가피하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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